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 개론 (槪論) 121 - 140
121. 만족할 줄 아는 사람
貪得者分金恨不得玉 封候怨不受公 權豪自甘乞丐
탐득자분금한부득옥 봉공원불수후 권호자감걸개
知足者黎羹旨於膏粱 布袍煖於狐貉 編民不讓王公
지족자여갱지어고량 포포난어호학 편민불양왕공
욕심이 많은 자는 금을 받아도 옥을 얻지 못함을 한탄하고, 후작으로 봉해도 공작이 되지 못함을 원망하며, 권세가 있고 부유하면서도 스스로 걸인 같은 태도를 마지하지 않는다.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보잘 것 없는 나물국도 고기국 보다 맛있게 여기고, 삼베옷을 여우,담비 가죽 옷 보다도 따뜻하게 여기며, 일반 백성이라도 왕공에게 굽신거리지 않는다.
-. 候 : 다섯 지위가운데 두 번째. 公이 첫 번째.
-. 乞丐 (빌걸 빌개) : 거지의 생활
-. 編民 :호적에 편입된 평민.
122. 욕심있는 이는 운치도 사라진다.
山林是勝地 一營戀 便成市朝
산림시승지 일영연 편성시조
書畵是雅事 一貪痴 便成商賈
서화시아사 일탐치 편성상고
蓋心無染著 欲界是仙都 心有係戀 樂境成苦海矣.
개심무염자 욕계시선도 심유계연 낙경성고해의
산림은 아름다운 곳이다 그러나 집착하면 시장판되고,
서화는 고상한 취미지만 그러나 탐하는 어리석음에 매달리면 장사치가 된다.
마음이 오염이나 집착에서 멀어지면 욕망의 세계도 신선의 세계가 되고,
얽매임이 있으면 낙원의 세계도 고해로 만든다.
-. 營戀 : 미혹되고 그리워하다. 營 : 경영하다. 현혹하다.
-. 朝 : 조정, 모이다. 賈 : 값가. 장사고
123. 조용하면 마음이 맑아진다.
時當喧雜 則平日所記憶者皆漫然忘去
시당원잡 즉평일소기억자개만연망거
境在淸寧 則夙昔所遺忘者又恍爾現前
경재청녕 즉숙석소유망자우황이현전
可見靜躁稍分 昏明頓異也
가견정조초분 혼명돈이야
시끄럽고 번잡한 때를 당하면 곧 평소에 기억하던 것도 모두 멍하니 잊어버리고,
맑고 편안한 경지에 있으면 지난날에 잊어버렸던 것도 또한 뚜렷이 앞에 나타난다.
가히 조용함과 시끄러움이 조금만 달라져도 마음의 어둡고 밝음이 뚜렷이 드러난다.
-. 躁 : 조급할 조.떠들 조, 稍 : 점점 초. 문득 초
124. 세속을 등질 필요는 없다.
出世之道 卽在涉世中 不必絶人以逃世
출세지도 즉재섭세중 불필절인이도세
了心之功 卽在盡心內 不必絶欲以灰心
요심지공 즉재진심내 불필절욕이회심
세속을 벗어나는 길은 곧 세상을 잘 헤쳐 나가는 데 있으므로
반드시 세상 사람들과 관계를 끊고 세상을 등질 필요는 없다.
마음을 깨닫는 공부는 곧 마음을 다 하는 속에 있으므로
반드시 욕망을 끊고 마음을 식은 재와 같이 할 필요는 없다.
-. 了心 : 마음 깨달음
125. 출세를 바라지 않으면 관직의 위태로움을 두려워 하지않는다.
我不希榮 何憂乎利祿之香餌
아불희영 하우호이녹지향이
我不競進 何畏乎仕官之危機
아불경진 하외호사관지위기
내가 영화를 바라지 않으면 이익과 녹봉의 유혹을 무엇하러 걱정하겠으며,
내가 출세를 다투지 않으면 관직의 위태로움을 무엇하러 두려워하겠는가.
