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학 이야기

6. 수태양소장경 - 소택(少澤),전곡(前谷),양곡(陽谷),후계(後谿),소해(小海)

도원 정운종 2020. 10. 6. 20:58

[수태양소장경(手太陽小腸經)] 

'난경(難經)' 35난(難)에 의하면 “심(心)은 영혈(營血)을 주관하고 폐(肺)는 위기(衛氣)를 주관하며 양자(兩者)는 모두 양기(陽氣)을 통행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횡격막(橫膈膜)의 위에 있고 대장(大腸)과 소장(小腸)은 탁음지기(濁陰之氣)를 전도하여 아래로 내려보내므로 횡격막의 아래에 있다.”고 하여 상하로 상합되는 위치에서의 생리작용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내경(內經)'에 소장자(小腸者)는 수성지관(受盛之官)이요 화물출언(化物出焉)이라 하였다. 수성지관이란 영양을 흡수하여 인체를 급양하는 기관이란 뜻이며 화물출언이란 거친 음식물을 위로부터 받아 청탁(淸濁)을 분별한 후 수액(水液)은 전음(前陰)으로 배출시키고 찌꺼기는 대장을 거쳐 대변으로 배출시키는 것을 설명한 것이다.

심경과 이어진 소장경은 새끼 손가락에서 시작하여 손목을 따라 팔꿈치 뒤쪽 어깨, 목을 지나 뺨으로 올라가 눈과 귀에 이르는 길이다. 태양이라고 하니 火기가 센 맥이다. 그러나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므로 뜨거운 불기운을 끌 찬물을 품고 있다. 소장경은 태양한수(太陽寒水)라 하여 태양의 뜨거운 火기와 한수의 차가운 水의 기운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경락이다. 몸에서 땀, 소변, 침, 눈물, 혈(血), 골수, 정액도 모두 水이다. 몸의 축을 이루는 기운이 火와 水이고, 변수로 가장 많이 작용하는 것 또한 火와 水이다. 소장경에서 찬 물와 더운 불이 만났으니 火는 찬물을 데우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할테고 물은 火라는 동력을 만나 몸을 잘 순환할테니 스스로 생기(生氣)의 구조를 이룬다. 그래서 생리나 수유 등 水의 변동이 많은 여자들에게 매우 요긴하다. ‘여자들의 병은 수태양소장경을 쓰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소장이 하는 일이 맑은 것과 탁한 것은 나누어 제자리로 보내는 ‘비별청탁(泌別淸濁)’이라 한다. 식도를 통해 들어 온 음식물을 위장은 대충 자르고 위액을 섞어 소장으로 내려 보낸다. 소장은 7미터나 되는 긴 길을 음식물을 끌고 가며 액(液)이 될 때까지 잘게 부수어 성질을 바꾸고 수분이 된 영양분을 대부분 흡수한다. 이렇게 흡수된 영양분은 인체에 진액대사로 전신에 골고루 퍼진다. 그리고 맑은 찌꺼기는 방광으로 보내 소변으로 배설하게 하고, 음식의 탁한 찌꺼기는 대장으로 보내 대변으로 내보낸다.

양(陽)에 속하고 오행속성(五行屬性)산 군화경(君火經)인 소장경(小腸經)에는 인체의 좌우로 각각 19개씩의 경혈이 분포되어 있으며 새끼손가락의 외측단 소택(少澤)에서 시작하여 귀 앞의 청궁(聽宮)에서 끝난다.

본경(本經)은 소장(小腸)에 속(屬)하고 심(心)에 락(絡)하며, 발주시간(發注時間)은 오후 1시부터 오후 3시 즉 미시(未時) 이다.

주요혈    오수혈()   
원혈(原穴) 완골(腕骨) 정금혈(井金穴) 소택(小澤)
락혈(絡穴) 지정(支正) 형수혈(滎水穴) 전곡(前谷)
극혈(郄穴) 양로(養老) 수목혈(輸木穴) 후계(後谿)
모혈(募穴) 관원(關元) 경화혈(經火穴) 양곡(陽谷)
배유혈(背兪穴) 소장유(小腸兪) 합토혈(合土穴) 소해(小海)

