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족소양담경(足少陽膽經) - 양릉천(陽陵泉).양보(陽輔).족임읍(足臨泣).협계(俠谿).족규음(足竅陰)
담경은 몸의 측면을 흘러간다. 눈 바깥쪽 모서리에 있는 동자료(瞳子髎)에서 시작해 얼굴의 측면을 돌고 몸통과 다리의 측면을 따라 내려가서 넷째 발가락 끝 규음(竅陰)에서 끝난다. 몸의 측면부위, 특히 겨드랑이와 같은 곳이 아픈 경우엔 반드시 담경을 써서 치료하는 것이 기본이다. 담경은 위경, 방광경과 함께 몸에서 가장 많은 혈자리를 가지고 있는 경맥으로, 몸을 종(縱)으로 가로지르면서 기혈을 운행하는 통로이다. 위경은 몸의 앞쪽면을 통해 열을, 방광경은 몸 뒤쪽으로 한(寒)을 전달한다. 그리고 이 둘 사이에서 한열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담경이다. 한열의 균형을 맞추는 중심추가 되는 담(膽)은 간(肝)에 붙어 있는 작은 주머니로 간에서 만들어진 소화액, 즉 담즙이 담겨 있다.담의 주요 기능은 담즙의 저장과 배설을 통해 음식물의 소화를 돕는 데 있다. 담즙은 간에서 생성되어 담에 저장되고, 성질은 차고 맛이 쓰며 황록색을 띤다. 음식물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소장으로 흘러 들어가 비위의 운화를 돕는다.
맑은 액의 담즙을 담고 있는 주머니이기 청정지부(淸淨之府)라 한다. 몸을 맑고 깨끗하게 관리하는 부서라는 뜻이다. 청정함이란 모든 불순물을 제거한 상태의 의미보다 몸 안에 있는 것들 각각의 유용성을 최대한 발휘하게 만든다는 의미다. 담은 간과 경맥으로 서로 얽혀 불가분의 표리 관계를 이룬다. 『영추·본장』에서는 “간합담(肝合膽)”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담은 중정지관(中正之官)이라고도 한다. 중정(中正)이란 모자람도 넘침도 없이 바로 잡아서(正) 중(中)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그 작은 주머니가 몸의 중심을 잡는데 있어서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셈이다. 크기나 기능 등으로 위계화된 질서 속에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몸 전체와 관여되어 있는 상태로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장부이다.
흔히 우린 쓸개 빠진 인간이라는 말을 쓴다. 자기중심이 없어서 정서적으로 여기저기로 휘둘리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한의학에서 담은 결단(決斷)을 내리는 장부라고 한다. 결단의 결(決)은 물이 제방을 뚫고 나간다는 뜻이고 단(斷)은 실(絲)을 끊어낸다는 의미다. 막힌 것을 뚫고 끊어야 할 것을 끊는 것. 그게 결단이라는 말의 의미다. 대담(大膽), 담이 크다고 하는 말은 지금 당장 내가 해야 할 것을 바로 할 수 있는 실천력이 이 담에서 나온다는 말이다. 담(膽)은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추다.
인체 좌우로 각각 44개씩의 경혈이 있으며 눈꼬리 옆의 동자료에서 시작하여 넷째발가락 바깥쪽 끝 족규음에서 끝난다.
본경은 담에 속하고 간에 낙하며 발주시간은 자(子, 밤 11시~새벽1시)시 이다.
