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단상/推句 (추구)

抽句 (추구) 5 - 말과 소

도원 정운종 2023. 5. 1. 07:29

馬行千里路 牛耕百畝田 馬行駒隨後 牛耕犢臥原

(마행천리로 우경백무전 마행구수후 우경독와원

말은 천리의 길을 가고 소는 백 이랑의 밭을 가는 구나.

말이 길을 가니 망아지가 뒤따르고 소가 밭을 가니 송아지 들판에 누워 있구나.

 

狗走梅花落 鷄行竹葉成 竹筍黃犢角 蕨芽小兒拳

(구주매화락 계행죽엽성 죽순황독각 궐아소아권

강아지 달려가니 매화 꽃이 떨어지고 닭이 지나가니 댓닢이 생겨나네.

죽순은 누런 송아지 뿔이요 고사리순은 어린아이 주먹이구나.

 

天淸一雁遠 海闊孤帆遲 花發文章樹 月出壯元峰

(천청일안원 해활고범지 화발문장수 월출장원봉

하늘 맑은데 한 마리 기러기 멀리 날아가고 바다 너른데 외로운 돛단배 더디 가는구나.

꽃은 문장 나무에서 피어나고 달은 장원봉에서 나오는구나.

-      : 더딜 지

-      1,2구 출전 ;  送張舍人之江東(송장사인지강동) - 李白(이백)

張翰江東去(장한강동거) 正値秋風時(정치추풍시)

天淸一雁遠(천청일안원) 海闊孤帆遲(해활고범지)

白日行欲暮(백일행욕모) 滄波杳難期(창파묘난기)

吳洲如見月(오주여견월) 千里幸相思(천리행상사)

​장한(張翰)이 강동(江東)으로 떠나가니 바로 가을바람 일 때였다오.

하늘은 맑은데 기러기 한 마리 멀리 날아가고 바다는 넓은데 외로운 배 느리게 떠가네

밝은 해는 저물려 하고 푸른 물결은 아득하여 기약하기 어려워라.

오주(吳洲)에서 만일 달 보거든 천리 멀리 있는 이 몸 생각하오.

 

柳色黃金嫩 梨花白雪香 綠水鷗前鏡 靑松鶴後屛

(유색황금눈 이화백설향 녹수구전경 청송학후병

버드나무 빛깔은 황금 같이 곱고배꽃은 흰 눈처럼 향기로워라.

푸른 물은 갈매기 앞의 거울이요푸른 솔은 학 뒤의 병풍이네.

-      : 고울 눈

-      1,2: 宮中行樂事 其二(궁중행락사 기이) 李白(이백)

柳色黃金嫩 (류색황금눈) 梨花白雪香 (이화백설향)

玉樓巢翡翠 (옥루소비취) 珠殿鎖鴛鴦 (주전쇄원앙)

選妓隨雕輦 (선기수조련) 徵歌出洞房 (징가출동방)

宮中誰第一 (궁중수제일) 飛燕在昭陽 (비연재소양)

[궁중의 즐거움]

버들은 여린 황금빛이요, 배꽃은 향기로운 흰 눈 같네.

옥 누대에는 비취새 깃들여 있고, 구슬 전각에는 원앙새 갇혀 있네

기녀를 선발하여 화려한 수레를 따르게 하고, 歌妓(가기)를 불러 깊은 방에서 나오게 하는데

궁중에서 누가 제일인가, 소양전에 있는 조비연이라네

 

雨磨菖蒲刀 風梳楊柳髮 鳧耕蒼海去 鷺割靑山來

(우마창포도 풍소양류발 부경창해거 노할청산래

비는 창포의 칼을 갈고바람은 버드나무 머리칼을 빗질하네.

물오리는 푸른 바다를 갈며 떠나가고백로는 푸른 산을 가르며 오는구나.

-.  : 오리부, : 해오라기 로

 

花紅黃蜂鬧 草錄白馬嘶 山雨夜鳴竹 草蟲秋入牀

(화홍황봉뇨 초록백마시 산우야명죽 초충추입상

꽃이 붉으니 누런 벌들이 시끄럽고, 풀이 푸르니 백마가 울어대네.

산 비는 밤중에 대나무를 울리고풀벌레는 가을에 침상으로 들어오네.

 -. : 시끄러울 료,  : 울시

 

遠水連天碧 霜楓向日紅 山吐孤輪月 江含萬里風

(원수연천벽 상풍향일홍 산토고륜월 강함만리풍

아득한 물은 하늘과 이어져 푸르고서리 맞은 단풍은 해를 향해 붉구나.

산은 외로운 둥근 달을 토해내고강은 만리의 바람을 머금고 있네.

-      3,4: 花石亭 (화석정) - 율곡(栗谷) 이이(李珥)  

林亭秋已晩 (임정추이만騷客意無窮 (소객의무궁

遠水連天碧 (원수연천벽霜楓向日紅 (상풍향일홍

山吐孤輪月 (산토고륜월江含萬里風 (강함만리풍)

塞鴻何處去 (새홍하처거聲斷暮雲中 (성단모운중

[화석정에서]

숲 속 정자에 가을이 이미 저물었으니, 시인의 생각은 끝이 없어라.

