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단상/菜根譚 (채근담)

V. 개론 (槪論) 21 - 40

도원 정운종 2023. 2. 28. 22:12

21.  잠시라도 욕망의 편안함에 빠져서는 안된다.

欲路上事 毋樂其便而姑爲染指 一染指 便深入萬仞

욕로상사 무락기편이고위염지 일염지 변심입만인

理路上事 毋憚其難而稍爲退步 一退步 便遠隔千山

이로상사 무탄기난이초위퇴보 일퇴보 변원격천산.

 

욕정에 관계된 일은 그 편안함에 빠져 잠시라도 손가락에 묻지 않게 해야 한다.

한 손가락이라도 묻히면 곧바로 만 길 깊은 구렁에 떨어지게 된다.

도리에 관계된 일은 그 어려움을 꺼려하여 조금이라도 물러나서는 안 된다.

한 걸음이라도 물러서게 되면 곧 천 산이 가로막힌 듯 멀어지게 되리라.

-. 姑 : 시어머니 고/빨아먹을 고/잠시 고 , 稍 : 점점 초/끝 초/약간 초. 구실 소

 

22. 배우는 이는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學者要收拾精神 倂歸一路

학자요수습정신 병귀일처

如修德而留意於事功名譽 必無實詣

여수덕이유의어사공명예 필무실예

讀書而寄興於吟咏風雅 定不深心

독서이기흥어음영품아 정불심심

 

배우는 이는 마땅히 정신을 가다듬어 한 곳에 모아야 한다.

만일 덕을 닦으면서 뜻을 사업의 공적이나 명예에만 둔다면 반드시 그 진실에 이르지 못한다.

책을 읽으면서 흥을 읊조리는 풍류나 놀이에만 붙이게 되면 결코 깊이 깨닫지 못한다.

詣 : 이를 예

 

23. 모든 사람의 본심에는 큰 자비심이 있다.

人人有個大慈悲 維摩屠劊 無二心也.
인인유개대자비 유마도회 무이심야.

處處有種眞趣味 金屋茅簷 非兩地也.
처처유종진취미 전옥모첨 비량지야.

只是欲蔽情封 當面錯過 使咫尺千里矣.
지시욕폐정봉 당면착과 사지척천리의.
 

사람은 모두 큰 자비심을 가지고 있으나 유마와 백정의 마음이 다르지 않고,

사는 곳이 어디든 모두 일종의 참된 취미가 있으니 황금으로 꾸민 집과 초가집은 다르지 않다.

다만 사람들이 물욕에 덮이고 감정에 사로잡혀 눈앞에 두고도 잘 못 봄으로 지척이 천리의 차이를 낳게 된다.

-. 維摩 : 유마거사. 석가모니 부처의 재가 제자.  屠劊 : 죽일 도, 끊을 회, 가축 도살자 또는 사행집행인.

-. 茅簷 : 띠 모. 처마 첨, 咫 : 여덟치 지

 

24. 물욕을 끊고 도를 딲는다.

進德修道 要個木石的念頭 若一有欣羨 便趨欲境
진덕수도 요개목석적염두 약일유흔선 변추욕경

濟世經邦 要段雲水的趣味 若一有貪着 便墮危機.
제세경방 요단운수적취미 약일유탐착 변타위기.

 

덕을 기르고 도를 닦는 때는 다소 목석 같은 마음을 지녀야만 한다.
만약 조금이라도 탐내고 부러워하는 마음이 있으면 곧 물욕의 세계에 빠진다.

세상을 구제하고 나라를 경영하는 때는 모름지기 구름이나 물 같은 취미를 가져야 한다.
만약 조금이라도 탐내고 집착하는 마음이 있으면 곧 위험에 빠지게 된다.

