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단상/菜根譚 (채근담)

V. 개론 (槪論) 141 - 160

도원 정운종 2023. 9. 21. 11:41

141. 사사로운 욕심이나 속된 기운을 남겨 놓지 않는다.

名根未拔者 縱輕千乘 甘一瓢 總墮塵情

명근미발자 종경천승 감일표 총타진정

客氣未融者 雖澤四海 利萬世 終爲剩技

객기미융자 수택사해 이만세 종위잉기

 

명예를 탐하는 생각을 뿌리뽑지 못하면, 비록 천승의 나라를 가볍게 보는 사람이나 표주박 한 그릇의 물을 달게 마시는 사람일지라도 모두 세속의 감정에 오염된 것이다.

객기가 융화되지 못하면, 오랫동안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더라도 결국 보잘 것 없는 잔재주에 그칠뿐이다. 

-. 縱 : 세로 종. 놓아줄 종. 비록~일지라도

 

142. 고요함 한가함 담박함에서 도를 체득한다.

靜中念慮澄徹 見心之眞體 

정중 염려징철 견심지진체

閑中氣象從容 識心之眞機

한중기상종용 식심지진기

淡中意趣冲夷 得心之眞味

담중의취충이 득심지진미

觀心證道 無如此三者 

관심증도 무여차삼자

 

고요한 가운데 생각이 맑고 깨끗하면 마음의 참모습을 보고,
한가한 가운데 기상이 조용하면 마음의 참다운 작용을 알 것이며,

담박한 가운데 뜻이 편안하면 마음의 참다운 맛을 얻을 수 있다.
마음을 살피고 도를 체득하는 방법 이 세가지보다 나은 것이 없다.

-. 眞機 : 참된 마음의 움직임, 冲夷 : 온화함

 

143. 진정한 고요함 과 진정한 즐거움

靜中靜 非眞靜 動處靜得來 纔是性天之眞境

정중정비진정 동처정득래 재시성천지진경

樂中樂 非眞樂 苦中 樂得來 纔見心體之眞機
낙중락 비진락 고중 낙득래 재견심체지진기

고요함 속에서 고요한 것은 진정한 고요함이 아니다.
움직이는 곳에서 고요할 수 있어야 비로소 성품의 참모습이 된다.

즐거운 곳에서 즐거움은 진정한 즐거움이 아니다.
괴로움 속에서 즐거울 수 있어야 비로소 마음의 참된 움직임을 보게된다.

 

144. 남의 허물과 비밀을 드러내지 마라.

不責人小過 不發人陰私 不念人舊惡 

불책인소과 불발인음사 불념인구약 

三者可以養德 亦可以遠害

삼자가이양덕 역가이원해

 

남의 작은 허물을 구짖지 말고, 남의 비밀을 드러내지 말며, 남의 과거를 염두에 두지 말라.

이세가지를 실천하면 덕을 기를 수 있고 해약을 멀리할 수 있다.

 

145. 편안할 때 환란에 대비해야 한다.

衰颯的景象 就在盛滿中 發生的機緘 卽在零落內

쇠삽적경상 취재성만중 발생적기함 즉재영락내

故君子 居安 宜操一心以慮患 處變 當堅百忍以圖成

고군자 거안 의조일심이려환 처변 당견백인이도성

 

쇠락한 모습은 번성하고 충만할 때 이미 나타나고, 생명을 일으키는 사물의 변화는 시들어 떨어질 때 이미 존재 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안락할 때 마땅히 한 마음을 잡아서 뒷날의 환란을 대비해야 하고, 변고를 당하면 마땅히 백 번을 참고 견뎌 내어 성공을 도모해야 한다.

-. 颯  :바람소리 삽, 緘 : 꿰멜 함, 堅 : 굳을 견

 

146. 알아도 표현하지 말라.

覺人之詐 不形於言 受人之侮 不動於色

각인지사 불형어언 수인지모 부동어색

此中有無窮意味 亦有無窮受用

차중유무궁의미 역유무궁수용

 

남이 속이는 줄 알면서도 말로 표현하지 않고,

남에게 모욕을 받을지라도 얼굴빛에 나타내지 않으면,

이 가운데에 무궁한 의미가 담겨있고 또한 한없는 포용력이 들어 있다.

 

147. 냉정함을 유지하라.

