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단상/菜根譚 (채근담)

V. 개론 (槪論) 161 - 193

도원 정운종 2023. 11. 19. 16:56

161. 말년이 아름답다.

日旣暮 而猶煙霞絢爛 

일기모 이유연하현란

歲將晩 而更橙橘芳馨

장만이갱등귤방형.

故末路晩年 君子更宜精神百倍

고말로만년 군자갱의정신백배.

 

날이 이미 저물었으나 오히려 안개와 노을이 현란하고,

한해가 거의 끝나가지만 등자나무와 귤나무가 더욱 향기롭다.

따라서 말로와 말년에 이를 수록 군자는 정신을 백 배 가다듬어야 한다.

-. 猶 : 오히려 유,  煙霞 : 안개와 노을, 絢 : 무늬 현. 끈 순

 

162. 가득참을 조심해라.

居盈滿者 如水之將溢未溢 切忌再加一滴

處危急者 如木之將折未折 切忌再加一搦.

 

거영만자 여수지장일미일 절기재가일적

처위급자 여목지장절미절 절기재가일닉

 

가득 찬 곳에 있는 사람은 마치 물이 넘치려 하면서도 아직 넘치지 않은 상황과 같아

단 한 방울 물이라도 다시 더하는 것을 꺼려한다. 

위급한 곳에 있는 사람은 마치 나무가 꺾이려 하면서도 아직 꺾이지 않은 것 같아서

다시 조금이라도 더 건드리는 것을 매우 꺼려한다. 

-. 搦 : 억누를 닉. 잡을 닉

 

163. 절개를 지키는 이는 고지식한 면을 다스려라.

節義之人 濟以和衷 纔不啓忿爭之路

절의지인 제이화충 재불계분쟁지로

功名之士 承以謙德 方不開嫉妬之門

공명지사 승이겸덕 방불개질투지문

 

절개와 의리가 돈독한 사람은 온화한 마음을 길러야 분노하거나 다투는 길로 빠져들지 않게 된다.

성공하여 이름을 널리 드러내려는 사람은 겸양의 덕으로 자기를 다스려야 질투의 문이 열리지 않게 된다.

 

164. 본질을 파악하라.

善讀書者 要讀到手舞足蹈處 方不落筌蹄

선독서자 요독도수무족도처 방불락전제

善觀物者 要觀到心融神洽時 方不泥迹象

선관물자 요관도심융신흡시 방불니적상

 

글을 잘 읽는다는 건 글을 읽되 (글이 말하는 참뜻을 잘 깨우쳐) 너무 기뻐 손발이 춤을 출 정도까지 읽어야 비로소 언어의 덫에 걸리지 않으며,

사물을 잘 관찰하는 것은 (사물과 혼연일체가 되어) 마음이 융화되고 정신이 화합하는 순간까지 관찰해야 비로소 흔적과 형상에 얽매이지 않는다.

-. 筌蹄 : 통발과 덫, 迹象 :자취와 형상

 

165. 어중간한 사람과 일하기 어렵다.

至人 何思何慮 愚人 不識不知 可與論學 亦可與建功.

지인 하사하려 우인불식부지 가여논학 역가여건공.

唯中才的人 多一番思慮知識

유중재적인 다일번사려지식

便多一番億度猜疑 事事難與下手

변다일번억탁시의 사사난여하수

 

통달한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근심하랴.

어리석은 사람은 아는 것도 없고 생각마저 없어 더불어 학문을 논할 수도 있고 함께 공도 세울 수 있다.

그러나 그 중간에 드는 사람은 나름대로 지식과 생각이 많고

억측과 시기도 많아 무슨 일이든 함께 하기가 어렵다.

-. 億度 억탁 (억측), 猜疑 : 시기와 의심

 

166. 입을 굳게 지켜라.

口乃心之門 守口不密 洩盡眞機

구내심지문 수구불밀 설진진기

意乃心之足 防意不嚴 走盡邪蹊

의내심지족 방의불엄 주진사혜

 

입은 곧 마음의 문이니 엄밀하게 지키지 않으면 마음속의 은밀한 작용이 다 새나간다.

의지는 곧 마음의 발이니 엄격하게 지키지 않으면 그릇된 길로 달려간다.

-. 蹊 : 좁은길 혜

 

167. 어린이는 어른이 싹이다.

