나의 이야기

꽃 이야기

도원 정운종 2019. 4. 26. 16:44

<꽃 이야기 1>

왕양명(陽明)의 제자가 산에 홀로 핀 꽃을 가리키며 묻기를

"천지간에 마음 밖의 사물은 없다고 하셨지만 이 꽃은 깊은 산 속에서 혼자서 피고 지니 내 마음과 또한 어떤 상관이 있습니까?" 라고 물었다.

이에 양명은 "자네가 이 꽃을 보지 않았을 때 이 꽃은 자네의 마음과 더불어 고요한 상태로 돌아가 있네. 그러다가 자네가 이 꽃을 보았을 때는 이 꽃의 모습이 일시에 뚜렷하게 드러나네. 이로써 바로 이 꽃이 자네의 마음 밖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네"라고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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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은 문밖에서 문을 두드리며 왈 "네가 문을 열면 나는 너에게 들어가 너와 함께 하리라".

 

<꽃 이야기2>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 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