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명절 제사의 의미.

도원 정운종 2016. 9. 12. 13:51

우리는 명절을 챙긴다. 왜 그럴까.

그 중심에 제사가 있기 때문이다. 고향에 계시는 부모와 친척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사에 참여하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제사의 본래 의미는 무엇일까? 네 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겠다.

첫째, 제사는 생기충전(生氣充電)의 기회다. 경쟁으로 인한 삶의 긴장을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를 만나는 것이다. 부모를 만나 긴장을 풀면서 세상을 살아갈 힘을 다시 얻는 것이다.

그런데 부모가 안 계시면 더욱 외롭고, 더욱 그립고, 더욱 보고 싶어진다. 이런 문제를 풀어줄 해결책을 찾아낸 것이 바로 제사다. 제사는 부모와 만나는 자리다.

“공자가 조상을 제사 지내실 때는 조상이 앞에 계시는 것처럼 하셨고, 천신이나 산천의 신을 제사 지내실 때는 신이 앞에 있는 것처럼 하셨다(祭如在, 祭神如神在).”

둘째, 제사는 살아 있는 사람들의 화합의 기회다. 서로 가까워야 할 가족이나 친척끼리 다투는 것은 큰 불행이다. 이 불행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형제가 하나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형제가 함께 부모의 제사를 지내면 부모를 통해서 서로 하나라는 것이 확인된다. 그렇게 되면 형제는 바로 화합할 수 있다. 제사를 통해 화합할 수 있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들이 제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공자는 “제사에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 제사를 지내지 않은 것(吾不與祭 如不祭)”이라고 했다

셋째, 제사는 그리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가족이 멀리 흩어져 있을 때에는 더욱 그렇다. 한자리에서 다 같이 만날수 있는 가장 좋은 날짜가 바로 제삿날이다. 제삿날이란 그리운 사람들을 다 만날 수 있는 축제날이다.

넷째, 제사는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다. 사람들은 경쟁사회에 살면서 남에게 무시당하는 일이 많다. 남들에게 거부당해 자기의 자리를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자기 자리와 역할을 빼앗기고 소외되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옛사람이 이런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으로 찾아낸 것 또한 제사다. 제사에 참여한 모든 사람은 각각 자기의 정해진 자리가 있다. 많은 사람이 제사에 참여한 이상 각각의 항렬에 따라 줄을 선다. 항렬이 높은 사람은 앞줄에 서고 항렬이 낮은 사람은 뒷줄에 선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의 정해진 자리를 통해 자기의 당당한 존재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 이기동 교수의 신동아 기고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