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학 이야기

1. 수태음폐경 - 소상(少商).어제(魚際).태연(太淵).경거(經渠).척택(尺澤)

도원 정운종 2018. 1. 1. 20:41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 

황제내경(黃帝內經)에 "폐자(肺者)는 상부지관(相傅之官)이요, 치절출언(治節出焉)이며 기지본(氣之本)이요, 백지처(魄之處)"라 하였다. 즉 폐는 군주인 심(心)을 보좌하여 전신의 기혈운행을 관리, 조절하는 재상(宰相)과 같고 인체 내 기의 주관처이며 사람의 영(靈)중 넋(魄)을 주재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12경락중 하나인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은 폐에서 시작해 팔 안쪽을 타고 내려가 엄지손가락 으로 흘러간다. 폐는 오장육부에서 가장 윗자리에 위치해서 맑은 공기와 소통한다. 우리 몸에서 기(氣)를 폐가 담당한다. 즉, 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때 기가 막히고 정신줄을 놓은 현상들이 발생하게 된다. 정신질환은 대부분 기(氣)가 막히거나 제대로 순환하지 못할 때 생긴다. 한 곳이 꽉 막혀 있다 보니 늘 신경질적이고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폐는 우리 몸에서 가장 활발한 교환이 일어나는 곳이다. 우리는 보통 1분에 18번 숨을 쉰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내보내고 산소를 들이마신다. 하루 24시간 동안 이 교환은 무려 25,920번이나 일어난다. 우리가 숨을 쉬고 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교환이 일어나는 곳이 폐인 셈이다. 그래서 폐(肺)는 한자로도 시장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폐는 육달 월(月=肉)과 저자 시(市)로 이루어진 글자다. 시(市)는 옷을 차려 입고(巾) 장을 보러 간다는 뜻으로 시장을 의미한다. 폐는 우리 몸의 큰 시장이다. 

음(陰)에 속하고 오행속성(五行屬性)상 금경(金經)인 폐경(肺經)에는 인체의 좌우로 각각11개씩의 경혈이 분포되어 있으며 어깨 앞쪽 중부(中府)에서 시작하여 엄지손가락의 소상(少商)에서 끝난다. 

본경(本經)은 폐(肺)에 속(屬)하고 대장(大腸)에 락(絡)하며 색(色)은 백(白), 발주시간(發注時間)은 오전 3시부터 5시 즉 인시(寅時)이다.

주요혈    오수혈()   
원혈(原穴) 태연(太淵) 정목혈(井木穴) 소상(少商)
낙혈(絡穴) 열결(列缺) 형화혈(滎火穴) 어제(魚際)
극혈(郄穴) 공최(孔最) 수토혈(輸土穴) 태연(太淵)
모혈(募穴) 중부(中府) 경금혈(經金穴) 경거(經渠)
배유혈(背兪穴) 폐유(肺兪) 합수혈(合水穴) 척택(尺澤)
맥회혈(脈會穴) 태연(太淵)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의 오수혈 이야기]

-. 소상(少商) ; 井,

직역하면 작은 상점, 중소기업이라는 뜻이다. 소(少)는 작은 물건을 네 개 모아둔 모양을 상형한 글자다.
'상'(商)은 원래 전각을 형상화 한 글자로 중국 은(殷)나라 때 사람들은 도시 곳곳에 높은 전각을 세웠다한다. 중국 동부지역에 동이족이 세운나라라고 알려진 은(殷)나라 다른이름이 상(商)인데, ‘장사, 상인, 상점’이라는 뜻으로 쓰인 이유는, 은나라가 중국 서부지역의 화족이 세운 주나라에 의해 멸망하자 은나라 유민들은 유랑하면서 먹고 살기 위해 장사를 많이 하여 ‘장사’라는 뜻이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폐에서 시작된 기가 경맥을 따라가서 마지막에 응축되어 있는 곳이 소상으로, 수태음폐경의 정(井)혈이라고 부른다. 우물(井)처럼 기가 모여 있는 곳이라는 뜻에서다. 소상의 위치는 “엄지손가락의 안쪽 (두손을 앞으로 내었을때 가운데 방향이 안쪽) 손톱눈 모서리 부분이다.” 엄지손톱을 보면 손톱이 자라 나오는 부분의 중앙에서 몸 쪽으로 가로선을 긋고 손톱의 세로방향도 연장선을 그어 두 선이 만나는 지점이다.
체(滯)할 때 따주는 곳도 소상혈이다. 외부에서 들어온 음식물의 기를 몸 내부의 기와 소통시킬 수 있는 힘이 부족해서 체했을 때 소상혈을 따 준다는 것은 체한 기를 소통시키기 위한 것이다
소상은 정신질환을 고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 혈자리다. 소상은 귀신(鬼信)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데 고대인들은 정신질환을 귀신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하여 정신병을 낫게 하는 자리엔 귀(鬼)라는 별명을 붙인 것이다. 급체나 정신병에도 효과가 좋지만 감기, 기침, 중서(中暑:더위를 먹어서 정신을 잃는 상태), 혼궐(昏闕:갑자기 쓰러져서 사지가 차지고 의식을 잃어 인사불성이 되는 증후), 중풍(中風), 인후가 부어오르고 아픈 증상, 실신(失神) 등에도 효과가 좋다. 마음의 병도 소상으로 치료하고 무릎관절을 치료하는 데도 특효혈로 불린다. 무릎관절이 좋지 않을 때 소상을 자극해 주면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폐와 상생관계인 위의 위경이 흘러가는 무릎까지 영향력이 발휘되기 때문이다. 