[수태양소장경 오수혈]
-. 소택(少澤) : 젖먹이 엄마를 위한 혈자리

소택은 수태양 소장경의 시작혈로 정혈이다. 새끼손가락 손톱 바깥쪽 모서리 손톱뿌리에서 바깥쪽으로 1-2mm 떨어진 지점이다. 소택(少澤)의 소(少)는 작다 어리다는 뜻이다. 택(澤)은 삼수변(氵)에 음을 나타내는 글자 睪(역ㆍ택)으로 이루어져 있다. 습지나 낮은 곳 또는 물길이 모이는 곳을 뜻하며, 윤택하게 하고 은덕을 베푼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기(氣)가 연못처럼 처음 모이는 곳이라 소택이라 부른다고도 하였다. 다른 이름은 소길(小吉)로 작은 길함이 있다는 뜻이 된다. 소택은 소장의 화 기운과 태양의 수 기운 그리고 양경락의 오수혈 배열에서 정혈이므로 금 기운을 함께 갖고 있다. 따라서 소택혈을 보해주면 화수금 기운을 동시에 넣어주는 효과가 있다. 기혈이 막혀 있을 때 쓰게 된다. 혈이 막혀 있는, 어혈로 인한 제반증상을 해결하는데 생리통, 자궁근종등에 쓴다. 또 혈압이 높아 혈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을 때 중풍으로 이어지기 쉬운데 급성적인 병이 있을 때 길을 여는데 쓴다. 그래서 기혈이 막혀 젖이 나오지 않을 때에도, 기혈이 모자라 유즙이 분비되지 않을 때도 기혈을 돌려 유즙의 양을 늘려주게 된다.

-.전곡(前谷):코막힘이여 가라!

‘앞(前)에 있는 골짜기(谷)’이라는 뜻으로 다음 후계(後溪)라는 혈자리 앞에 있기 때문이다. 곡(谷)은 골짜기라 계(溪)는 시냇물이라는 뜻이다. 곡 다음이 계에 해당한다. 산에서 모인 물이 좁은 지대를 따라 내려가는 것이 곡이고 이 곡을 따라 내려간 물이 평지를 만나 흘러가기 시작하는 것을 계라고 부른다. 또 곡(谷)은 ‘깊은 굴’의 뜻도 있는데 산에서 내려온 물이 깊은 굴처럼 생긴 곳에 모여서 소(沼)가 되어 있는 형국이다. 경맥과 연결시켜보자면 수태양소장경의 기운이 흘러가다가 깊은 곳을 만나서 모여 있는 자리가 바로 전곡(前谷)이다. 

전곡은 어떻게 코막힘을 해결하는 것일까. 코가 막히고 콧물을 줄줄 흐르는 것을 우리는 비염(鼻炎)이라고 부른다. 코에 염증이 생겨서 콧물이 흐르고 코가 막히게 된다는 거다. 코에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들은 대부분 폐(肺)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코가 폐(肺)의 구멍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폐에 문제가 생기면 코로 그 신호들이 나타난다. 감기에 걸려서 콧물이 질질 나는 것도 폐에 풍한사(風寒邪), 즉 차가운 바람이 침입한 결과다. 코의 증상들도 이런 풍한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재밌는 것은 몸에 풍한사가 침입하면 우리 몸은 그 풍한사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열을 낸다는 점이다. 감기에 걸리면 몸이 불덩이처럼 되는 것도 이런 메커니즘이다. 콧물이 나고 코가 막히는 것도 대부분 몸에서 나는 열(熱)의 작용이다. 코막힘, 즉 비색(鼻塞)도 열에 의한 경우다.

한사가 몸에 들어오고 그것에 대응하기 위해서 몸은 화(火)의 기운을 쓴다. 그런데 이게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계속 되는 증상이라면 한사(寒邪)도 몰아내고 기도에 몰린 화(火)도 내려줘야 코가 뻥 뚫린다. 전곡(前谷)이 바로 이 작용을 한다. 수태양소장경의 소장은 심(心)과 함께 화(火)에 속하며 소장경은 기본적으로 화(火)의 뜨거움을 간직한 통로다. 이 통로를 흘러가는 기운은 지난 소택혈에서 보셨듯이 태양한수(太陽寒水)라는 기운이다. 즉, 차가운 물의 기운이 뜨거운 소장경 안을 흘러가고 있다는 거다. 뜨거운 여름날에 비가 와서 갑자기 서늘하고 으슬으슬하기까지 한 날씨. 혹은 보일러라는 화기(火氣)충만한 기계에 차가운 물이 들어가서 미지근한 상태가 된 물. 이게 수태양소장경의 이미지라고 보면 된다.

수태양소장경은 이 미지근한 물로 몸의 체온을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미지근한 물로 한사(寒邪)에 상한 피부와 모발에 열기를 전해주는 것도 수태양소장경의 기능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럼 한사(寒邪)는 수태양소장경의 기운을 빌려다가 몰아내는데 화(火)는 어떻게 내린다는 것일까. 이건 전곡(前谷)혈이 수(水)의 기운을 가진 형혈(滎穴)이라는 점에 기인한다. 수(水)는 기본적으로 찬 성질이다. 수(水)의 기운을 가진 전곡혈을 자극하면 소장경에 차가운 기운이 배가된다. 기도를 막아서 냄새를 맡지 못하게 만드는 화(火)를 끄기 위해 소장경의 수(水)혈인 전곡이 이용된다는 거다. 그렇다고 해서 미지근한 물이 아주 찬 물이 되는 것이 아닌 미지근하면서도 약간은 차다고 느껴지는 물의 온도를 상상하시면 된다. 이 미지근한 물이 한사(寒邪)의 기운도, 화(火)의 기운도 내려주는 것. 이게 바로 전곡이 코막힘의 특효로 불리는 이유다.