주요혈 | 오수혈(五腧穴) | ||
원혈(原穴) | 구허(丘墟) | 정금혈(井金穴) | 족규음(足竅陰) |
낙혈(絡穴) | 광명(光明) | 형수혈(滎水穴) | 협계(俠谿) |
극혈(郄穴) | 외구(外丘) | 수목혈(輸木穴) | 족임읍(足臨泣) |
모혈(募穴) | 일월(日月) | 경화혈(經火穴) | 양보(陽輔) |
배유혈(背兪穴) | 담유(膽兪) | 합토혈(合土穴) | 양릉천(陽陵泉) |
[족소양담경(足少陽膽經) 오수혈]
-. 양릉천(陽陵泉)
양릉(陽陵)은 양(陽)의 구릉, 즉 몸 바깥으로 융기된 곳으로 천(泉)은 물이 구멍으로부터 솟아나는 것이다. 그 기운이 샘물처럼 밖으로 흘러넘친다 하여 양릉천이라 이름 하였다. 양릉천은 무릎 바깥쪽 높고 크게 솟아오른 곳의 아래에 있다(비골두 아래 함요부). 양릉천은 8회혈(八會穴)의 하나다. 8회는 몸을 구성하는 요소를 말하는데 기, 피, 힘줄, 맥, 뼈, 골수 같은 것이다. 8회혈은 이런 데 병이 나면 사용하는 중요한 혈이다. 양릉천은 근기(筋氣)가 모이는 곳으로 근회혈(筋會穴)이다. 근육 관련 병에는 먼저 양릉천을 취한 뒤에 다른 혈을 취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양릉천은 족소양담경의 합혈(合穴)로서 오행상 토(土)에 속한다. 또 담의 목(木) 기운과 소양의 화(火) 기운을 함께 갖고 있다. 따라서 양릉천을 보해주면 목화토의 기운을 동시에 넣어주는 효과가 있다. 목화토 기운은 간의 소설기능을 원활하게 해 줘 담즙의 저장과 배설에 도움이 되고, 그로 인해 비위의 운화기능도 증진된다. 간과 담의 열을 빼주고 근육의 긴장을 풀어 관절을 잘 움직이게 하는 효능이 있다. 평소 오행 중 금수(金水)가 실한 경우 몸이 마르고 찬 체질이 많은데 관절통이나 상체가 차서 나타나는 감기, 어깨결림, 소화불량 같은 질환에 걸리기 쉽다. 이런 분들은 양릉천을 보해주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양보(陽輔)
양보(陽輔)는 몸 위쪽에 떠 있는 열을 내리는데 효과적인 혈자리다. 족소양담경의 경혈이자 오행상으로는 화(火)의 기운을 발휘하는 혈자리다. 이곳을 자극하면 위쪽에 떠 있는 열을 식히는 것은 물론 아래쪽의 한(寒)을 위로 끌어올린다. 수족냉증을 치료하는 혈자리도 알려져 있다. 몸 위쪽은 뜨겁고 아래쪽 발이 차갑게 나눠진 상황인 겨우 즉 몸이 냉(冷)과 열(熱)로 분리될 때 양보혈에 뜸을 뜨면 곧 정상으로 돌아온다. 담경의 한열 조절능력을 십분 활용한 치법인 것이다. 열 때문에 생긴 탈모와 얼굴에 땀이 많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을 줄줄 흘리면 양보가 효과적인 혈이다.
이 밖에도 양보혈은 갑상선 기능 항진증에도 많이 사용되는 혈자리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 메커니즘은 위로 올라가려는 성질이 있는 열 때문에 갑상선 기능이 항진되어 조절한 능력을 상실한 상태에 해당한다. 양보는 이런 상태를 진정시키고 몸의 중심을 회복하는 혈자리다.
양보(陽輔)의 보(輔)는 보골(輔骨)을 뜻한다. 보골은 비골(腓骨), 즉 정강이뼈(脛骨) 뒤쪽에 있는 뼈를 의미한다. 이 보골을 중심으로 몸의 바깥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보골의 바깥에 위치한다는 뜻의 양보(陽輔)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보골은 체중이 실리는 다리의 정강이뼈(脛骨)을 보좌하면서 우리가 걸어 다닐 수 있도록 만드는 뼈에 해당한다. 걸으면 몸의 중심을 잡아주는 뼈. 그게 보골이다. 양보는 복숭아뼈 위로 4촌, 보골에 자리 잡고 있다.
-. 임읍(臨泣)
임읍(臨泣)은 족소양담경의 수혈(輸穴)로서, 오행상 목(木)에 속한다. 소양상화의 기운과 담경의 목 기운을 가졌다. 2개의 목 기운과 외부로 뻗어나가는 화 기운을 동시에 지닌 것이다. 그 중에서도 목 기운은 용감무쌍하게 돌진하는 힘이다. 목은 봄의 기운이라 만물을 생성하는 강한 반발력이 있다. 이 반발력은 땅을 뚫고 나오는 힘이다. 담력은 목기의 이 반발력에서 나온다. 또한 임읍은 팔맥교회혈(八脈交會穴)이며, 대맥(帶脈)과 통한다. 팔맥교회혈은 사지부위에서 12경락과 기경팔맥(임맥, 독맥, 충맥, 대맥, 음유맥, 양유맥, 양교맥, 음교맥 8개를 말한다)의 경기(經氣)가 서로 교회하고 상통하는 혈이다. 응용 범위가 매우 넓고 속칭 단짝혈이라고도 한다. 공손(족태음비경)과 내관(수궐음심포경)이 짝, 후계(수태양소장경)와 신맥(족태양방광경)이 짝, 열결(수태음폐경)과 조해(족소음신경)가 짝을 이룬다. 임읍(족소양담경)은 외관(수소양삼초경)과 짝을 이뤄 눈초리와 목뒤를 거쳐 견갑골까지, 몸의 측면에 생긴 병을 잘 다스린다. 대맥도 몸의 측면, 옆구리를 도는 맥인데 허리의 움직임과 관련이 있는 병에 잘 듣는다. 대맥은 기경 8맥의 하나로 임읍이 대표혈이다.
