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학 이야기

8. 족소음신경 - 용천(湧泉).연곡(然谷).태계(太谿).복류(復溜).음곡(陰谷)

도원 정운종 2020. 11. 1. 12:45

[족소음신경 (足少陰腎經)] 

'황제내경 소문 영란비전론'에는 신(腎)은 “작강지관(作强之官)이며 기교출언(技巧出焉)한다.”고 했다. 작강(作强)의 작(作)은 작은 동작을 뜻하고 강(强)은 부하능력이다. 기교(技巧)는 정교하고 영민하다는 뜻이다. 신기가 충만하여 정과 수가 넉넉하면 정신이 맑고 민첩하여 영민할 뿐 아니라 근골이 튼튼하고 동작에 힘이 있다.

신장을 중심으로 한 경락이지만 신장을 단순한 비뇨기로 보는 서양의학적 견해와는 달리 생명의 근원이라고 보고 있다. 즉 신수()는 심화(心火)가 인체의 생명유지작용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기름인 것이다.

신의 기운은 족소음신경을 따라 흐른다. 족소음경은 신장의 물 기운과 소음군화의 불기운이 복합된 경락이다. 차가운 공포와 뜨거운 정열이 복합되어 있고, 방광경과 함께 짝하여 생식기능을 주관하고 있다. 방광경이 태양한수이고 보면, 생명을 이루는 기본에너지는 역시 수와 화이다. 땅에서 받은 음기를 군화로 데우고, 뜨거운 태양을 찬물로 식혀 생명의 근본인 항상성을 지키는 힘의 발휘이다. 인간과 포유류는 항온동물이다. 주변의 기온과 상관없이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여 몸의 활동력을 확보한다. 그래서 정을 생산하는 신은 차가운 음의 좌신(左腎)과 따뜻한 양의 화기(火氣)를 가지고 있는 우신(右腎)인 명문으로 두 개의 장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생명을 탄생시키는 남자의 정과 여자의 포(胞)라는 하나의 기능으로 맥을 같이하므로 결국 하나의 신이다. 신음(腎陰)은 인체의 음액(陰液)의 근본으로 각각 장부의 자양(滋養)작용을 하고 신양(腎陽)은 인체의 양기(陽氣)의 근본으로 온후생화작용(溫煦生化作用)을 하여 서로 의존하고 견제하면서 평형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몸의 기본축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수기의 신은 화기의 심(心)과 수화의 상하축으로 인체의 기본을 이룬다. 신정(腎精)과 심신(心神)의 조화로 생명의 축이 구성되는 것이다. 
몸이 그 형상을 유지하고 항상성을 가지게 되는 것은 신(腎) 자체의 타고난 정인 선천지정(先天之精)과 후천지정(後天之精)인 수곡지정(水穀之精), 즉 먹어서 얻는 힘에 의해서이다. 수곡은 정을 마련하는 물질적인 기초가 되고 후천지정은 선천지정을 끊임없이 서로 도와가며 기능의 정상을 유지한다. 이것을 신장정(腎臟精)이라 한다. 신은 만들어 저장한 정으로 몸의 생장(生長), 발육, 생식을 담당하며 오장과 연락한다.

음에 속하고 수(水)경인 신경에는 인체 좌우로 각각 27개 의 경혈이 분포되어 있고, 발바닥의 용천에서 시작하여 위 가슴 쇄골아래 유부에서 끝난다.

신에 속(屬)하고 방광(膀胱)에 낙(絡)하며, 색은 흑(黑), 발주시간은 유시 (酉시. 오후5~7시)이다.