 

-. 어제(魚際), 풍요의 언덕 ;  滎,
어제(魚際)의 魚는 물고기의 모양의 상형문자이고, 際는 음과 뜻이 합쳐진 형성문자로 '언덕'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좌부변(阝=阜)과 제사를 뜻하는 음(音)글자 祭(제)가 합하여 이루어졌다. 祭(제) [손을 뜻하는 又+고기肉+제단을 나타내는 示]는 제단에서 신에게 손으로 고기를 바치는 모양을 나타냈다. 그래서 際는 제사를 지내는 언덕의 끝자리, 언덕의 경계지이다. 하늘과 땅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공간, 신을 향한 인간의 접속 공간인 셈이다.
우리 손에서 물고기의 모양을 닮은 곳이 어제의 위치이다. 손을 펴서 엄지 손 뿌리 쪽과 손목 사이 볼록한 부위의 손등과 손바닥이 만나는 중간 에 위치한다. 손바닥(음)과 손등(양)이 만나는 경계의 가운데 지점으로, 근육이 융기해 물고기의 배처럼 통통하다. 후덕한 언덕처럼 살집이 있고 탄력이 좋을수록 건강하다.
어제혈에는 세 가지 기운金土火이 모여 있다. 어제혈은 수태음폐경의 (폐는 오행으로 金) 두 번째 혈로 오수혈(12경맥마다 손끝, 발끝에서 팔꿈치, 무릎 쪽으로 중요혈 다섯 개씩을 물줄기에 비유해 지정해 놓은 것)의 형火혈이다. 열은 곧 火이니 형혈은 화의 기운을 다스린다. 정혈을 통해 우리 몸에 침투한 외사(바이러스)도 형혈에 와서 그 세력을 모으고 힘을 키우게 된다. 이럴 때 몸에서는 신열을 내는데 형혈은 화를 다스리는 기능이 있다. 맑은 콧물이 흐르고 으슬으슬 춥고 몸에 냉기가 들어올때 몸을 덥게 하는 형혈(火)인 어제혈을 엄지손가락 쪽(補法 : 경혈이 흐르는 방향)으로 세게 지압해 주면 좋다. 반대로 침투한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위해 몸에서 열이 나거나 끈끈한 콧물이 흐른다면 열을 내리기위해 지압 방향을 바꾸어(瀉法 : 경혈이 흐르는 반대방향) 손목 쪽으로 지압하면 된다.

