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단상/推句 (추구)

推句 (추구) 4 - 강산을 노래함

도원 정운종 2023. 4. 10. 19:29

細雨池中看 微風木末知 花笑聲未聽 鳥啼淚難看

(세우지중간 미풍목말지 화소성미청 조제누난간

가랑비는 못 가운데서 보이고산들바람은 나무 끝에서 알 수 있다네.

꽃은 웃어도 소리는 들리지 않고, 새는 울어도 눈물을 보기 어렵네.

  

白鷺千點雪 黃鶯一片金 桃李千機錦 江山一畵屛

(백로천점설 황앵일편금 도리천기금 강산일화병

백로는 수천 송이 눈이요누런 꾀꼬리는 한 조각 금덩이네.

복숭아꽃 오얏꽃은 일 천 베틀의 비단이요 강산은 한 폭의 그림 병풍이다.

 

鳥宿池邊樹 僧敲月下門 棹穿波底月 船壓水中天

(조숙지변수 승고월하문 도천파저월 선압수중천

새는 연못 가 나무에서 잠자고스님은 달빛 아래 문 두드리네.

노는 파도 아래 달을 뚫고배는 물 속의 하늘을 누르네.

 

-. 1,2: 가도(賈島) 題李凝幽居(제이응유거)

閑居少隣並(한거소린병) 草徑入荒園(초경입황원)

鳥宿池邊樹(조숙지변수) 僧敲月下門(승고월하문)

過橋分野色(과교분야색) 移石動雲根(이석동운근)

暫去還來此(잠거환래차) 幽期不負言(유기불부언)

한가로이 사니 같이 할 이웃도 적고, 좁은 길로 가 잡초 무성한 뜰로 들어서니

새는 못 가 나무에서 잠자고, 스님은 달빛 아래 문 두드리네.

다리를 지나니 들판의 경치 다르고, 돌을 움직이니 구름이 이는구나.

잠시 갔다가 이곳에 다시 오리니, 깊숙이 맺은 약속 저버리지 않으리라.

 

-. 3,4  : 중국 송()나라 때 호자(胡仔)가 편찬한《초계어은총화(苕溪漁隱叢話)》에 나오는 일화. 신라(新羅)의 사신이 중국으로가 “물새는 떴다가 다시 잠기고산 구름 끊겼다 다시 이어져…….〔水鳥浮還沒山雲斷復連〕라는 시를 쓰자 당시의 유명한 시인인 가도(賈島)가 신라 사신이 쓴 시구에 이어서 “노는 파도 아래 달을 뚫고배는 물 속의 하늘을 누르네.〔棹穿波底月船壓水中天〕라는 시를 쓰자 신라 사신이 오래도록 감탄하고 다시는 시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高山白雲起 平原芳草綠 水連天共碧 風與月雙淸

(고산백운기 평원방초록 수연천공벽 풍여월쌍청

높은 산에는 흰 구름 일고 넓은 들에는 고운 풀이 푸르러

물은 하늘과 이어져 함께 푸르고 바람은 달과 함께 모두 맑구나

 

山影推不出 月光掃還生 水鳥浮還沒 山雲斷復連

(산영퇴불출 월광소환생 수조부환몰 산운단부연

산 그림자는 밀어내도 나가지 않고) 달빛은 쓸어도 다시 생기네.

물새는 떴다가 다시 잠기고 산 구름 끊겼다 다시 이어지네.

  

月移山影改 日下樓痕消 天長去無執 花老蝶不來

(월이산영개 이하루흔소 천장거무집 화로접불래

달 옮겨가니 산 그림자 바뀌고 해 저무니 누대 흔적 사라지네

하늘은 높아서 올라가도 잡을 수 없고 꽃이 시드니 나비조차 오지를 않네.

 

初月將軍弓 流星壯士矢 掃地黃金出 開門萬福來

(초월장군궁 유성장사시 소지황금출 개문만복래)

초생 달은 장군의 활이요 유성은 장사의 화살이구나.

땅을 쓰니 황금이 나오고 문을 여니 만복이 온다네.

  

鳥逐花間蝶 鷄爭草中蟲 鳥喧蛇登樹 犬吠客到門

(조축화간접 계쟁초중충 조훤사등수 견폐객도문

새는 꽃 사이의 나비를 쫓고 닭은 풀 속의 벌레를 다투네.

새 지저귀니 뱀이 나무에 오르고 개 짖어대니 길손이 문에 이르렀나 보다.

 

高峯撐天立 長江割地去 碧海黃龍宅 靑松白鶴樓

(고봉탱천립 장강할지거 벽해황룡택 청송백학루)

높은 봉우리는 하늘을 버티고 서 있고 긴 강은 땅을 가르며 흘러가는구나.

푸른 바다는 황룡의 집이요 푸른 소나무는 흰 학의 누대구나.

 

月到梧桐上 風來楊柳邊 群星陣碧天 落葉戰秋山

(월도오동상 풍래양류변 군성진벽천 낙엽전추산

달은 오동나무 위에 이르고 바람은 버드나무 가로 불어오네.

뭇 별들은 푸른 하늘에 진을 치고 지는 잎은 가을 산에서 싸움을 하네.

 

潛魚躍淸波 好鳥鳴高枝 雨後澗生瑟 風前松奏琴

(잠어약청파 호조명고지 우후간생슬 풍전송주금)

잠긴 물고기는 맑은 물결에서 뛰놀고 예쁜 새는 높은 가지에서 울고 있구나.

비온 뒤 시냇물은 비파소리를 내고 바람 앞의 소나무는 거문고를 연주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