주요혈    오수혈(五腧穴)   
원혈(原穴) 태계(太谿) 정목혈(井木穴) 용천(湧泉)
낙혈(絡穴) 대종(大鐘) 형화혈(滎火穴) 연곡(然谷)
극혈(郄穴) 수천(水泉)     수토혈(輸土穴) 태계(太谿)
모혈(募穴) 경문(京門) 경금혈(經金穴) 복류(復溜) 
배유혈(背兪穴) 신유(腎兪)  합수혈(合水穴) 음곡(陰谷)

 

[족소음신경 오수혈]

-.용천(湧泉) 기력이 샘처럼 솟아나는 혈.
용천(湧泉)은 족소음신경의 기시혈이다. 용천의 용(湧)은 ‘물이 솟다, 솟구치다’는 뜻이고 천(泉)은 샘이나 지하수를 가리킨다. 용천은 발의 중심부이다. 신은 수에 속하니 혈(穴)이 마치 샘물(泉)이 처음 나오는 것 같아서 냇물이 솟아나(湧)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되므로 용천이라 한다. 그래서 용천혈(湧泉穴)은 ‘기력이 샘처럼 솟아나는 혈’이 된다. 용천혈의 자리는, 손가락으로 발바닥을 꾹 누르면 발바닥의 앞쪽에 깊은 주름이 생기는데 그 주름의 중심, 가장 주름진 깊은 곳에 위치한다.

용천혈은 신장의 수기운과 소음의 화기운 그리고 오수혈 배열에서 음경락의 정혈이므로 목기운을 함께 갖고 있다. 따라서 용천혈을 보해주면 수화목 기운을 동시에 넣어주는 효과가 있다. 토와 금의 기운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에 지압하면 수화목의 기운이 더해져 오행의 균형을 이루게 되는 곳이다.
직립하는 인간은 둥그런 머리 정수리의 백회를 통해 천기를 받고, 네모난 발바닥의 용천혈로 땅의 지기를 받는다. 용천은 땅을 딛고 사는 인간이 땅의 문을 여는 곳이다. 생명의 기본이 되는 음기가 가장 먼저 통과하는 곳. 신은 생명의 기본이 되는 정을 생산하여 몸의 오장과 모두 관계한다. 정은 심으로 가서 혈(血)이 된다. 혈이 된 정은 간(肝)에 보관하고 비(脾)를 통해 온몸에 운반한다. 그래서 신이 허하면 전신적으로 체력이 쇠약해지게 된다.
용천은 족소음경의 목혈로 뻗어가는 목의 기운으로 온몸의 기혈을 순환시켜 주므로 전신에 에너지를 공급하게 된다. 발바닥을 지압힐 때 가장 먼저 용천을 누르는 이유일 것이다. 정신을 편안하게 안정시키고 쇼크, 일사병, 불면, 중풍, 고혈압, 히스테리, 발작, 간질, 정신병, 소아경기, 두통, 하지마비 등에 효능이 있으며, 특히 부인과 질환 및 허리, 하복부 및 다리에 걸친 냉증과 통증을 치료하는 큰 효과가 있는 경혈로서 스테미너를 돋구는대도 효과가 큰 경혈이다.
용천혈은 특히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의 경우 침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는 혈이라 한다. 구급혈로도 쓰이는데 이 때는 백회(百會)와 함께 사용하면 효과가 좋다. 평소에도 백회ㆍ용천혈 누르면 머리가 맑아진다고 한다. 용천혈은 주로 지압이나 족탕을 하는데 옛 선비들은 용천에 감씨를 붙이고 걸어다녔다 한다.


-. 연곡(然谷) 계곡에서 타는 모닥불.

연곡(然谷)은 족소음신경의 형화혈(滎火穴)로 안쪽 복사뼈에서 비스듬히 앞으로 내려오면 톡 튀어나온 뼈가 하나 있다. 이 뼈를 예전에는 연곡이라 불렀기에 그것이 혈자리 이름이 되었다. 이 뼈의 바로 아래 오목하게 들어간 곳이 연곡혈이다. 별명은 용연(龍淵)으로 잠룡(潛龍)이 연못에 있다는 뜻이다. 잠룡이 연못에 있다는 말을 괘로 풀어보면 감(坎)괘와 꼭 같은 형상이다. 신장이 해당하는 괘가 바로 감괘인데, 감괘는 음괘(‑ ‑) 가운데에 홀로 양이( — ) 들어있는 것으로, 양이 음의 가운데 빠져있다 하여 구덩이 감(坎)자를 쓴다. 물 가운데 용(火)이 있는 모습이다.

