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단상/菜根譚 (채근담)

Ⅰ. 수성편(修省篇) 2 (8~14)

도원 정운종 2022. 7. 23. 07:24

8. 선비의 마음

士人有百折不回之眞心 纔有萬變不窮之妙用. 

(사인유백절불회지진심 재유만변불궁지묘용)

선비는 백절불굴의 진실한 마음을 갖고 있어야 비로소 만 가지로 변한다 해도 다함이 없을 오묘한 쓰임이 있다.

 

纔 : 겨우.비로소.조금 재, 밤색 삼 

 

9. 공을 세울려면 실질에 바탕하라.

立業建功 事事要從實地著脚, 若少慕聲聞 便成僞果. 講道修德 念念要從虛處立基, 若稍計功效 便落塵情.

(업업건공 사사요종실지착각 약소모성문 변성위과. 강도수덕 염념요종허처입기 약초계공효 변락진정)

 

업적을 세우고 공을 세울려면 일마다 실질에 입각해야 한다. 만일 조금이라도 명성을 바라면 곧 그릇된 결과를 낳는다. 

도를 배우고 덕을 닦음에는 생각마다 비어있는 곳에 기초를 두어야 한다. 만일 조금이라도 이익과 좋은 결과를 바란다면 곧 세속적인 감정에 빠진다.

 

-. 著 : 드러날 저, 저축할 저, 붙일 착, 뜰 저, 고대에는 箸(젓가락 저)자, 着(붙을 착)자가 서로 의미를 혼용했다. 뜻을 나타내는 초두머리(艹)와 음(音)을 나타내는 者(자→저)가 합(合). 者(자→저)는 많은 사항(事項)을 한뭉텅이로 함을 나타냄. 음(音)이 닮은 睹(도)ㆍ曙(서, 환히 밝다.새벽)와 결부되어 저명(著名)하다의 뜻이 되고, 書(서)ㆍ暑(서)와 결부되어 저술(著述)이라는 뜻이 있다. 顯著 (현저), 著者(저자)

-. 脚 : 다리 각

-. 稍 : 벼줄기끝 초, 점점 초/끝 초, 구실 소

 

10. 잔인한 일을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

一點不忍的念頭 是生民生物之根芽 ,一段不爲的氣節 是撑天撑地之柱石,
(일점불인적염두 시생민생물지근아, 일단불위적기절 시탱천탱지지주석)

故君子於一蟲一蟻 不忍傷殘 一縷一絲 勿容貪冒, 便可爲民物立命 天地立心矣 
(고군자어일충일의 불인상잔 일루일사 물용탐모, 변가위민물립명 천지입심의.)

잔인한 일 하나도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이 곧 백성과 만물을 살리는 뿌리이며 싹이요, 단 하나의 불의도 허용하지 않는 기개와 절조는 곧 천지를 지탱하는 기둥과 주춧돌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한 마리 벌레나 개미도 차마 죽이지 못하고, 한 오라기 실낱도 탐하지 않아야만 곧 백성과 만물에 생명을 주고 천지에 마음을 바로 세울 수 있게 된다.

 

- 縷 : 실 누, 차근차근 누, 縷縷이.

 

11. 어떤 변화에도 한결같이 대응하는 오묘함을 본다.

 

學者動靜殊操 喧寂異趣 還是鍛練未熟 心神混淆故耳,

(학자동정수조 훤적이취 환시단련미숙 심신혼효고이)

須是操存涵養, 定雲止水中 有鳶飛魚躍的景象,

(수시조존함양 정운지수중 유연비어약적경상)

風狂雨驟處 有波恬浪靜的風光, 纔見處一化齊之妙.

(풍광우취처 유파염낭진적풍광 재견처일화제지묘.)

 

배우는 이는 행동할 때와 가만히 있을 때에 지조를 달리하고, 시끄러운 곳과 고요한 곳에서 취향을 달리한다면,

이것은 단련이 미숙하여 마음과 정신이 혼탁하기 때문이다.