-. 欣羨 : 기쁠 흔. 부러워할 선, 趨 : 달아날 추

 

25. 어두운 곳에서도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肝受病 則目不能視 腎受病則 耳不能聽
간수병 즉목불능시 신수병즉 이불능청

病受於人所不見 必發於人所共見
병수어인소불견 필발어인소공견

故君子欲無得罪於昭昭 先無得罪於冥冥.
고군자욕무득죄어소소 선무득죄어명명.

 

간이 병 들면 눈이 보이지 않게 되고 신장이 병 들면 귀가 들리지 않게 된다.

병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생겨 남들이 모두 볼 수 있는 곳에 나타난다.

그러므로 군자는 밝은 곳에서 죄가 없으려면 먼저 어두운 곳에서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

 

26. 남에게 베푼 공덕은 보상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我有功於人 不可念 而過則不可不念.
아유공어인 불가념 이과즉불가불념.

人有恩於我 不可忘 而怨則不可不忘.
인유은어아 불가망 이원즉불가불망.

 

내가 남에게 베푼 공덕은 생각하지 말고, 내가 남에게 잘못한 점은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남이 나에게 베푼 은혜는 잊어서는 안 되나, 남이 나에게 끼친 원망은 잊어버려야 한다.

 

27. 마음 바탕이 깨끗해야 옛것을 배울 만 하다.

心地乾淨 方可讀書學古
심지건정 방가독서학고

不然 見一善行 竊以濟私 聞一善言 假以覆短
불연 견일선행 절이제사 문일선언 가이복단

是又藉寇兵而齎盜糧矣.
시우자구병이재도량의.
 

마음 바탕이 맑고 깨끗하여야 비로소 책을 읽고 옛것을 배울 만하다.

그렇지 않으면 한 가지 착한 행실을 보면 훔쳐서 자기의 사사로운 일을 비호하고,
한 가지 착한 말을 들으면 빌려서 자기의 단점을 덮게 된다.

이 것은 강도에게 무기를 빌려주고 도적에게 양식을 대주는 것과 같다.

-. 藉 : 깔 자, 짓밟을 적, 빌릴 차,   齎 : 재물 재, 탄식하는 소리 자, 가져올 제

 

28. 검약하는 이는 가난해도 여유가 있다.

奢者富而不足 何如儉者貧而有餘

사자부이부족 하여검자빈이유여

能者勞而府怨 何如拙者逸而全眞

능자노이부원 하여졸자일이전진

 

사치하는 이는 부자가 되도 만족하지 못하니, 어찌 검소한 사람이 가난하면서도 여유 있게 사는 것만 같겠는가.

유능한 사람은 수고를 다하고도 남의 원망을 받으니, 어찌 서투른 사람이 한가로우면서도 본성을 지킴만 같으리오.

-.奢: 사치할 사, 府怨: 원망을 모아들임,  逸: 편안할 일. 없어질 일  

 

29. 학문을 연구하여 성현의 말과 글을 본받아 실천해야 한다.

讀書不見聖賢 爲鉛槧傭  居官不愛子民 爲衣冠盜

독서불견성현 위연참용 거관불애자민 위의관도

講學不尙躬行 爲口頭禪  立業不思種德 爲眼前花

강학불상궁행 위구두선  입업불사종덕 위안전화

 

책을 읽어도 성현을 보지 못하면 붓과 서판에게 부림을 받는 것이고, 벼슬자리에 있어도 백성을 자식같이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는 관복을 입은 도둑이다.

학문을 연구해도 몸소 실천하지 않는다면 공염불이 되는 것이요, 업적을 세우고도 덕을 심을 생각을 하지 않으면 눈앞에 어른거리는 꽃과 같다.

-.鉛: 납 연.흑연 연,  槧: 나무판 참  

 

30. 배우는 이는 외부 사물에서 벗어나 근본을 찾아야 한다.