임읍의 ‘臨’은 물건(品)을 보기 위해 몸을 굽혀(臥) 가까이 다다름을 뜻한 글자로, 전(轉)하여 임하다, 마주 대하다는 뜻이 있다 ‘泣’은 울다,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며 운다는 뜻이다. 따라서 임읍은 눈물에 임(臨)한다, 즉 눈 질환에 효과가 있다. 또 임읍은 강한 목 기운으로 몸이 무겁게 가라앉고 마디가 아픈 것을 속 시원하게 뚫어준다. 임읍은 새끼발가락과 넷째발가락의 뿌리 결합부에서 먼 쪽에 있다. 새끼발가락 가장자리 쪽으로 오목한 곳이다.
-. 협계(俠谿)
협계(俠谿)는 족소양담경의 형수혈(滎水穴)이다. 담경의 물기운을 조절할 수 있는 혈자리라는 뜻이다. 담이 열이 있을때 협계를 보(補)하면 담을 차게 만들고, 사(瀉)하면 담을 따듯하게 만든다. 보사의 방법은 담경이 흐르는 방향(양경: 머리->발) 쪽으로 자극을 가하면 보(補), 그 반대방향(발->머리)으로 자극을 주면 사(瀉)에 해당한다. 담경은 바깥쪽 눈가에서 시작해 몸통을 타고 내려가서 네 번째 발가락 끝에서 끝난다. 곧 발등에서 발가락이 있는 방향으로 자극을 주는 것이 보(補)에 해당하고, 반대로 발가락에서 발등 쪽으로 자극을 주는 것이 사(瀉)에 해당한다.
위치는 협계(俠谿)라는 이름 안에 담겨 있다. 협(俠)은 끼여 있다, 계(谿)는 시냇물이라는 뜻이므로 끼여 있는 계곡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네 번째 발가락과 다섯 번째 발가락 사이에 끼여 있는 발끝에서 첫번째 작은 계곡이 협계이다.
협계는 주로 담이 차가워져서 잠을 자지 못하는 증상에 많이 사용된다. 잠이 잘 오면 협계를 사(瀉)하면 효과가 있다. 간기(肝氣)를 소통시키고 열을 내려주는 효과가 있고, 머리로 열이 올라가서 생기는 현훈(眩暈)이나 두통 등에도 좋다. 담이 한열(寒熱)로 무기력해졌을 때 감기도 쉽게 걸리므로 이때 이곳을 자극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규음(竅陰)
규음은 족소양담경의 정금혈(井金穴)이다. 족소양담경의 기는 아래로 내려가 발에 이르고 넷째 발가락 끝에서 그친다. 그 분지는 발등 위에서 갈라져서 엄지발가락으로 들어가 그 나누어진 안쪽을 따라 발톱을 뚫고 나온다. 담기를 족궐음간경에 경기(經氣)를 전하는 것이다. 규음(竅陰)의 “규(竅)”는 구멍 뚫린 자리, 살핀다는 뜻이다. 또 사물이 통하는 구멍(竅)이라는 의미도 있어 족궐음간경(足厥陰肝經)으로 통한다는 뜻과 구멍으로 통한다는 뜻이 함께 있다. 따라서 여러 구멍들의 병증을 치료한다. 대표적으로 눈병(눈), 귀먹음(귀), 혀의 강직(입), 코막힘(코), 기침(입), 입이 쓴 병(입)을 치료하는데 규음이 간담의 열을 진정시키는 작용을 한다. 양기가 위로 치솟는 장화(壯火)를 진정시키고 열을 내리는 것이다. 간, 심, 비, 폐, 신의 구멍을 열어 열을 내리고 음기를 길러준다. 즉 간은 눈으로, 심장은 혀로, 비장은 입으로, 폐는 코로, 신장은 귀를 통해 드러나고 각각의 기가 그 구멍을 여는 것이다. 이때 규음이 하는 역할은 족소양담경의 정혈로서 금기(金氣)를 쓰는 것이다. 족소양담경은 소양의 상화(相火), 담의 목(木), 목화기운이 경락에 흐른다. 규음은 소양춘승(少陽春升)이 지나치게 성해 목화기운을 조절해야 할 때, 금극목(金剋木)하면서 목기를 눌러준다. 극한다는 것은 기운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위치는 넷째발가락 발톱의 외측 모퉁이에서 1-2mm 떨어진 곳이 족규음(足窺陰이다. 머리에도 두규음(頭窺陰)이 있는데대개 혈의 성질은 비슷하다. 다만 두규음이 대부분 국부에서 증상을 치료하는 반면, 족규음은 증상을 아래로 끌어내려 통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