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응수편 (應酬篇) 3 (23~33)
23. 소란한 곳에 있어도 망상이 일어나지 않으면 안정된 지조를 지킬수 있다.
淡泊之守 須從濃艷場中試來 鎭定之操 還向紛紜境上勘過,
담박지수 수종농염장중시래 진정지조 환향분운경상감과
不然, 操持未定 應用未圓 恐一臨機登壇, 而上品禪師 又成一下品俗士矣.
불연 조지미정 응용미원 공일림기등단, 이상품선사 우성일하품속사의.
담백한 성품을 지닐려면 농염(濃艶)한 곳에서 시험을 거쳐야 하고, 참으로 안정된 마음은 어지러운 경지를 거치고 돌아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조도 확고하지 못하고 응용함도 원만하지 못하여, 일단 어려운 처지에 직면하면 품격 높은 선사(禪師)일지라도 수준 낮은 속된 사람이 되고 만다.
-.淡泊: 담박하다. 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하다.
-.須從: 모름지기 따르다.
-.濃艷: 명예와 부귀에 대한 탐욕이 물든 상태.
-.紛紜: 시끄럽고 떠들썩함. 세상이 복잡하고 어지러움.
-.勘過: 검사하여 통과시킴.
-.操持: 마음에 확고하게 지닌 뜻, 올바른 길을 가며 변함없는 지조.절개
24. 유사시 일이 없을때처럼 침착하면 위험을 면한다.
無事常如有事時提防 纔可以彌意外之變
무사상여유사시제방 재가이미의외의변
有事常如無事時鎮定 方可以銷局中之危
유사상여무사시진정 방가이소국중지위.
문제가 없을 때에도 유사시처럼 항상 방비하면 뜻밖의 사태를 막을 수가 있고,
유사시에도 문제가 없을 때처럼 침착하면 당면한 위험을 면할 수 있다.
-.彌 : 미륵 미, 널리 미, 그칠 미, 銷 : 녹일 소, 사라지게 할 소
25. 남에게 은혜를 베풀고, 해악을 제거해 주는 것이 자기에게 이익이다.
處世 而欲人感恩 便爲斂怨之道
처세 이욕인감은 편위염원지도
遇事 而爲人除害 卽是導利之機
우사 이위인제해 즉시도리지기
처세함에 남이 내 은혜에 감동하게 하는 것이 바로 원망을 사라지게 하는 길이며,
일 처리시 남의 해악을 없애게 해주는 것이 바로 나에게 이익이되는 계기이다.
-.斂怨 : 거둘 렴, 원망할 원
26. 몸가짐을 확고부동하게 하고, 일은 여유있게 처리한다.
持身 如泰山九鼎 凝然不動 則愆尤自少
지신 여태산구정 응연부동 즉건우자소
應事 如流水落花 悠然而逝 則趣味常多
응사 여유수낙하 유연이서 즉취미상다
몸가짐을 태산이나 큰 솥과 같이 하여 확고부동하면 허물과 과실이 저절로 줄어든다.
일 처리에는 낙화유수처럼 여유있게 하면 유유자적한 흥취가 많을 것이다.
-. 凝 : 엉길 응, 愆 : 허물 건, 尤 :더욱 우, 과실 우, 오히려 우, 탓할 우, 悠 : 멀 유, 아득할 유
27. 사람 사귀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君子嚴如介石 而畏其難親 鮮不以明珠爲怪物 而起按劍之心
군자엄여개석 이외기난친 선불이명주위괴물 이기안검지심
小人滑如脂膏 而喜其易合 鮮不以毒螫爲甘飴 而縱染指之欲.
소인골여지고 이희기역합 선불이독석위감이 이종염지지욕
군자(君子)는 바위와 같이 엄격하여 함부로 친해지기 어렵다. 그래서 맑은 구슬을 보고 괴이한 물건으로 여겨 칼로 제거하려는 마음을 가진자가 적지 않다.
소인(小人)은 기름처럼 미끄러워 타인과 영합하기가 쉽다. 그래서 해로운 독을 감미로운 엿처럼 생각하여 마구 손가락에 묻혀보려는 자가 적지 않다.
-. 介石 : 굳은 바위, 按 : 누를 안. 쓰다듬을 안, 螫 : 쏠 석. 독 석, 飴 : 엿 이, 縱 : 세로종. 놓을 종
28. 일을 처리할 때는 침착하게 하고, 사람을 대할때는 진실하게 대하라.
遇事 只一味鎭定從容 縱紛若亂絲 終當就緖
우사 지일미진정종용 종분약란사 종당취서
待人 無半毫矯僞欺隱 雖狡如山鬼 亦自獻誠.