君子宜淨拭冷眼 愼勿輕動剛腸

군자의정식냉안 신물경동강장

 

군자는 눈을 깨끗이 닦아 냉정한 시야를 유지해야 하며, 마음을 삼가해 완고한 마음이 경솔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한다.

-. 淨拭  : 깨긋이 닦음.  剛腸 : 굳센 창자, 굳세고 굽히지 않는 마음

 

148. 도량을 넓혀라.

隨量進  量由識長 故 欲厚其德 不可不弘其量 欲弘其量 不可不大其識

덕수량진 양유식장 고 욕후기덕 불가부홍기량 욕홍기량 불가불대기식

 

덕은 도량에 따라 발전하고, 도량은 식견으로 말미암아 자라난다.

고로 덕을 두터이 하고자 하면 도량을 넓혀야 하고, 도량을 넓히고자 하면 식견을 넓혀야 한다.

 

149. 시정잡배와의 사귐이 산속노인을 사귐과 못하다.

交市人 不如友山翁 謁朱門 不如親白屋 聽街談巷語 不如聞樵歌牧詠

교시인 불여우산옹 알주문 불여친백옥 청가담항어 불여문초가목영

談今人失德過擧 不如述古人嘉言懿行

담금인실덕과거 불여술고인가언의행.

번잡한 거리에서 사람을 사귐은 산골 늙은이를 사귐만 못하고, 고관대작의 집에 드나들며 허리를 굽힘은 오막살이를 찾음만 못하며, 거리에 떠도는 말을 듣는 것은 나무꾼과 목동의 노래를 듣는 것만 못하고, 현대인의 덕 없음과 과실을 말함은 옛 사람의 착한 말씀과 아름다운 행실을 이야기함만 못하다.

 

150. 남을 신뢰하는 사람.

信人者 人未必盡誠 己則獨誠矣

신인자 인미필진성 기즉독성의

疑人者 人未必皆詐 己則先詐矣.

의인자 인미필개사 기즉선사의.

 

남을 믿는 사람은 남들이 모두 그에게 진실하지 않더라도 자기 자신만은 남들에게 진실한 것이다.

남을 의심하는 사람은 남들이 모두 그를 속이지 않더라도 자기 자신은 이미 남들을 속인 것이다.

 

151. 선한일을 하면 이익이 자란다.

爲善 不見其益 如草裡東瓜 自應暗長 

위선 불견기익 여초리동과 자응암장 

爲惡 不見其損 如庭前春雪 當必潛消

위악 불견기손 여정전춘설 당필잠소

 

선한 일은 그 이익이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풀속의 열매가 자라듯 모르는 사이에 이익이 자라고,

악한 일은 그 손실이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뜰앞에 봄눈이 녹듯 모르는 사이에 손실이 커진다.

-. 東瓜 (苽 줄고) 수박 비슷한 과일

 

152. 오랜친구를 만날 때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라.

遇故舊之交 意氣要愈新 處隱微之事 心迹宜愈顯 待衰朽之人 恩禮當愈隆

우고구지교 의기요유신 처은미지사 심적의유현 대쇠후지인 은례당유륭.

옛 친구를 만나면 의기를 더욱 새롭게 하고ㅇ, 은밀한 일을 처리할 때는 마음의 자취를 더욱 명료히 드러내야 하고, 쇠락하고 곤궁한 사람을 대할 때는 은혜와 예우를 더욱 융성하게 하라.
-. 愈 : 나을 유, 더욱 유

 

153. 일부러 기이한 것을 숭상하면 이상한 것이다.

能脫俗便是奇 作意尙奇者 不爲奇而爲異

능탈속편시기 작의상기자 불위기이위이

不合汚便是淸 絶俗求淸者 不爲淸而爲激.

불합오편시청 절속구청자 불위청이위격.

 

능히 속세를 초탈할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기인이지 일부러 기인인 체 하는 것은 기인이 아니고 괴이한 사람이다.

더러움에 섞이지 않는 것 이것이 곧 청백한 것이지 속된 것을 끊고 청백만을 찾는 자는 청백이 아니라 과격한 것이다.

 

154. 떠받들고 업신여기는 것에 좋아하고 성내지 마라.

 我貴而人奉之 奉此峨冠大帶也 

아귀이인봉지 봉차아관대대야 

我賤而人侮之 侮此布衣草履也

아천이인모지 모차포의초리야

然則 原非奉我 我胡爲喜 原非侮我 我胡爲怒 

연즉 원비봉아 아호위희 원비모아 아호위노

 

내가 귀하여 남이 나를 받드는 것은 이 높은 관과 넓은 띠를 받드는 것이고, 

내가 천하여 남이 나를 업신여기는 것은 이 베옷과 짚신을 업신여기는 것이다.

