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응수편 (應酬篇) 1 (1~11)
-. 應酬 : 응할 응, 갚을 수, 대립(對立)되는 의견(意見)으로 맞서서 주고받음./ 상대편(相對便)의 말을 되받아 반박(反駁)함./
살아가면서 일체의 대상과 접촉하고 대응하는 것.
1. 나를 잘 지키려면 참된 중심이 있어야 한다.
操存 要有眞宰 無眞宰 則遇事便倒 何以植頂天立地之砥柱
조존 요유진재 무진재 즉우사편도 하이식정천입지지지주
應用 要有圓機 無圓機 則觸物有得 何以成旅乾轉坤之經論.
응용 요유원기 무원기 즉촉물유애 하이성선건전곤지경륜
나를 잘 지키려면 참된 주재(主宰)가 있어야 하나, 그게 없으면 일을 만날 때마다 거꾸러지기 쉬우니, 무엇으로 하늘을 떠받치고 땅을 딛는 기둥으로 삼겠는가.
세상일에 능숙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원기(圓機)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으면 접히는 일마다 장애를 만날 것이니, 어떻게 하늘을 운행시키고 당을 운전할 큰 경륜을 이룰수 있겠는가.
-. 操存(조존) : 지조를 지킴. 존재의 중심을 확고히 잡는 것
-. 眞宰(진재) : 우주의 주재. 도의 본체. 마음의 중심
-. 砥柱(숫돌지.기둥주) : 천지를 지탱하는 산. 옛날에 불주산(不周山)이 있어 천지를 지탱하고 있었는데, 공공(共工) 씨와 대정(大定) 씨가 서로 싸우다 공공 씨가 머리로 불주산을 받아 산이 무너져 하늘이 기울어졌다. 이때 여와(女媧) 씨가 오색의 돌을 갈아 그 허물어진 곳을 고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 圓機(원기) : 원활한 마음의 작용. 수신편 6장
2. 외물에 지나친 애증을 갖지 말아라.
士君子之涉世 於人不可輕爲喜怒 喜怒輕 則心腹肝膽 皆爲人所窺
사군자지섭세 어인불가경위희노 희노경 즉심복간담 개위인소규
於物不可重爲愛憎 愛憎重 則意氣精神 悉爲物所制
어물불가중위애증 애증중 즉의기정신 실위물소제
군자가 세상을 살면서 기쁨이나 노여움을 가볍게 일으켜서는 안 된다. 기쁨이나 노여움을 경솔하게 나타내면, 남들이 그의 속마음을 샅샅이 들여다보게 된다. 또한 외부 사물에 대해서는 그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마음을 너무 지나치게 품어서는 안 된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마음을 너무 지나치게 품으면 오히려 사람의 마음이 사물에 지배를 받게 된다.
-. 窺 : 엿볼 규
-. 悉 : 다할 실, 釆(변. 짐승의 발톱 모양)과 心(심)의 합. 짐승의 발톱으로 다른 짐승의 심장을 도려낸다는 뜻에서 '자세히 알다. 모두'의 뜻을 나타냄.
3. 마음이 맑으면 세상에 혐오할 일이 없다.
心體澄徹 常在明鏡止水中 則天下自無可厭之事
심체징철 상재명경지수지중 즉천하자무가염지사
意氣和平 常在麗日光風之內 則天下自無可惡之人
의기화평 상재여일광풍지내 즉천하무가오지인
마음이 맑고 투명하여 언제나 명경지수 같으면 세상에 혐오할 일이 절로 사라지고,
의지와 기운이 화평해서 언제나 좋은 날씨 같으면 세상에 미워할 사람이 절로 사라진다.
-. 澄 : 맑을 징. 나뉠 등, 厭 : 싫어할 염. 누를 엽.바질 암.젖을 읍
4. 이해득실을 가림에 너무 분명해서는 안된다.
當是非邪正之交 不可少遷就, 少遷就 則失從違之正
당시비사정지교 불가소천취 소천취 즉실종위지정
値利害得失之會 不可太分明, 太分明 則起趨避之私.
이해득실지회 불가태분명 태분명 즉기추피지사
옳음과 그름, 간사함과 바름의 갈림길에서는 지체 없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조금이라도 지체를 하다가는 옳은지 그른지 판단을 놓치게 된다.
이해와 득실을 가릴 때에는 너무 분명해서는 안 된다. 너무 분명하면 취하고 버리는데 사사로움이 일어난다.
-. 遷就 : 옮길 천. 나아갈 취/관대할 여, 미루고 지체함.
-. 從違之正 : 따르고 어김을 바르게 함.
-. 趨 : 달아날 추/뒤쫓을 추.재촉할 촉, 避: 피할 피
5. 군자는 풍상을 끼고 살지라도 사람에 빌붙어 살지 않는다.
蒼蠅附驥 捷則捷矣 難辭處後之羞
창승부기 첩즉첩의 난사처후지수
蔦蘿依松 高則高矣 未免仰攀之恥
조라의송 고즉고의 미면앙반지치.
所以君子寧以風霜自挾 毋為魚鳥親人.
소이군자영이풍상자협 무위어조친인.
쉬파리가 천리마에 붙어 달리면 빠르기는 하지만 엉덩이에 붙어간다는 수치를 벗기 어렵다.
담쟁이가 소나무에 의지하여 오르면 높이 오르기는 하지만 남에게 의지해서 기어오른다는 수치를 면하지 못한다.