먼 물은 하늘에 닿아 푸르고, 서리 맞은 단풍은 해를 향해 붉었네.

산은 외로운 보름달을 토하고, 강은 만 리를 부는 바람을 머금었네.

변방의 기러기 어디로 날아가는지, 그 소리 저무는 구름 속에 멀어져 가네.

 

露凝千片玉 菊散一叢金 白蝶紛紛雪 黃鶯片片金

(노응천편옥 국산일총금 백접분분설 황앵편편금

이슬이 맺히니 천 조각 구슬이요국화가 흩어지니 한 떨기 황금이라네.

흰 나비는 이리저리 흩날리는 눈이요누런 꾀꼬리는 조각조각 금이라네.

 

洞深花意懶 山疊水聲幽 氷解魚初躍 風和雁欲歸

(동심화의나 산첩수성유 빙해어초약 풍화안욕귀

골 깊으니 꽃 피려는 뜻 게으르고산 깊으니 물소리도 그윽하네.

얼음 녹으니 물고기가 처음 뛰놀고, 바람이 온화하니 기러기 돌아가려 하네.

 -. : 게으를 나, 혐오할 뇌

 

林風涼不絶 山月曉仍明 竹筍尖如筆 松葉細似針

(임풍량부절 산월효잉명 죽순첨여필 송엽세사침)

숲의 바람 시원함이 끊이지 않고산에 걸린 달 새벽에도 여전히 밝구나.

죽순은 뾰족하여 붓끝과 같고솔잎은 가늘어 바늘 같구나.

-. 1,2: 別輞川別業(별망천별업) - 王縉(왕진, 왕유 동생)

山月曉仍在(산월효잉재) 林風涼不絶(임풍량부절)

慇懃如有情(은근여유정) 惆悵令人別(추창령인별)

[망천 별장을 떠나며]

산에 걸린 달 새벽에도 여전히 밝고, 숲의 바람 시원함이 끊이지 않네.

은근한 정 아직도 남아 있는 듯, 이리도 슬픈 이별 하게 될 줄이야.

 

[別輞川別業(별망천별업) - 王維(왕유)]

依遲動車馬(의지동거마) 惆悵出松蘿(추창출송라)

忍別(인별청산거) 其如綠水何(기여록수하)

머뭇거리다 마침내 마차를 움직여, 슬퍼하며 송라(松蘿무성한 산속을 나오네.

마지못해 이 푸른 산을 떠나더라도, 흐르는 저 푸른 물은 어이하리.

 

魚戱新荷動 鳥散餘花落 琴潤絃猶響 爐寒火尙存

(어희신하동 조산여화락 금윤현유향 노한화상존

물고기 장난에 새로 핀 연잎 살랑이고새 흩어지니 남은 꽃 떨어지네.

거문고 젖어도 줄은 여전히 소리를 울리고화로 차가워도 불씨는 그대로 있네.

 

-. 1,2 : 遊東田(유동전)-사조()

戚戚苦無悰(척척고무종手共行樂(휴수공행략)

尋雲陟累榭(심운척루사) 隨山望菌閣(수산망균각)

遠樹曖仟仟(원수애천천) 生煙紛漠漠(생연분막막)

魚戱新荷動(어희신하동) 鳥散餘花落(조산여화락)

不對芳春酒(부대방춘주) 還望靑山郭(환망청산곽)

[동원에서 노닐며]

시름겨워 즐거움이 없는 것을 괴로워하며, 손을 잡고 함께 즐거움을 행하네

구름을 찿아 겹쳐진 정자에 오르고, 산을 따라 이층집 누각을 바라보네

먼 나무는 아득히 무성하고, 피어나는 안개는 어지러이 자욱하네

물고기 장난치니 새 연잎이 움직이고, 새가 흩어지니 남은 꽃이 떨어지네

꽃다운 봄의 술을 대하지 않고, 도리어 청산의 성곽을 바라보네

 

-. 3.4 : 독좌(獨坐) - 徐居正(서거정).  

獨坐無來客(독좌무래객) 空庭雨氣昏(공정우기혼)

魚搖荷葉動(어요하엽동) 鵲踏樹梢飜(작답수초번)

琴潤絃猶響(금윤현유향) 爐寒火尙存(로한화상존)

泥途妨出入(니도방출입) 終日可關門(종일가관문)

[독좌, 나홀로 앉아서]

찾는 이 없어 홀로 앉아 있으니, 뜰은 조용하고 날씨는 비올 듯 어둡네.

연못에 물고기 요동치니 연꽃잎 살랑살랑, 나무에 까치 앉으니 가지가 흔들흔들

흐린 날씨에 거문고 눅어도 소리는 여전해, 화로는 차가워도 불기는 남아 있네.

진흙길에 우리집 출입이 어려우니, 종일토록 빗장은 걸어두어도 괜찮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