子弟者 大人之胚胎 秀才者 士夫之胚胎

자제자 대인지배태 수재자 사부지배태

此時 若火力不到 陶鑄不純 他日 涉世立朝 終難成個令器 

차시 약화력부도 도주불순 타일 섭세입조 종난성개영기

 

어린이는 어른의 씨앗이요 수재는 훌륭한 사람의 씨앗이다.
이 때 만약 화력이 모자라고 단련이 서툴면

훗일 세상에 나아가 일을 맡을 때 훌륭한 그릇을 이루기 어렵다.

 

168. 군자는 환난에 처해도 근심하지 않는다.

君子處患難 而不憂 當宴遊 而惕慮

군자처환난 이불우 당연유 이척려

遇權豪 而不懼 對惸獨 而驚心

우권호 이불구 대경독 이경심

훌륭한 사람은 환난에 처해도 걱정하지 않으나 노는 자리에서는 두려워 염려하고,

권세와 부자를 만나면 두려워하지않으나 홀로 의지할 데 없는 사람을 만나면 놀라듯 마음이 움직인다.

 -. 惸獨 : 경은 형제가 없는이, 독은 아들이 없는 이

 

169. 담박함이 오래간다.

桃李雖艶 何如松蒼栢翠之堅貞

도리수염 하여송창백취지견정

梨杏雖甘 何如橙黃橘綠之馨冽
이행수감 하여등황귤록지형렬

信乎 濃夭不及淡久 早秀不如晩成也
신호 농요불급담구 조수불여만성야

복숭아꽃과 오얏꽃이 비록 곱다 한들 어찌 저 푸른 송백의 굳은 절개에 비길 것이며

배와 살구가 비록 달다 한들 어찌 노란 유자와 푸른 귤의 맑은 향기에 비길 것인다.

실로 곱고 일찍 시드는 것은 담백하고 오래 가는 것만 못하며, 일찍 숙성하는 것은 늦게 이루어지는 것만 못하다.

-. 馨冽 : 꽃다울 형, 맑을 열

 

170. 고요함속에 인생의 참맛을 안다.

風恬浪靜中 見人生之眞境

풍염낭정중 견인생지진경

味淡聲希處 識心體之本然

미담성희처 식심체지본연


바람 자고 물결 고요한 가운데 인생의 참 경계를 보고

취미가 담담하고 소리드문 곳에서 마음의 본체를 안다.

- 恬 : 편안할 염

 

171. 담박한 도의의 참모습을 보라.

鶯花茂而山濃谷艶 總是乾坤之幻境

앵화무이산농곡염 총시건곤지환경

水木落而石瘦崖枯 纔見天地之眞吾
수목낙이석수애고 재견천지지진오.

꾀꼬리 지저귀고 꽃이 피어 산과 골짜기가 아름다워도 이 모두 천지의 환영에 불과하며,

물 마르고 낙엽이 져서 돌과 벼랑이 앙상하게 드러난 것은 바로 천지의 참모습을 보게 된다.

 

172. 저 혼자 분주하다.

歲月本長 而忙者自促 天地本寬 而鄙者自隘

세월본장 이망자자촉 천지본관 이비자자애

風花雪月本閒 而勞攘者自冗
풍화설월본한 이로양자자용.

세월은 본래 길건만 바쁜 자는 저혼자 재촉하고, 천지는 본래 넓건만 비루한 자가 저 혼자 비좁다 하고,

바람과 꽃과 눈과 달은 본래 한가한 것인데 고달픈 자가 저 혼자 번잡하다.

-. 隘 : 좁을 애,  冗 : 바쁠 용

 

173, 걱정을 물리치면 안락하다.

熱不必除 而除此熱惱 身常在淸凉臺上

열불필제 이제차열뇌 신상재청량대상

窮不可遺遣 而遣此窮愁 心常居安樂窩中
궁불가견 이견차궁수 심상거안락와중.

더위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덥다는 마음을 없애면 몸은 항시 서늘한 마루에 있을 것이다.

가난은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가난에 대한 근심을 물리치면 마음은 항상 안락한 집에 있게 된다.
-. 遺 : 남길 유. 버릴 유, 따를 수

 

174. 유유자적하는 즐거움

嗜寂者 觀白雲幽石而通玄

기적자 관백운유석이통현.

趨榮者 見淸歌妙舞而忘倦

추영자 견청가묘무이망권

唯自得之士 無喧寂 無榮枯 無往非自適之天

유자득지사 무훤적 무영고 무왕비자적지천

 

고요함을 즐기는 사람은 흰 구름이나 그윽한 바위를 보고 현묘한 이치를 깨닫고, 영화를 좇는 사람은 맑은 노래와 아름다운 춤을 보며 싫증을 모른다. 