대인 무반호교위기온 수교여산귀 역자헌성
어떤 일을 만나더라도 오직 한결같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순서를 잃지 않고 처리하면, 그 일이 아무리 헝클어진 실과 같더라도 마침내는 순서대로 정리될 것이다.
사람을 대할 때 조금이라도 거짓과 숨김이 없이 진실하고 정당하게 상대하면, 아무리 산귀신과 같이 교활한 사람이라도 스스로 성실한 태도를 보일 것이다.
-. 就緖 : 일이 잘 되어 감. 실마리 서, 矯僞 : 속여 꾸밈, 欺隱 : 속이고 감춤.
29. 따뜻한 마음과 맑은 기개를 지녀라.
肝腸煦若春風 雖囊乏一文 還憐煢獨
간장후약춘풍 수낭핍일분 환련경독
氣骨淸如秋水 縱家徒四壁 終傲王公.
기골청여추수 종가도사벽 종오왕공
마음이 봄바람처럼 따뜻하면 주머니에 한 푼도 없는 가난한 신세일지라도 오히려 외로운 사람을 가엾게 여긴다. 그리고 기개가 가을 물처럼 맑으면 그 사는 집이 옹색하더라도 결국은 왕이나 귀족의 부귀를 우습게 여긴다.
-. 煦 : 따뜻하게 할 후, 乏 : 모자랄 핍, 煢 : 외로울 경, 傲 : 거만할 오.
30. 굶주리고 곤궁한 이웃을 도와라.
費千金 而結納賢豪 孰若傾半瓢之粟 以濟飢餓之人,
비천금 이결납현호 숙약경반표지속 이제기아지인
構千楹 而招來賓客 孰若葺數椽之茅 以庇孤寒之士.
구천영 이초래빈객 숙약즙수연지모 이비고한지사.
큰돈을 써서 현자와 호걸들과 어울리는 일이 어찌 반 바가지의 좁쌀로 굶주린 사람을 구하는 일과 같을 것이며, 호화로운 저택을 지어 손님을 초대하는 일이 어찌 조촐한 초가집에 가난하고 외로운 선비가 들어가 살게 하는 일과 같을 것인가.
-. 楹 : 기둥 영, 葺: 기울 즙. 지붕이을 집, 茅 : 띠 모, 庇 : 덮을 비. 감쌀 비
31. 솔직 담백한 모습이 좋다.
市恩 不如報德之爲厚 雪忿 不如忍恥之爲高
시은 불여보덕지위후 설분 불여인치지위고
要譽 不如逃名之爲適 矯情 不如直節之爲眞
요예 불여도명지위적 교정 불여직절지위진.
은혜를 파는 것은 덕을 갚는 후의만 못하고, 분한 마음을 설욕하는 것은 부끄러움을 잘 참는 높은 뜻만 못하다.
명예를 추구하는 것은 명성을 멀리하는 자적함만 못하고, 감정을 억지로 억누르는 일은 곧은 마음의 진실됨만 못하다.
-. 雪忿 : 분함을 쓸다. 씻다. 適 : 맞을 적. 알맞다. 矯情 :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감정을 억눌러 겉에 드러내지 않는 것.
32. 신중하고 천천히 일을 해 내간다.
救旣敗之事者 如御臨崖之馬 休輕策一鞭
구기패지사자 여어임애지마 휴경책일편
圖垂成之功者 如挽上灘之舟 莫少停一棹
도수성지공자 여만상탄지주 막소정일도.
이미 실패한 일을 되살리려는 사람은 낭떠러지에 가까이 간 말을 부리는 것 처럼 채찍을 함부로 휘두르지 말며,
일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둔사람은 여울을 거슬러 배를 끌어 올리듯 잠시도 노를 멈추어선 안된다.
-. 鞭 : 채찍 편, 挽 : 당길 만, 棹 : 노 도
33. 젊은이는 조급한 마음을, 노인은 나태한 기질을 버려야 한다.
少年的人 不患其不奮迅 常患以奮迅而成鹵莽 故當抑其躁心
소년적인 불환기불분신 상환이분신이성노망 고당억기조심.
老成的人 不患其不持重 常患以持重而成退縮 故當振其惰氣
노성적인 불환기부지중 상환이지중이성퇴축 고당진기타기
젊은이는 기세등등하지 못할까 염려할 것이 아니라, 너무 기세등등하여 허점이 많을 것을 항상 염려해야 하므로, 조급한 마음을 억제해야 한다.
노인은 진중하지 못할까를 염려할 것이 아나라, 지나치게 진중해서 위축되고 소극적이 될 것을 염려해야 하므로, 나태한 기질을 떨쳐버려야 한다.
-. 奮迅 : 분발하여 일어나 기세가 대단함. 鹵莽: 소금로.우거질 망. 행동이 단순하고 경솔함.성질이나 재질이 무디고 거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