-. 餌 : 미끼 이, 유혹할 이
126. 내가 없다는 것을 알아라.
世人只緣認得我字太眞 故多種種嗜好 種種煩惱
세인지연인득아자태진 고다종종기호 종종번뇌
前人云 不復知有我 安知物為貴
전인전 불부지유아 안지물위귀
又云 知身不是我 煩惱更何侵 眞破的之言也.
우운 지신부시아 번뇌경하침 진파적지언야.
세상 사람들이 '나'를 너무 진지하게 인색하여 갖가지 애착과 번뇌가 생긴다.
옛 사람은 "내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면 어찌 다른 사물의 귀함을 알겠는가." 했고,
또 "이몸이 내가 아님을 알면 번뇌가 어떻게 침범하겠는가"라고 해따. 실로 핵심을 꿰뚫는 말이다.
127. 인간의 객기와 욕망은 만족시키기 어렵다.
眼看西晉之荊榛 猶矜白刃 身屬北邙之狐兎 尙惜黃金
안간서진지형진 유긍백인 신속북망지호토 상석황금
語云 猛獸易伏 人心難降 谿壑易塡 人心難滿 信哉.
어운 맹수이복 인심난항 계학이전 인심난만 신재.
눈으로 서진의 가시덤불을 보면서도 빛나는 칼날을 자랑하고,
북망산의 여우와 토끼에게 바쳐질 몸이면서도 오히려 황금을 아낀다.
옛말에 이르기를 ‘사나운 짐승은 쉽게 굴복시킬 수 있으되 사람의 마음은 항복받기가 어렵고,
산골짜기는 쉽게 메울 수 있으되 사람의 마음은 채우기가 어렵다’고 하였으니 진실로 그러하다.
128. 한때 부귀도 구름처럼 흩어진다.
狐眠敗砌 兎走荒臺 盡是當年歌舞之地
호면패체 주토황대 진시당년가무지지
露冷黃花 烟迷衰草 悉屬舊時爭戰之場
노랭황화 ̖연미쇠초 실속구시쟁전지장
盛衰何常 强弱安在 念此 令人心灰.
성쇠하상 강약안재 념차 영인심회
여우가 무너진 돌계단에서 잠들고, 토끼는 황폐한 궁궐터를 내 달리지만
이는 다 그 옛날 노래하고 춤추던 곳이요
이슬이 국화에 싸늘히 맺히고 안개는 시든 풀에 어리니
이는 다 그 옛날의 전쟁터.
성하고 쇠함이 어찌 늘 같을 것이며, 강하고 약함이 어찌 따로 정해져 있겠는가
이를 생각하면 우리 마음도 재처럼 식어진다.
-. 砌 : 섬돌 체
129. 불나방이나 올빼미의 어리석은 삶과 같다.
晴空朗月 何天 不可翶翔 而飛蛾獨投夜燭
청공낭월 하천 불가고상 이비아독투야촉
淸泉綠卉 何物 不可飮啄 而鴟鴞偏嗜腐鼠
청천녹훼 하물 불가음탁 이치효편기부서
噫 世之不爲飛蛾鴟鴞者 幾何人哉.
희 세지불위비아치효자 기하인재
하늘 맑고 달 밝으니 어디론들 날지 못하겠나만
불나방은 유독 밤 촛불에 몸을 던진다.
맑은 샘과 푸른 풀 무엇인들 먹고 마실 것이 없겠나만
올빼미는 고작 썩은 쥐를 즐긴다.
아. 이세상에서 불나방과 올빼미처럼 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 翶翔 : 날 고(빙빙 돌며 남), 날 상 (날개를 움직이지 않고 남)
-. 蛾 : 나방 아. 개미 의, 卉 : 풀 훼, 鴟鴞 : 올빼미 치, 부엉이 효
130, 권세와 승부에 초연한 달인
權貴龍驤 英雄虎戰 以冷眼視之 如蟻聚羶 如蠅競血
권귀용양 영웅호전 이냉안시지 여의취전 여의경혈
是非蜂起 得失蝟興 以冷情當之 如冶化金 如湯消雪
시비봉기 득실위흥 이냉정당지 여야화금 여탕소설.