오직 스스로 깨달은 선비만이 시끄러움과 고요함, 영화로움과 곤궁함도 없으니, 

가는 곳마다 유유자적하지 않는 곳이 없다.

 

175. 유장한 취미

悠長之趣 不得於醲釅 而得於啜菽飮水

유장지취 부득어농엄 이득어철숙음수

惆悵之懷 不生於枯寂 而生於品竹調絲
추창지회 불생어고적 이생어품죽조사

固知 濃處味常短 淡中趣獨眞也
고지 농처미상단 담중취독진야.

오래가는 맛은 진하고 맛좋은 술에서 얻지 못하나 콩 씹고 물 마신 데서 얻을 수 있고,
그리운 회포는 메마르고 적막한 데서 생기지 않으나 피리 소리 맞추고 거문고 줄 고르는 데서 생긴다.
진실로 짙은 맛은 늘 짧지만, 담박함에서 느끼는 맛이 진정한 맛임을 알아야 한다.

-. 啜菽飮水 : 콩 먹고 물 마심.

 

176. 사물을 빌어 마음을 가다듬는다.

徜徉於山林泉石之間 而塵心漸息

상양어산림천석지간 이진심점식

夷猶於詩書圖畵之內 而俗氣漸消
이유어시서도화지내 이속기잠소

故君子 雖不玩物喪志 亦常借境調心
고군자 수불완물상지 역상차경조심.

산림과 천석(泉石) 사이를 거닐면 티끌 마음이 차츰 없어지고,

시와 그림 속에 한가히 지내면 속된 기운이 저절로 사라진다.

그러므로 군자는 비록 사물을 감상하되 뜻은 잃지 않고 또한 외부의 사물을 빌어서 마음을 바로잡는다.

-. 徜徉 : 노닐 상, 노닐 양, 夷猶 : 오랑케 이, 오히려유/원숭이 유, 편안하고 한가한 모습, 망설이고 주저하는 모양 

 

177. 청명하게 하는 마음

春日氣象繁華 令人心神駘蕩

춘일기상번화 영인심신태탕

不若秋日雲白風淸 蘭芳桂馥
불약추일운백풍청 난방계복

水天一色 上下空明 使人神骨俱淸也
수천일색 상하공명 사인신골구청야

봄날은 날씨가 화창하여 사람의 마음과 정신을 밝고 넓게 만든다.

그러나 가을날에 구름 깨끗하고 바람 맑으며 난초와 계수나무 향기롭고 물과 하늘이 푸르고 맑아서 

사람의 정신과 몸을 함께 청명하게 만드는 것만 못하다.

-. 駘蕩 : 넓고 큰 모양, 馥 : 향기 복

 

178. 심기를 다스려라.

機動的 弓影疑爲蛇蝎 

기동적 궁영의위사갈
寢石視爲伏虎 此中渾是殺氣

침석시위복호  차중혼시살기
念息的 石虎可作海鷗 

염식적 석호가작해구
蛙聲可當鼓吹 觸處俱見眞機 

와성가작고취 촉처구견진기
 
심기가 흔들리면 활 그림자도 뱀으로 보이고 
누운 바위도 호랑이로 보임다. 그 안에 살기가 섞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고요하면 사나운 사람도 갈매기로 되고
개구리소리도 북소리나 피리소리로 들린다.
대하는 것마다 모두 참된 심기를 갖추기 때문이다.

 

179. 마음을 비워라.

欲其中者 波沸寒潭 山林不見其寂

욕기중자 파비한담 산림불견기적

 

虛其中者 冷生酷暑 朝市不知其喧

허기중자 냉생혹서 조시부지기훤

 

마음속에 욕심이 있는 사람은 차가운 연못에서 물이 끓어오르고

깊은 산림 속에 묻혀 살아도 고요함을 보지 못하고,

마음을 비운 사람은 무더위 속에서도 서늘함이 생기고,

조정이나 시장에서 시끄러움을 알지 못한다.

 

180. 속박이 생기면 본성을 잃는다.

花居盆內 終乏生機 鳥入籠中 便減天趣

화거분내 종핍생기 조입롱중 편감천취

不若 山間花鳥 錯集成文 顧翔自若 自是悠悠會心

불약 산간화조 착집성문 고상자약 자시유유회심

 

꽃은 화분 속에 있으면 마침내 생기가 없어지고 새는 새장 안에 있으면 곧 타고난 본성이 줄어든다.

그것은 산속에서 꽃들이 서로 어울려 화려한 무뉘를 이루고 새들이 마음껏 날며 자유로이 지내

넉넉히 마음에 흡족함을 느끼는 것만 못하다.

