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佛敎) 이야기

십우도 (十牛圖)

도원 정운종 2021. 1. 3. 13:37

[십우도 (十牛圖)]

2021 신축(辛丑)년 소의 해를 맞아 소이야기가 펼쳐진 십우도(十牛圖)를 살펴본다.

심우도(尋牛圖)라고도 하며, 선불교(禪佛敎)에서 견성(見性,眞理,)에 이르는 과정을 10 단계로 나눠 간명하게 묘사한 그림이다.

  1. 심우(尋牛, 소를 찾아 나서다)

  2. 견적(見跡, 자취를 보다)

  3. 견우(見牛, 소를 보다)

  4. 득우(得牛, 소를 잡다)

  5. 목우(牧牛, 소를 길들이다)

  6. 기우귀가(騎牛歸家,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다)

  7. 망우존인(忘牛存人, 소는 잊고 사람만 있다)

  8. 인우구망(人牛俱忘, 소도 사람도 모두 잊다)

  9. 반본환원(返本還源, 근원으로 돌아가다)

  10. 입전수수(入鄽垂手, 저자에 들어가 손을 드리우다)

 

내용은 처음 선을 닦게 된 동자가 본성(本性,眞理,)이라는 소를 찾기 위해서 산중을 헤매다가 마침내 도를 깨닫게 되어 최고 이상향에 이르게 됨을 그리고 있다.

2021년 신축년은 흰소의 해라고 하는데, 십우도6 기우귀가하는 소가 흰소이다. (4득우때 검언 소였다가 5목우하면스 반쯤 흰소로 바뀐다.)

 

송나라 곽암화상(廓庵和尙)의 십우도송(十牛圖頌)을 읊어본다.

1. 심우(尋牛) : 자기의 본심인 소를 찾아 나서다.

茫茫撥草去追尋 망망발초거추심

水闊山遙路更深 수활산요로갱심

力盡神疲無處覓 역진신피무처멱

但聞楓樹晩蟬音 단문풍수만선음

 

아득히 펼쳐진 수풀 헤치고 소를 찾아 나서니

물 넓고 산 먼데 길은 더욱 깊구나.

힘 빠지고 마음 피로해 찾을 길 없는데

단지 단풍나무에서 늦은 매미 소리만 들리네.

 

2. 견적(見跡) : 소의 발자취를 보다.

水邊林下跡偏多 수변임하적편다

芳草離披見也麽 방초리피견야마

縱是深山更深處 종시심산갱심처

遼天鼻孔藏他 요천비공즘장타

 

물가 나무 아래 수많은 발자국

우거진 풀 헤치며 소를 찾아 볼까.

설령 깊은 산 깊은 곳에 있다 해도

하늘 향한 콧구멍을 어떻게 숨기나.

 

3. 견우(見牛) : 소를 발견하다.

黃鶯枝上一聲聲 황앵지상일성성

日暖風和岸柳靑 일난풍화안류청

只此更無回避處 지차갱무회피처

森森頭角畵難成 삼삼두각화난성

 

노란 꾀꼬리 나무가지에서 지저귀고

화창한 날 언덕 위엔 버들가지 푸르네.

단지 더 이상 빠져 나갈 곳 없어도

우뚝 솟은 쇠뿔은 그리기 어렵구나.

 

4. 득우(得牛) : 소를 잡다.

竭盡神通獲得渠 갈진신통획득거

心强力壯卒難除 심강역장졸난제

有時纔到高原上 유시재도고원상

又入煙雲深處居 우입연운심처거

 

온 정신 다해 도랑에서 잡았으나

사납고 힘세어 다스리기 어렵구나.

어느 땐 겨우 고원(高原)에 올랐다가

어느 땐 구름 깊은 곳에 들어가 있네.

 

5. 목우(牧牛) : 거친 소를 길들이다.

鞭索時時不離身 편삭시시불리신

恐伊縱步入埃塵 공이종보입애진

相將牧得純和也 상장목득순화야

羈鎖無拘自逐人 기쇄무구자축인

 

채찍과 고삐를 잠시도 놓지 않음은

제멋대로 걸어서 티끌 세계에 들어갈까 염려되어서네.

잘 길들여서 온순해지면

고삐 잡지 않아도 저절로 사람 따르네.

 

6. 기우귀가(騎牛歸家) :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다.

騎牛迤邐欲還家 기우이리욕환가

羌笛聲聲送晩霞 강적성성송만하

一搏一歌無限意 일박일가무한의

知音何必鼓唇牙 지음하필고순아

 

비스듬히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니

오랑캐 피리 소리 저녁노을에 실려 가네.

한 박자 한 가락에 무한한 뜻 담겼는데

()을 안다고 굳이 말할 필요 있겠는가.

 

7. 망우존인(忘牛存人) : 소를 잊고 사람만 있다.

騎牛已得到家山 기우이득도가산

牛也空兮人也閑 우야공혜인야한

紅日三竿猶作夢 홍일삼간유작몽

鞭繩空頓草堂間 편승공돈초당간

 

소를 타고 이미 고향에 이르렀으니

소 또한 공()하고 사람까지 한가하네.

붉은 해 높이 솟아도 여전히 꿈꾸는 것 같고

채찍과 고삐는 초가에 휑하게 놓여 있네.

 

8. 인우구망(人牛俱忘) : 사람도 소도 모두 잊다.

鞭索人牛盡屬空 편삭인우진속공

碧天遼闊信難通 벽천요활신난통

紅爐焰上爭容雪 홍로염상쟁용설

到此方能合祖宗 도차방능합조종

 

채찍과 고삐, 사람과 소 모두 공()한데

푸른 허공만 아득히 펼쳐져 소식 전하기 어렵구나.

뻘건 화로의 불꽃이 어찌 눈()을 용납하리

이 경지에 이르러니 조사의 마음과 합치되네.

 

9. 반본환원(返本還源) : 근원으로 돌아가다.

返本還源已費功 반본환원이비공

爭如直下若盲聾 쟁여직하약맹롱

庵中不見庵前物 암중불견암전물

水自茫茫花自紅 수자망망화자홍

 

본래 자리 돌아와 돌이켜보니 헛수고만 했구나.

차라리 그냥 장님이나 귀머거리로 있을 것을.

암자에 있으면서도 암자 바로 앞도 못 봤구나

물은 절로 아득히 흐르고 꽃은 절로 붉게 피네.

 

10. 입전수수(入廛垂手) : 중생 구제를 위해 거리로 나서다.

露胸跣足入廛來  노흉선족입전래

抹土塗灰笑滿顋  말토도회소만시 

不用神仙眞秘訣  불용신선진비결

直敎枯木放花開  직교고목방화개 

 

가슴 풀고 맨발로 저잣거리 들어가니

재투성이 흙투성이라도 얼굴에는 웃음가득하네.

신선의 비법 따윈 쓰지 않아도

곧바로 마른 나무에 꽃을 피게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