지조를 보존하고 함양하여,

구름과 물이 고요히 멈춘 곳에서는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뛰는 모습을 갖추고,

비바람이 사납게 몰아치는 곳에서는 물결이 잔잔한 모습을 갖추면,

비로소 어디에 거처하든 동일하고 어떤 변화에든 한결같이 대응하는 오묘함을 볼 것이다.

-.喧寂 : 떠들썩할 훤, 고요할 적

-. 還 : 돌아올 환, 돌선, 영위할 영, 도리어

-. 淆  : 뒤섞일 효

-. 驟 : 달릴 취

-. 一化齊 : 모든 변화에 한결같음.

 

12. 속세의 지식과 감정은 씻어내기가 더 어렵다.

 

心是一顆明珠 以物欲障蔽之 猶明珠而混以泥沙 其洗滌猶易
(심시일과명주 이물욕장폐지 유명주이혼이니사 기세척유이)
以情識襯貼之 猶明珠而飾以銀黃 其滌除最難
(이정식츤첩지 유명주이식이은황 기척제최난)
故學者 不患垢病 而患潔病之難治 不畏事障 而畏理障之難除
(고학자 불환구병 이환결병지난치 불외사장 이외이장지난제)

마음은 맑은 구슬 하나와 같다. 물욕으로 막고 가리는 것은 맑은 구슬에 진흙을 바르는 것과 같아서 그것을 씻어 내기가 오히려 쉽다. 그러나 속세의 지식과 감정으로 덮으면 구슬에 금‧은을 입히는 것과 같아서 그것을 씻어내기가 가장 어렵다. 그러므로 배우는 이는 더러운 병을 근심하지 말고 깨끗한 병이 더 고치기 어렵다는 것을 걱정해야 하며, 일의 장애(事障)를 두려워하지 말고 이해의 장애(理障)를 제거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 顆 : 낱알 과, 顆粒(과립)

-. 襯 : 속옷 친, 속옷 츤, 襯衣(츤의. 속옷), 襯合(츤합. 틀림없이 꼭 들어 맞음), 襯貼(츤첩. 달라붙다)

-. 貼 : 붙일 첩

 

13. 마음이 진실하면 물욕이 들어오지 못한다.

 

軀殼的我 看得破 則萬有皆空 而其心常虛 虛則義理來居

(구각적아 간득파 즉만유개공 이기심상허 허즉의리래거)
性命的我 認得眞 則萬理皆備 而其心常實 實則物慾不入
(성명적아 인득진 즉만리개비 이기심상실 실즉물욕불입)

육체적인 나를 깊이 살펴보면 곧 만물이 다 공허함을 깨닫고 마음이 항상 비어 있게 된다. 마음이 비면 곧 의리가 들어와서 자리 잡는다. 성품과 천명(본질적인)의 나를 진실로 자각하면, 곧 모든 이치가 다 갖추어져 그 마음이 항상 가득 차게 된다. 가득 차면 곧 물욕이 들어오지 못한다.

 

-. 軀殼 : 껍질구, 껍질 각, 신체

-. 性命 : 하만물이 갖고 있는 각각의 성질. 타고난 성품. 하늘이 부여한 것을 명命 이라 하고, 개인이 하늘로 부터 부여받은 것을 성性이라 한다. 

 

14. 큰 화로와 거대한 대장장이는 모든 쇠를 녹인다.


我果爲洪爐大冶 何患頑金鈍鐵之不可陶鎔
(아과위홍로대야 하환완금둔철지불가도용)

我果爲巨海長江 何患橫流汚瀆之不能容納
(아과위거해장강 하환횡류오독지불능용납)

내가 큰 용광로와 거대한 대장간이 되면 아무리 단단한 금이나 둔한 쇠라도 녹이지 못할까를 어찌 걱정하며, 내가 큰 바다와 긴 강이 되면 물이 옆으로 멋대로 흐르고 더럽혀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할까 어찌 걱정하겠는가.

-. 頑鈍 : 완고할 완, 둔할 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