음은 응축하는 성질이고 양은 발산하는 성질인데, 만일 모든 괘가 음으로 이루어져 있다면(坤卦) 지나치게 응축한 나머지 움직이지 않게 된다. 자궁에 어혈이 생기는 것도 지나치게 응축시킨 탓이다. 하지만 가운데 양괘(陽卦)가 있으면 비로소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어디로 흐를지 모르는 생동감 있는 물의 형태가 된다. 고요한 연못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는 용처럼, 연곡에는 물이 정체되지 않도록 늘 추동하는 에너지가 살아있다.

 

뿐만 아니라 오수혈 가운데 형혈(滎穴)은 열을 내리고 습을 내보내는 효과가 있다. 칠정내상으로 인한 상화와, 비기가 약해져서 생긴 습담, 지나치게 뭉쳐진 어혈, 이 모든것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마법같은 혈이다. 그래서 옛날부터 남녀가 정(精)이 넘치나 아이를 갖지 못할 때 이 혈을 쓰라고 하였나보다. 

동의보감에서는 정(精)은 몸의 근본이다'라고 했다. 정은 선천지정과 후천지정으로 나눠지는데, 선천지정은 부모가 나를 잉태할 때 음양이 만나서 생명과 함께 생겨나는 무형의 에너지다. 후천지정은 밥에서 생긴다. 태어난 후 음식을 먹고 비위를 거쳐 오곡의 정미를 흡수하면 그것이 신장의 정액이 되고, 또 그 신정에서 온몸을 도는 피가 생겨난다. 무릇 생명의 근본은 바로 정(精)이다. 선천지정과 후천지정은 서로 도와서 움직일 수 있으며, 이 두 가지를 아울러서 신정(腎精)이라고 한다. 어릴 때에는 신정이 발육과 생장을 돕고, 몸이 더 자라서는 다른 생명을 낳을 수 있는 기능을 조절한다.

정(精)을 담당하는 장부는 바로 신장이다. 온몸에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고 했으니 오장(五臟)도 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정을 받아서 내보내고 저장하는 장부가 바로 신장으로, 신장은 몸을 한 바퀴 돌며 뇌수, 골수, 척수, 진액 등을 모두 채우고 남은 정을 받아 저장한다(腎藏精). 그러니 늘 아껴야 한다. 정을 두 가지 범위로 나눠보면 골수, 피, 땀 등의 진액으로 작용하는 넓은 의미의 정과, 생식기능으로서의 정이 있다.
신장은 비뇨기계에 속한다.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소변의 여과와 배출 외에 생식기능을 신장이 담당한다고 본다. 

천계(天癸)란 본디 하늘이 만물을 생할 수 있는 기운으로, 이 기운이 사람에 이르면 사람도 자식을 나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천계(天癸)에 열째 천간 계(癸)자를 쓴 것은 의미가 있다. 아이를 갖는 것은 건강한 남여의 음과 양이 만나 하나의 씨앗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는 엄청난 응집력이 필요하다. 오행 가운데 응축력을 가진 것은 수(水)기운으로 북방, 겨울, 씨앗 등과 연관 된다. 겨울이 오면 나무는 밖으로 뻗어나갔던 잎을 모두 떨구고 갈무리를 한다. 응집하는 것은 이렇게 외부로 뻗어나갔던 것을 모두 거두어들여 안으로 집중하는 힘이다. 계(癸)자는 이러한 수(水)기운을 담은 마지막 천간으로, 봄에 갑(甲)자가 돌아오면 스프링처럼 싹을 틔울 준비가 된 단단히 뭉친 씨앗이다.