권세 있고 부귀한 사람들은 용처럼 다투고, 영웅호걸들은 범처럼 싸우는데
냉정한 눈으로 보면 마치 개미떼가 누린내를 찾아 모여들고, 파리 떼가 피를 다투어 빠는 것과 같다.
시비를 따지는 마음이 벌떼처럼 일어나고, 이해득실이 고슴도치 털처럼 일어나도
냉정한 마음으로 대하면 풀무가 쇠를 녹이는 것 같고, 끓는 물이 눈을 녹이듯 사라진다.
-. 驤 : 머리들 양, 蟻 : 개미 의, 羶 : 누린내 전. 향기 형,
-. 蠅 : 파리 승, 蝟 : 고슴도치 위
131. 자신이 주체되어 외물을 변화시켜라.
以我轉物者 得固不喜 失亦不憂 大地盡屬逍遙
이아전물자 득고불희 실역불우 대지진속소요
以物役我者 逆固生憎 順亦生愛 一毛便生纏縛
이물역아자 역고생증 순역생애 일모변생전박
자신이 사물을 움직이게 하는 사람은
얻어도 기뻐하지 않고 잃어도 근심하지 않고 넓은 대지를 마음껏 소요한다.
사물이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사람은
역경을 짐짓 미워하고 순탄한 길만을 좋아하여 털끝 만한 것에도 속박된다.
-. 纏縛 : 얽을 전, 얽을 박, 중생의 번뇌.
132. 태어나기 전과 죽은 후를 생각하면
試思未生之前有何象貌 又思既死之後作何景色
시사미생지전유하상모 우사기사지후작하경색
則萬念灰冷 一性寂然 自可超物 外遊象先
칙만념회랭 일성적연 자가초물 외유상선
태어나기 전에 어떤 모습이었을지, 죽은 후에는 어떤 행색일지를 한번 생각해보라.
그러면 만가지 생각이 타버린 재처럼 식고, 오직하나 본성만이 고요히 남으니 스스로 사물을 초월하며 형상이 나뉘기 전의 세계에 소요하게 된다.
133. 물방울이 돌을 뚫는다.
繩鋸木斷 水滴石穿 學道者須加力索
승거목단 수적석천 학도자수가력색
水到渠成 瓜熟蒂落 得道者一任天機
수도거성 과숙체락 득도자일임천기
새끼로 톱질 해도 나무를 자르고, 물방울이 떨어져 돌을 뚫으니,
도를 배우는 사람은 모름지기 꾸준하게 노력해야 한다.
물은 도랑이 되고, 오이는 익으면 꼭지가 떨어지듯
도를 얻으려는 사람은 온전히 하늘의 움직임에 맡겨야 한다.
-. 鋸 :톱질할 거, 加力索=要勞力, 蒂 :꼭지 체
134. 인생은 원래 꼭두각시 놀음이다.
人生原是一傀儡 只要把柄在手
인생원시일괴뢰 지요근체재수
一線不亂 卷舒自由 行止在我.
일선불란 권서자유 행지재아
一毫不受他人提掇 便超出此場中矣
일호불수타인제철 변초출차장중의
인생은 원래 꼭두각시 놀음이니
단지 좌지우지하는 권한을 손에 쥐고
한 가닥의 실도 헝클어지지 않게 하고, 감고 풀음을 자유롭게 하고, 나아가고 멈춤을 내 맘대로 하여 조금도 남의 간섭을 받지 말아야 곧 이 놀이마당에서 벗어날 수 있다.
-. 傀儡: 허수아비 괴, 꼭두각시 뢰(뇌)
-. 提掇: 끌 제, 주을 철
135. 권세와 이익에 가까이 하되 물들지 않는 사람이 더욱 깨끗하다.