그래서 군자는 풍상을 끼고 살지언정 기르는 새나 물고기가 사람에게 빌붙듯 하지 않는다.
-. 蒼蠅附驥 : 푸를 창, 파리 승, 붙을 부, 천리마 기, 捷 : 빠를 첨/이길 첨.꽂을 삽, 蔦蘿 : 담쟁이 조, 쑥 라, 仰: 우러를 앙.의지할 앙, 攀 : 붙잡고 오를 반. 挾 : 낄 협
6. 똑똑한 자와 어리석은 자 모두를 이롭게 한다.
好醜心太明 則物不契 賢愚心太明 則人不親.
호추심태명 즉물불계 현우심태명 즉인불친
士君子須是內精明而外渾厚 使好醜兩得其平,
사군자수시내정명이외혼후 사호추양득기평
賢愚共受其益 纔是生成的德量.
현우공수기익 재시생성적덕량
좋아하고 싫어 하는 마음이 너무 분명하면 사물과의 관계가 원활하지 못하며, 현명함과 어리석음을 구별하는 마음이 너무 분명하면 사람과의 관계가 친밀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군자는 안으로는 엄정하고 분명해야 하지만, 밖으로는 원만하고 너그러운 태도를 취해야 한다. 좋음과 싫음이 균형을 이루게 하고, 현명한 사람, 어리석은 사람 모두가 그 유익을 취하게 하는 그 것이 바로 만물을 낳고 기르는 덕이 된다.
-. 契 : 맺을계.부합할 계,애쓸 결, 부족이름 글, 사람이름 설
7. 말이 앞서면 비난 받게된다.
士君子濟人利物 宜居其實 不宜居其名 居其名 則德損
사군자제인이물 의거기실 불의거기명 거기명 즉덕손
士大夫憂國為民 當有其心 不當有其語 有其語 則毀來.
사대부우국위민 당유기심 부당유기어 유기어 즉훼래.
군자가 만민을 구제하고 만물을 이롭게 할 때는 내실에 힘써야지 명성을 탐해서는 안 된다. 명성을 탐하면 덕이 손상된다.
사대부가 나라를 걱정하고 백성을 위할 때는 마음을 다해야지 말을 내세워서는 안 된다. 말이 앞서면 비난을 받게 된다.
-. 濟人利物 : 사람을 돕고 만물을 이롭게 함, 毀 : 헐 훼. 훼손할 훼. 비방할 훼.
8. 겉치레로 사람을 사귀는 것은 오래 함께 있어도 싫증나지 않게 하는 것만 못하다.
使人有面前之譽 不若使其無背後之毁
사인유면전지예 불약사기무배후지훼
使人有乍交之歡 不若使其無久處之厭
사인유사교지환 불약사기무구처지염
남들이 내 앞에서 칭찬하는 것은 뒤에서 험담하지 않는 것만 못하고,
사람을 사귈때 잠깐 사귀며 환심을 사는 것은 오래 사겨도 싫어함이 없는 것만 못하다.
9. 풍습은 작고 쉬운 일부터 먼저 바꾸어 나가야한다.
善啓迪人心者 當因其所明而漸通之 毋强開其所閉.
선계적인심자 당인기소명이점통지 무강개기소폐
善移易風化者 當因其所易而漸及之 毋輕矯其所難.
선이역풍화자 당인기소역이점급지 무경교기소난
인심을 잘 계도하려면 마땅히 그 밝은 데서부터 차츰 통하도록 해야만 하지, 막힌 데를 억지로 열어젖히려 해서는 안 된다. 또한 풍습을 개혁하려는 자는 마땅히 그 쉬운 일부터 시작해서 차츰 바꾸어 나가야지, 어려운 일을 함부로 바로잡으려 해서는 안 된다.
-. 迪 : 나아갈 적, 이끌 적
10. 욕망은 함부로 떨쳐버리지 말고 순응하는 방법으로 길들여야 한다.
己之情欲不可縱 當用逆之之法 以制之 其道只在一忍字
기지정욕불가종 당용역지지법 이제지 기도지재일인자
人之情欲不可拂 當用順之之法 以調之 其道只在一恕字
인지정욕불가불 당용순지지법 이조지 기도지재일서자
今人皆恕以適己 而忍以制人 毋乃不可乎.
금인개서이적기 이인이제인무내불가호
자기의 욕망을 방종하도록 놓아두어서는 안되고, 마땅히 이를 억제하는 방법을 사용해 눌러야 한다. 그 방법은 오직 참을 인(忍) 한 글자에 담겨 있다. 하지만 타인의 정욕에 대해선 함부로 떨쳐버려서는 안 되고, 마땅히 이에 순응하는 방법으로 조화시켜야 한다. 그 방법은 오직 용서 서(恕) 한 글자에 담겨 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모두 자기에 대해서는 서(恕)를 적용하고, 타인에 대해서는 인(忍)으로 억제하니, 이는 말할 나위 없이 옳지 않다.
-. 縱 : 세로 종.발자취 종.방종할 종,바쁠총
11. 반드시 이기는 것이 용기가 아니다.
好察非明 能察能不察之謂明
호찰비명 능찰능불찰지위명
必勝非勇 能勝能不勝之謂勇.
필승비용 능승능불승지위용.
무슨 일이나 따지기를 좋아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 아니다. 잘 따지기도 하고 또 잘 따지지 않기도 하는 것이 현망한 것이다. 반드시 이긴다 는 것이 용기가 아니다. 능히 이기기도 하고 또 이기지 않기도 하는 것이 참다운 용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