人心有一部眞文章 都被殘編斷簡封錮了

인심유일부진문장 도피잔편단간봉고료

有一部眞鼓吹 都被妖歌艶舞湮沒了

유일부진고취 도피요가농무인몰료

學者須掃除外物 直覔本來 纔有個眞受用

학자수소제외물 직멱본래 재유개진수용

 

사람의 마음속에는 한 부의 참된 문장(文章)이 있지만, 오래되어 낡고 쓸모없는 글들 때문에 봉쇄되어 버린다.

누구나 한 가락의 참 풍류가 있지만, 요염한 노래와 춤 때문에 없어져 버린다.

 배우는 사람은 모름지기 외부의 사물을 쓸어 없애고, 본래의 참마음을 찾아야 비로소 하나의 참다움이 있을 것이다.

-.都被: 모두 영향을 받다, 殘編斷簡: 단편적으로 남은 옛 기록, 封錮: 봉할 봉. 막을 고,   鼓吹: 북 고. 불 취

-. 湮沒: 잠길 인. 가라앉을 몰 , 覔: 찾을 멱,  纔: 겨우 재. 비로소 재

 

31. 한 때의 부귀와 권력은 곧 시든다.

富貴名譽 自道德來者 如山林中花 自是舒徐繁衍

부귀명예 자도덕래자 여산림중화 자시서서번연

自功業來者 如盆檻中花 便有遷徙廢興

자공업래자 여분함중화 변유천사폐흥

若以權力得者 如甁鉢中花 其根不植 其萎可立而待矣

약이권력득자 여병발중화 기근불식 기위가립이대의

 

부귀와 명예를 도와 덕으로 얻은 것은 숲 속의 꽃과 같아서 저절로 자라나 번성하고,

공적으로부터 이룬 것은 화분이나 화단 속의 꽃과 같아서 문득 옮겨지기도 하고 뽑히거나 피어나기도 한다.

만약 권력으로써 얻은 것은 꽃병 속의 꽃과 같아서 뿌리가 없으니 못내 시들기만을 기다린다.

- 繁衍 : 번성할 번. 넓을 연, 盆檻 : 동이 분. 난감 함

 

32. 도와 덕을 지키는 사람은 적막하게 지낸다.

棲守道德者 寂寞一時 依阿權勢者 凄凉萬古 

서수도덕자 적막일시 의아권세자 처량만고

達人觀物外之物 思身後之身 寧受一時之寂寞 無取萬古之凄凉

달인관물외지물 사신후지신 영수일시지적막 무취만고지처량

 

도덕을 지키며 사는 이는 한때 적막히 지내지만 권세에 의지하고 아부하는 이는 영원히 처량하다.

달인은 사물을 볼때 사물 밖의 사물을 보고 죽은 뒤의 자신을 생각한다.

차라리 한때 적막함을 받을지언정 만고의 처량한 신세가 되는 길을 취하지 않는다.

 

33. 사람들의 모범이 되어라.

春至時和 花尙鋪一段好色 鳥且囀幾句好音
춘지시화 화상포일단호색 조차전기구호음

士君子 幸列頭角 復遇溫飽 不思立好言行好事 
사군자 행렬두각 부우온포 불사입호언행호사 

雖是在世百年 恰似未生一日.
수시재세백년 흡사미생일일.

 

봄이 와서 시절이 화창하면 꽃은 한층 더 아름답게 피어나고
새도 또한 몇 마디 고운 소리를 지저귄다.

선비가 다행히 세상에 두각을 나타내어 따뜻하고 배부르게 살면서도 좋은 말과 좋은 일을 할 생각이 없다면

비록 백 년을 살지라도 하루도 살지 못한 것과 같다.

- 鋪 : 펼 포. 가게 포, 囀 : 지저귈 전

 

34. 뛰어난 재주를 가진이는 함부로 자랑하지 않는다.