어떻게 기도에 있는 화(火)를 내린다는 것일까. 소장경이 목과 어깨 쪽으로 흘러가 귀에서 끝난다는 점을 기억하면 된다. 즉, 목에 걸려 있는 화(火)의 기운을 그쪽 부위를 흘러가는 소장경의 미지근한 물을 이용해서 식히고 밑으로 내려가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곡은 편도선염(扁桃腺炎)이나 목구멍이 열로 인해서 붓는 것에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전곡은 한여름에 등목을 하고 나서 들이키는 한 잔 냉수와도 같은 혈(穴)이다.

-. 양곡(陽谷) : 음식으로 인한 아랫배 땡길때

양곡은 손 외측 손목 가운데 예골(銳骨)의 아래 우묵한 곳에 있다. 이 혈은 완골(腕骨) 후방의 척골두(尺骨頭)와 삼각골(三角骨) 사이의 함요부에 있고 형태가 계곡과 같으므로 양곡이라 하였다.
수태양소장경은 새끼손가락의 끝에서 시작하여 어깨위로 올라갔다가, 다시 결분으로 들어가 심(心)으로 얽고, 식도를 따라 횡경막을 뚫고 내려가 위(胃)를 거쳐 소장(小腸)에 가서 속한다. 또 한 가지는 결분에서 뺨으로 올라가 다시 귀로 들어간다. 이렇게 ‘심-소장-귀’ 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랫배가 땅기고, 열이 올라 몸살이 나고, 여기에다 귀까지 이명이라면 바로 수태양소장경의 양곡(陽谷)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열을 내리고 화기(火氣)를 없애는 효과가 있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눈과 귀를 총명하게 한다. 또한 이곳을 지압하면 눈이 아찔한 증상이 없어지며 멍한 귀울림증으로 인한 고생도 해결된다

 

-. 후계(後谿) : 목,어깨 담을 풀어준다.
후계의 위치는 주먹을 쥐면 새끼손가락 옆쪽 볼록 튀어나온 살 아래 오목하게 들어간 곳이다. 뼈 뒤쪽에 움푹 들어간 곳이라 하여 후계(後谿)라고 한다. 담(痰) 뿐만 아니라 목디스크, 요통, 어깨 결림 등에도 주효하며, 다래끼, 두통, 이명(耳鳴/귀울림), 코피 등 머리 쪽에 열이 몰려 생긴 병에도 쓰이는 유용한 혈자리다.
목이 뻐근하거나, 베개를 잘못 베고 잤을 때 찾아야 할 혈자리는 바로 후계다. 수태양소장경의 수(輸)혈로 목(木)의 성질을 가지기 때문이다. 수태양소장경은 어깨를 지나 목, 얼굴에까지 이르는 경맥을 말한다. 담이 주로 발생하는 목을 지나가는 것이다. 이때 수태양소장경의 혈자리 중 하나로 목(木)의 성질을 가진 후계(後谿)를 자극해주면 목(木)기운이 경맥을 타고 쭉쭉 뻗어올라가 목이나 어깨의 담을 제거해주는 것이다.


-. 소해(小海) : 마디를 보(補)하려면 소해를 사(瀉)하라

소해(小海)는 한자 그대로 풀면 ‘작은 바다’다. 수태양소장경의 맥이 모여 바다가 된 곳이라는 뜻. 소장경의 맥이 바다를 이루었으니 소장의 장부병까지 영향이 미친다는 걸 알 수 있다. 소해는 소장경의 맥기가 한데 모여 있어서 소장경의 만성병 치료에 빼놓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럼 소해는 어떻게 류마티스 관절염을 완화시키는 것일까? 류마티스 관절염은 염증성 관절염이다. 마디에 염증이 생겼다는 것은 그 부위에 열과 습이 충천해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는 무더위와 습도가 높아지는 여름 장마철에 통증이 더 심해진다.
소해는 수태양소장경의 합혈(合穴)로 토의 기운을 가진 혈자리다. 토의 미덕은 중용에 있다. 비어있는 마디가 뼈와 뼈 사이를 중재하듯이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것을 섞어 각각의 성질을 잃게 하거나 가라앉힌다. 그래서 소해는 고온다습한 몸을 풀어준다. 딱딱하게 굳은 관절을 부드럽고 유연하게 한다. 소해에 침을 놓을 때는 수태양소장경맥이 흐르는 반대방향으로 놓는다. 이렇게 하는 것을 사법(瀉法)이라고 한다. 뼈마디에 생긴 풍한습을 없애줘야 하기 때문이다. 소해의 위치는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하고 팔뚝을 90도로 굽히면 팔꿈치부위에 가로무늬가 생긴다. 그 가로무늬 가장 바깥쪽, 즉 엄지손가락 쪽으로 움푹 파인 곳이 소해다. 소해는 류마티스 관절염 뿐만 아니라 하복부통, 이명, 중이염, 두통 등 열과 습으로 생긴 병에 주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