그런즉 원래 나를 받드는 것이 아니니 내가 어찌 기뻐할 것이며, 원래 나를 업신여기는 것이 아니니 내가 어찌 성낼 것인가.

 

155. 한가할때 흐릿해지기 쉽다.

無事時 心易昏冥 宜寂寂而照以惺惺 

무사시 심이혼명 의적적이조이성성

有事時 心易奔逸 宜惺惺而主以寂寂

유사시 심이분일 의성성이주이적적

 

일이 없을 때는 마음이 흐트러지기 쉬우므로 의당 정적속에서도 깨어나 밝게 비춰볼 것이고,

일이 있을 때는 마음이 흩어지기 쉬우므로 의당 깨어난 속에서도 침착해야 한다.

 

156. 일을 맡은 사람은 이해관계에 대한 생각을 잊어라.

議事者身在事外  宜悉利害之情 

의사자신재사외  의실이해지정

任事者身居事中 當忘利害之慮.

임사자신거사중 당망이해지려.

 

일을 논의하는 사람은 일 밖에 서서 이해관계의 실정을 낱낱이 파악해야 하고,

일을 맡은 사람은 일 속에 들어가 이해간계에 대한 생각을 잊어야 한다.

 

157. 바쁜가운데 여유를 가져라.

忙裡要偸閒 須先向閒時 討個欛柄

망리요투한 수선향한시 토개파병

鬧中要取靜 須先從靜處 立個主宰

요중요취정 수선종정처 입개주재

不然 未有不因境而遷 隨事而靡者.

불연 미유불인경이천 수사이미자.

 

바쁜 가운데서 한가로움을 얻으려면 먼저 한가한 때에 그 마음의 자루를 찾아야 하고, 시끄러운 때에 고요함을 취하려면 먼저 고요한 때에 그 주체를 세워라. 그렇지 않으면 경우에 따라 움직이고 사건에 따라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 偸閒 (훔칠 투, 한가할 한) : 바쁜가운데 틈을 냄,  討 : 칠 토, 탐구할 토, 欛柄 : 자루 파, 자루 병

 

158.  소인의 아부는 받지마라.

寧爲小人所忌毁 毋爲小人所媚悅
영위소인소기훼 무위소인소미열 
 寧爲君子所責修 毋爲君子所包容
영위군자소책수 무위군자소포용 
  
소인에게 미움과 욕을 들을지라도 소인으로부터 아첨과 칭찬 받는 일이 없도록 하라. 
군자로부터 꾸짖음과 깨우침을 받을지라도 군자로부터 포용 받는 일이 없도록 하라. 

-. 媚悅 : 아첨할 미, 기쁠 열, 아첨하고 환심을 삼.

 

159. 인정이 각박한 경우 경계해야한다.

受人之恩 雖深不報 怨則淺亦報之

수인지은 수심불보 원즉천역보지

聞人之惡 雖隱不疑 善則顯亦疑之

문인지악 수은불의 선즉현역의지

此刻之極 薄之尤也 宜切戒之

차각지극 박지우야 의절계지

 

남의 은혜를 받으면 그 은혜가 깊어도 보답하지 않으나, 원한이 있으면 사소한 일도 보복하고,

남의 악한 일에 대해 들으면 불확실해도 의심하지 않지만, 착한 일에 대해서는 명백해도 의심한다면,

이것은 각박함이 극심한 것이니 절대로 경계해야 한다.

-. 尤 : 더욱 우, 허물/원망 우

 

160. 남을 헐듣는 것을 경계하라.

讒夫毁士 如寸雲蔽日 不久自明

참부훼사 여촌운폐일 불구자명

媚子阿人 似隙風侵肌 不覺其損 

미자아인 사극풍침기 불각기손

 

남을 참소하고 헐뜯는 것은 조각구름이 해를 가리는 것과 같아 오래지 않아 저절로 밝혀진다.

남에게 아부하는 것은 창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피부에 스치는 것같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피해를 낳는다.

-. 讒 : 참소할 참, 肌 : 피부 기, 媚 : 아름다울 미. 아첨할 미, 阿 : 언덕아. 알랑거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