眞廉無廉名 立名者 正所以爲貪 大巧無巧術 用術者乃所以爲拙·

진렴무염명 입명자 정소이위탐 대교무교술 용술자내소이위졸

 

참된 청렴함에는 청렴하다는 이름조차 없으니 그런 이름을 얻으려는 것은 바로 탐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큰 솜씨는 정교한 기술이 따로 없다. 기술을 쓰는 것은 재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35. 마음이 밝고 떳떳하면 밝고 푸른 하늘과 같다.
心體光明 暗室中有靑天 念頭暗昧  白日下生廬鬼
심체광명 암실중유청천 염두암매  백일하생려귀

마음 바탕이 밝으면 어두운 방 안에도 푸른 하늘이 있으며,
생각이 어둡고 어리석으면 대낮에도 도깨비가 나타난다.

- 廬 : 주막 려

 

36. 악함 속에도 개선의 길이 있다.

爲惡而畏人知 惡中猶有善路

위악이외인지 악중유유선로

爲善而急人知 善處卽是惡根

위선이급인지 선처즉시악근

 

악한 일을 하고서 남이 알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악한 가운데 오히려 선의 길이 있음이고,

선한 일을 하고서 남들이 알아주기를 급급한 것은 선함 속에 악의 뿌리가 있음이다.

 

37. 군자는 편안한 곳에서 위기를 생각한다.

天之機緘不測 抑而伸 伸而抑 皆是播弄英雄 顚倒豪傑處

천지기함불측 억이신 신이억 개시파롱영웅 전도호걸처

君子只是逆來順受 居安思危 天亦無所用其伎倆矣

군자지시래역순수 거안사위 천역무소용기기량의

 

하늘이 하는 일은 헤아릴 수가 없다. 눌렀다가는 펴주고 펴주었다가는 누른다.

영웅을 조롱하고 호걸들을 거꾸렸다 하는 것이 이것이다.

군자는 다만 역경이 오면 순순히 받아 들이고, 편안한 때에도 위태로움을 생각하므로 하늘도 그 기량을 쓸 수 없다.

- 緘 : 봉할 함, 播 : 뿌릴 파

 

38. 복을 부르는 원인을 쌓아라.

福不可徼 養喜神 以爲召福之本而已 
복불가요 양희신 이위소복지본이이

禍不可避 去殺機 以爲遠禍之方而已.
화불가피 거살기 이위원화지방이이
 

복은 구한다고 오는 것이 아니다.
남에게 베푸는 마음을 길러 복을 부르는 근본을 삼을 따름이다.

화란 피하려 해서 피해지는 것이 아니다.

제 마음 속의 살기를 버려서 화를 멀리 하는 방도를 삼을 따름이다.

- 徼 : 돌 요. 구할 요, 

 

39. 마음이 따뜻한 사람에게 복이 온다.

天地之氣 暖則生 寒則殺 故性氣淸冷者 受享亦凉薄 唯氣和心暖之人 其福亦厚 其澤亦長

천지지기 난즉생 한즉살 고성기청냉자 수향역량박 유기화심난지인 기복역후 기택역장

천지의 기후가 따뜻하면 생명이 자라고 차가우면 죽는다. 그러므로 성품과 심기가 차가우면 받아 누리는 복도 얇고 차갑다.

심기가 온화하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만이 복이 두텁고 그 혜택 또한 오래간다.

 

40. 하늘의 도리는 넓다.

天理路上甚寬 稍游心 胸中便覺廣大宏朗
천리로상심관 초유심 흉중변각광대굉랑

人欲路上甚窄 纔寄迹 眼前俱是荊棘泥塗.
인욕로상심착 재기적 안전구시형극니도.

 

하늘의 도리는 매우 넓어 조금만 마음을 여기에 두어도 가슴속이 문득 넓고 명랑해짐을 깨닫게 된다.

욕망의 길은 매우 좁아서 조금만 여기에 발을 들여 놓아도 눈앞이 모두 가시밭이고 진창 길이다.

- 宏 : 클 굉, 窄 : 좁을 착, 纔: 조금.겨우, 寄 : 붙일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