 

181. 최상의 문장

林間松韻 石上泉聲 靜裡聽來 識天地自然鳴佩

임간송운 석상천성 정리청래 식천지자연명패

草除煙光 水心雲影 閒中觀去 見乾坤最上文章

초제연광 수심운영 한중관거 견건곤최상문장.

 

숲 사이 솔바람 소리와 바위에 흐르는 샘물 소리를 고요히 들으면 천지자연의 소리를 알게 된다.

풀숲에 잇닿은 안개 빛과 물속의 구름 그림자를 한가하게 보면 이 세상 최고의 문장을 보게 된다.

 

182. 본성안에서 편안하면 즐겁다.

覇銷於物欲 覺吾生之可哀 夷猶於性眞 覺吾生之可樂

기쇄어물욕 각오생지가애 이유어성진 각오생지가락
知其可哀 則塵情立破 知其可樂 則聖境自臻
지기가애 즉진정입파 지기가락 즉성경자진


물욕에 얽매이면 인생이 슬퍼지고, 본성에 자적(自適)하면 우리의 삶이 즐거워진다.

슬픔을 알면 곧 세속의 감정은 사라지고, 즐거움을 알면 곧 성인의 경지에 저절로 이른다.

-. 夷猶 : 태연자약하다. 주저하다. 臻 : 이를 진

 

183. 재물은 무의미하다.

樹木至歸根而後 知華萼枝葉之徒榮 

수목지귀근이후 지화악지엽지도영

人事至蓋棺而後 知子女玉帛之無益

인사지개관이후 지자녀옥백지무익

나무는 잎이 모두 떨어진 다음 고과 가지와 잎이 엏된 영화였음을 알게되고,

자녀와 재물이 쓸모없음을 알게된다.

-. 萼 : 꽃받침 악

 

184. 신묘한 작용은 쉽게 촉발된다.

萬籟寂廖中 忽聞一鳥弄聲 便喚起許多幽趣

만뢰적요중 홀문일조농성 변환기허다유취

萬卉摧剝後 忽見一枝擢秀 便觸動無限生機
만훼최박후 홀견일지탁수 변촉동무한생기

可見 性天未常枯槁 機神最宜觸發
가견 성천미상고고 기신최의촉발

모든 소리가 고요해진 가운데 홀연히 한 마리 새 소리를 들으면 문득 그윽한 흥취가 생기고,

모든 초목이 시들어진 다음에 한 가지 빼어난 꽃을 보면 모든 무한한 삶의 기운이 일어난다.

이로써 사람의 본성은 항상 메마르지 않고, 신모한 마음의 작용은 촉발되기 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卉 : 풀 훼. 풀이 성한 모양

 

185. 이치가 고요하면 사물도 고요하다.

理寂則事寂 遺事執理者 似去影留形

이적즉사적 견사집리자 사거영유형

心空則境空 去境存心者 如聚羶却蚋

심공즉경공 거경존심자 여취전각예

 

이치가 고요하면 사물도 고요하므로 사물을 버리고 이치에 집착하는 것은 마치 그림자를 없애고 형체만 남기려는 것과 같다. 

마음이 공허하면 곧 외부 세계도 공허하므로, 외부 세계를 버리고 마음을 남겨 두는 것은 누린내 나는 음식을 모아 놓고 모기를 물리치려는 것과 같다.

-. 羶 : 누릿내 전,  蚋 : 파리 예

 

186. 뛰어난 식견

遇病而後 思强之爲寶 處亂而後 思平之爲福 非蚤智也
우병이후  사강지위보 처란이후 사평지위복 비조지야
倖福而先知其爲禍之本
행복이선지기위화지본 
貪生而先知其爲死之因 其卓見乎
탐생이선지기위사지인 기탁견호

병든 다음에야 건강이 보배인 줄 알며, 난세에 처하고야 비로소 태평 시절이 복인줄 아는 것은
일찍 앎이 아니다.
복을 바라는 것이 재앙을 부르는 근본임을 알고, 목숨을 탐내는 것이 죽음의 원인임을 미리 안다면 그것은 뛰어난 식견이다.

-. 蚤 : 벼룩 조. 일찍 조

 

187. 마음이 넓어라.

心曠 則萬鍾如瓦缶

심광 즉만종여와부

心隘 則一髮似車輪

심애 즉일발사차륜

 

마음이 넓으면 많은 봉록도 질그릇처럼 하찮게 여겨지고

마음이 좁으면 곧 한가닥 터럭도 수레바퀴처럼 크게 느껴진다.

-. 隘 : 좁을 애. 막을 액

 

188. 너무 한가하면 안된다.