勢利粉華 不近者爲潔 近之而不染者 爲尤潔
세리분화 불근자위결 근지이불염자 위우결
智械機巧 不知者爲高 知之而不用者 爲尤高
지계기교 부지자위고 지지이불용자 위우고
권세와 이익과 사치와 화려함에 가까이 하지 않는 자는 깨끗하지만,
이를 가까이 하면서도 물들지 않는 사람을 더욱 깨끗하다고 한다.
잔재주와 권모와 술수와 교묘함을 모르는 사람을 높다고 하지만,
알면서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더욱 높다고 한다.
136. 천지의 기운은 잠시도 쉬지 않는다.
天地寂然不動 而氣機無息少停
천지적연부동 이기기무식소정
日月晝夜奔馳 而貞明萬古不易
일월주야분치 이정명만고불역
故君子 閒時要有喫緊的心思 忙處要有悠閒的趣味
고군자 한시요유끽긴적심사 망처요유유한적취미
천지는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지만 기의 움직임은 잠시도 쉬지 않으며,
일월은 밤낮으로 부지런히 달리지만 그 빛은 만고에 바뀌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한가한 때에도 긴박한 마음을 가져야 하고,
바쁜 경우에도 여유 있는 의취(意趣)가 필요하다.
-. 喫緊 : 먹을 끽, 긴할 긴, 긴박함.
137. 도덕와 인의의 마음을 놓아야 성인의 경지에 이른다.
放得功名富貴之心下 便可脫凡
방득공명부귀지심하 변가탈범
放得道德仁義之心下 纔可入聖
방득도덕인의지심하 재가입성
부귀공명에 대한 마음을 모두 놓아 버려야 범속의 자리를 벗어날 수 있으며,
인의와 도덕에 대한 마음을 모두 놓아 버려야 비로소 성인의 경지에 들어설 수 있다.
138. 선한 사람은 잠자는 동안에도 온화한 기운을 띤다.
吉人 無論作用安詳 則夢寐神魂 無非和氣
길인 무론작용안상 즉몽매신혼 무비화기
凶人 無論行事狼戾 則聲音笑語 渾是殺機
흉인 무론행사낭려 즉성음소어 혼시살기
선인은 평소의 동작이 잔잔함은 말할 것도 없고 잠자는 동안 까지도 화락한 기운을 띠지 않는 것이 없으며,
악인은 평소의 행동이 사나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목소리와 웃으며 하는 말까지 온통 살생의 기미를 담고 있다.
-. 狼戾 : 이리 랑, 어그러질 려, 渾 :흐릴 혼
139. 마음 다스리는 방편법문
人之際遇 有齊有不齊 而能使己獨齊乎
인지제우 유제유부제 이능사기독제호
己之情理 有順有不順 而能使人皆順乎
기지정리 유순유불순 이능사인개순호
以此相觀對治 亦是一方便法門
이차상관대치 역시일방편법문
남들의 처지는 갖춘 이도 있고 갖추지 못한 이도 있는데, 어찌 나 혼자만 다 갖추려 할 수 있겠는가.
나의 인정과 도리는 사람들에게 순종하기도 하고 순종하지 못하기도 하는데, 남들만 항상 내게 순종하기를 바라겠는가.
이와 같이 남과 나를 비교해서 다스려 나간다면, 이것이 또한 세상을 살아가는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 際遇 : 기회를 만남.
140. 과유불급
敧器以滿覆 撲滿以空全
의기이만복 박만이공전
故君子 寧居無不居有 寧處缺不處完
고군자 영거무불거유 영처결불처완
의기(敧器)는 속이 가득차면 엎질러지고
박만(撲滿)은 비어있음으로써 온전해진다.
그러므로 군자는 차라리 없음에 거할지언정 있음에 거하지 않으며,
차라리 모자란 곳에는 처 할지언정 완전한 곳에 처하지 않는다.
-. 敧器 :주나라 때 임금을 경계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그릇, 물이 가득차면 엎어지고, 비면 기울어지고, 알맞게 들어 있어야 반듯했다한다.
-. 撲滿 : 흙으로 벙어리 저금통처럼 만든 것. 속이 비어 있어야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