-. 태계(太谿) 깊은 계곡.
태계는 족소음신경의 수혈(兪穴)이다. 수토혈(兪土穴)은 몸이 무겁고 뼈마디가 아픈 것을 주로 치료한다. 또한 태계는 신(腎)의 허실(虛實)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원혈이기도 하다.주지하듯 신은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갖고 있는 정기를 저장한다. 그 선천의 정기가 강한지 약한지 알려주고 그것의 허실이 있을 때 물을 대줄 수 있는 혈이 태계다.
태계는 발목 안쪽 복사뼈 끝과 발꿈치 힘줄 사이에 맥이 뛰는 오목한 곳에 있다. 일명 여세(呂細)라고도 한다. 여는 율려의 음률(陰律)을 따서 붙였고, 세는 신경(腎經)이 음 중의 음이라 가늘고 미세하다해서 붙인 이름인 듯하다. 모든 환자가 태계에서 맥이 뛰면 살고 뛰지 않으면 죽는다.
태계는 여러 가지 질병에 좋은 치료효과를 가져온다. 태계는 신경의 원혈이기 때문에 그 원기가 이곳에 모인다. 신경의 원기는 우리 몸의 물적 토대를 이룬다. 신(腎)은 선천의 정을 간직하고 신음과 신양으로 생장발육한다. 오장육부, 사지백해가 모두 신을 뿌리로 두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 몸의 많은 병이 신에 문제가 생겨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태계는 신기능을 도와준다. 신음을 자양하고 신양을 강하게 한다. 이렇게 안정된 신정(腎精)은 허리와 무릎관절 기능을 윤택하게 하고 신허로 생긴 열을 식혀주기도 한다.

태계는 정의 변용능력을 향상시키는 파워풀한 에너지가 있어 신정을 보충하게 한다.

 

-. 복류(復溜) 물을 조절한다.

복류(復溜)는 족소음신경의 맥이 주행하는 곳이다. 물이 곧게 흘러 순조롭게 가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복류는 물길을 다스리고 수액의 정상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회복하는 혈자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신은 수액대사를 담당하므로 수(水)의 장부이고, 하초에 있어 물길을 조절하는 것이 본래의 직분이다. 수액은 반드시 전신에서 반복적으로 돌아야 장부에 물을 대주고 골격을 윤택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복류는 신의 수습(水濕)을 소통시키고 조절한다. 수종(수습이 고여 온몸이 붓는 증)· 융폐(소변이 방광에 정체되어 잘 나오지 않는 증)·무한(땀이 나지않는)에 복류를 취하면 수습을 흐르게 할 수 있고, 유정(정액이 저절로 나오는 증)·다한·도한에도 이곳을 취하면 수습을 흐르지 않게 할 수 있다. 그것은 복류가 신경의 경혈(經穴)이기 때문이다. 경혈은 오행에서 금(金)에 해당하는데 금은 수의 흐름을 조절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금이 가지고 있는 수렴작용으로 흐름을 잡을 수도 있고 금생수(金生水)에 의해 흐름을 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을 잡았다 놓았다 모두 가능한 것이다. 위치는 앞 태계에서 위로 2치 되는 곳에 있다. 

진액은 몸속에 있는 정상적인 수액을 총칭한 것인데 우리 몸에서 체중의 약 70%를 차지한다. 그만큼 우리 몸에서 진액이 포괄하는 것은 광범위하다. 가장 넓게 분포하는 혈을 비롯하여 오줌, 땀, 정액, 침, 호르몬과 함께 뇌와 골수도 포함된다. 뇌와 골수를 진액이라 할수 있는 것은 응축정도에 따라 다양한 점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뇌와 골수는 응축도가 강력한 진액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골수가 좀 더 응축되면 뼈가 되는데 진액의 가장 강력한 응축물이 뼈인 셈이다.
진액은 물을 위주로 영양물질을 다량 포함하고 있다. 이 영양물질은 맥 안에서는 혈맥을 소통시키고 혈액을 맑게 한다. 맥 밖에서는 전신의 장부와 경락 등 조직기관을 윤택하게 한다. 또한 진액은 기의 중요한 매개체다. 기가 삼초를 순환하며 온 몸으로 퍼지는 것은 진액이 삼초를 따라 운행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영기(營氣, 혈맥 안으로 흐르는 기)가 혈이라는 진액을 매개로 맥 속을 운행하고, 위기(衛氣, 혈맥 밖으로 흐르는 기)가 맥의 외부에서 몸을 덥히고 피부를 충실히 하며 주리(땀구멍)를 살찌우고 그 개합(열고 닫음)을 주관하는데 그것 역시 진액을 매개로 삼아 이루어진다.