人生太閒 則別念竊生 太忙則眞性不現

인생태한 즉별념절생 태망즉진성불현

故士君子 不可不抱身心之憂 亦不可不耽風月之趣

고사군자 불가불포신심지우 역불가불탐풍월지취

 

사람은 너무 한가하면 딴 생각이 슬며시 일어나고, 너무 바쁘면 참다운 본성이 나타나지 않는 법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불가불 몸과 마음의 근심을 지녀야 하고, 또한 풍월의 취미를 즐기지 않을 수 없다.

- 竊生 : 몰래 생겨남.

 

189. 스스로 괴롭게 한다.

世人爲榮利纏縛 動曰塵世苦海

세인위영리전박 동왈진세고해

不知 雲白山靑 川行石立 花迎鳥笑 谷答樵謳

부지 운백산청 천행석립 화영조소 곡답초구

世亦不塵 海亦不苦 彼自塵苦其心爾

세역부진 해역불고 피자진고기심이.

 

세상 사람들은 영리를 위해 속박당해 있으면서 걸핏하면 진세요 고해라고 말한다.

구름이 희고 산이 푸르며 냇물이 흐르고 바위가 우뚝하며, 꽃은 새의 지저귐을 반기고, 골짜기는 나무꾼의 노랫소리에 화답하는 줄을 알지 못한다. 세상은 진세도 아니고 또한 고해도 아니거늘 제 스스로 그 마음을 진세와 고해로 만들 뿐이다.

-. 纏縛 : 얽을 전, 얽을 박, 묶고 속박함.

 

190. 가득하고 충만한 곳에서 잘 생각해야 한다.

花看半開 酒飮微醉 此中大有佳趣 

화간반개 주음미취 차중대유가취 

若至爛漫酕醄 便成惡境矣 履盈滿者 宜思之

약지난만모도 변성악경의 이영만자 의사지

 

꽃은 반쯤 피었을 때 보고 술은 조금 취하도록 마시면 그 가운데에 참 멋이 있다.
만약 꽃이 만개하고 술에 만취하면 좋지 않은 경지가 되게 되니
가득찬 자리에 오른 사람은 마땅히 이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 酕醄  : 매우 취할 모, 술취할 도

 

191. 횡재는 함정이다.

非分之福 無故之獲 非造物之釣餌 卽人世之機阱 

비분지복 무고지획 비조물지조이 즉인세지기정

此處著眼不高 鮮不墮彼術中矣

차처착안불고 선불타피술중의

 

분수에 맞지 않는 복과 까닭 없는 횡재는 만물의 조화 안에 놓인 미끼가 아니면 곧 세상 사람들의 함정이다.

이런 경우에 는 눈을 높이서 내려보지 않으면 그 꾐 속에 빠지지 않을 자가 거의 없다.

-. 釣餌 : 낚시 밥,   : 함정 정

 

192. 몸은 일에 있어도 마음은 벗어나 있어야 한다.

波浪兼天 舟中不知懼 而舟外者寒心

파랑겸천 주중부지구 이주외자한심

猖狂罵坐 席上不知警 而席外者咋舌

창왕매좌 석상부지경 이석외자색설

故君子 身雖在事中 心要超事外也  

고군자 신수재사중 심요초사외야

 

파도가 하늘까지 닿으면 배 안에서는 두려움을 모르되 배 밖에 있는 사람은 마음을 졸인다.

미치광이가 좌중에서 외쳐대면 한 자리에 있는 사람은 경계하지 않지만 자리 밖에 있는 사람이 혀를 찬다.

고로 군자는 비록 몸은 집 안에 있을지라도 마음은 반드시 일 밖에 있어야 한다.

-. 罵 : 꾸짖을 매, 욕할 매

 

193. 내 마음을 다스려라.

天運之寒暑易避 人生之炎凉難除

천운지한서이피 인생지염량난제

人生之炎凉易除 吾心之氷炭難去

인생지염량이제 오심지빙탄난거

去得此中之氷炭 則萬腔皆和氣 自隨地有春風矣.

거득차중지빙탄 즉만강개화기 자수지유춘풍의

 

하늘의 운행에 따른 추위와 더위는 피하기 쉬워도 인간 세상의 뜨거움과 서늘함은 제거하기 어렵다.

인간 세상의 뜨거움과 서늘함은 제거하기 쉬워도 마음속 얼음과 숯은 제거하기가 어렵다.

내 마음의 얼음과 숯을 없애면 온 몸이 화기로 가득 차서, 가는 곳마다 저절로 봄바람이 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