이렇듯 무형의 기는 유형인 진액에 의존한다. 진액이 없으면 인체의 모든 조직기관이 자윤하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기가 흐르지 못하고 손실되므로 생명도 멈추게 된다. 결국 진액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기본 물질이면서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기본 물질인 셈이다.

음식물에서 비롯되고 비위의 운화에 의해 생성되는 진액은 그 성질과 형상, 기능 및 부위가 다르기 때문에 명확히 구분된다. 성질이 비교적 맑고 묽으면서 유동성이 크며 체표의 피부, 근육과 공규(空竅, 사람 몸에 있는 구멍들. 땀구멍·귀·코·입·눈 등이다.)에 산포되고 혈맥에 스며들어 자윤하는 것이 ‘진’이다. 이에 반해 ‘액’은 골절·장부·뇌·골수 등의 조직에서 유양작용(濡養, 촉촉히 적시고 영양하는 작용)을 하고 성질이 비교적 진하면서 유동성이 적다. 진과 액은 상호 교류, 전화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그냥 ‘진액’이라고 부른다. 


-. 음곡(陰谷). 신수를 고치다.

음곡은 몸의 허로와 유정을 치료하는데 쓰인다. 족소음신경(足少陰腎經)이라고 할 때 소음(少陰)이 들어간 이유. 그것은 소음군화(少陰君火)로 인해서 생기는 병은 이 경맥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다른 경맥들도 가령 수태음폐경과 족태음비경은 태음습토(太陰濕土)와 관련된 병에 쓰이는 경맥들이다. 몸에서 습(濕)으로 인해서 생기는 문제는 일단 폐경과 비경으로 써서 치료한다. 그럼 소음군화로 인해서 생기는 병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소음군화의 기운으로 연결되어 있는 장부는 수소음심경, 족소음신경. 즉, 심(心)과 신(腎)이다.  몸의 수승화강, 상하축의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나타나는 증상들이 소음군화의 증상들인 것. 그로인해서 생기는 허로와 유정 또한 심경과 신경을 써서 치료한다는 것이다. 
음곡은 족소음신경의 합혈(合穴)이다. 합혈 오수혈은 만성병을 고치는 혈자리로 알려져 있다. 허로가 발전해서 생긴 칠상증, 그 가운데 유정(遺精), 발기부전, 소변삭(小便數) 등은 허로가 장부까지 들어간 만성병들에 해당한다. 그런 상태들은 그냥 피곤한 정도가 아니다. 오랜 시간 쌓이고 쌓여서 생긴 병들이다. 그렇기에 이런 만성병들을 고치는 데는 합혈인 음곡을 쓰는 것이 제격이다. 일단 허로를 만드는 주요원인은 신수(腎水)의 고장이다. 음곡은 그 신수를 보충하고 고장 난 신수를 고치는 데 가장 적합한 혈자리다. 오행상으로도 수혈(水穴)에 해당하는 것이 음곡이기 때문이다. 음곡은 신경에 수(水)의 기운을 불어넣어 말라버린 신수를 보충한다.
음곡(陰谷)이라는 이름은 그 위치를 알려주기 위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무릎 안쪽, 뼈 뒤에 붙어 있다. 큰 근육의 아래, 작은 근육의 위로서, 맥이 뛰는 곳이고 무릎을 굽혀서 취혈한다.” 

음곡은 허로증으로 인한 유정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대하(帶下), 붕루(崩漏)에도 많이 사용되는 혈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