태음습토(太陰濕土)이므로 금이라는 건조한 그릇에 축축한 흙이 담겨진 형상으로 마르고 습한 정도가 조화로우면 건강한 상태이다. 어제혈은 상태와 색상으로 건강 상태를 가늠해 보기 좋은 곳이다. 이곳은 몸으로 보면 위(토)이면서 폐(금)이면서 심장(화)의 상태를 나타내 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색의 변화로 위장의 상태를 알 수 있다.『동의보감』에 따르면 비위가 차면 어제혈에 푸른 빛이 나고, 열이 있으면 붉은 빛이 난다고 했다. 검은색일 땐 위기능 저하가 만성화된 상태이다. 어제에 자색이 보이면 하리(下痢).이질로 보인다. 하리는 폐,심장과 짝을 이루는 대장, 소장에 세균이 침투해 일으키는 질병이다. 더운 여름이라도 어제에 푸른빛이 돈다면 얼음물과 아이스크림 찬 맥주는 사양해야 할 것이다. 반대로 위열이 있다면 밀가루 음식은 피해야 한다. 어제의 살집과 탄력성으로도 건강 상태를 살필 수 있다. 어제에 살이 없고 빈약하다면 토의 창름 기능이 떨어진 것이니 저장된 기운도 적어 매사 의욕이 없고 정력도 약한 편이다. 두텁지만 탄력이 없다면 기능적으로 원활한 상태는 아니고,  또 잡무늬나 문란한 잡선이 많은 것은 간염, 만성위염, 당뇨병, 암 등의 질환에서 볼 수 있다. 상생, 상극 관계에서 보면 목극토(간→비위)의 관계가 정상인데 토가 실하여 습으로 인해 과체중이 되면,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 오히려 간에 염증이 생기게 된다. 당뇨의 경우 췌장에서 인슐린을 원활히 분비하지 못할 때 발병하는 것으로 비장의 기능이상으로 생기게 된다.
어제는 몇몇 증상의 특효혈로도 유명하다. 근육 경련(쥐가 난다)에 응급조치로 어제혈을 지압해 주면 좋다. 딸국질이 날 때도 요긴하게 쓰인다. 딸꾹질은 흔히 폐의 아랫부분에 있는 횡경막의 조절이상으로 생긴다. 횡경막은 숨을 쉴 때에 사용하는 근육으로 횡경막 신경에 의해 수축이 조절되는데, 이 수축작용이 원활하지 못해 공기의 유입과 차단에 이상이 생기면 딸꾹질이 난다. 이때 폐를 다스리는 어제를 지압하는 것이다. 과음 후 숙취에도 어제혈을 지압하면 좋고 폭음과 폭식으로 불균형해진 위장을 잘 달래준다.

 

-. 태연(太淵) ; 크고 깊은 샘줄기, 수태음폐경의 원천(原泉) ;  兪,
태연의 태(太)는 크다는 뜻의 대(大)에 점(⼂)을 더해 참으로 크다는 말이다. 연(淵)은 네 귀퉁이 기슭으로 물이 몰려들어 빙빙 도는 모습과 그 사이에 깊은 못이 있는 모양을 형상화한 글자다. ‘물줄기가 모여 있다’는 것은 기운이 집중적으로 응축되어 기운이 크게작용한다는 뜻이다. 태연은 수태음폐경의 원혈로 장기의 원기가 머물러 있는 곳이므로 해당 경맥의 기혈을 깊이 간직하고 있다. 원혈은 연못처럼 움푹 들어간 곳인 손목이나 복사뼈 관절 부위에 있다. 사지(四肢)의 깔때기 같은 부위로 깔때기의 아래 쪽에 원기가 깊이 머물러 지나간다. 태연은 엄지쪽 손목 부위 힘줄 가로무늬에 있는 한의원에서 진맥할 때 잡는 곳이다. 즉 맥을 관찰하기에 최상인 곳, 맥기를 깊이 간직한 곳이다.
‘맥(脈)은 태연(太淵)에 모인다’는 말이 있다. 맥(脈)은 몸(⽉) 속에 흘러다니는(派) 것을 말한다. 몸 속을 흘러다니는 혈과 기가 맥인 것이다. 그래서 맥을 짚는다는 것은 이 기혈의 흐름을 느껴보는 것이다. 기혈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면 맥이 없고 온몸에 열이 나는데, 손발이 차거나 심신이 무기력하다. 이때 태연을 찌르면 맥과 기운이 살아난다.
요즘 아이들에게 불치병에 가까운 아토피도 열로 생긴 피부질환이다. 폐와 부부지간인 대장에 열이 있으면 아토피가 잘 생긴다. 대장에 열이 있으면 폐는 한기가 들고 이 열로 원기를 갉아먹는다. 이때 폐의 원혈인 태연에 침을 놓으면 대장의 열은 내리고 원기는 충전, 아토피가 진정될 수 있다. 맥은 혈의 흐름과 관련이 깊기 때문에, 혈맥을 주관하는 장기인 심장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만약 심장박동이 일정치 않거나 평형을 잃었다고 생각되면, 침대에 누워 2~3분 정도 태연을 부드럽게 문질러 주면 평온을 되찾게 된다. 심장박동이 일정치 않는 것은 심계(心悸,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불안해 하는 증)의 일종으로, 심기부족이 원인이므로 심장이 펌프질을 잘할 수 있도록 기운을 북돋아줘야 한다. 이때 맥의 집합소 태연을 자극하면 기의 운행이 촉진되고 기가 위로 올라가게 된다.
태연은 몸의 기혈을 전체적으로 보하는 혈자리로 폐나 폐기와 관련이 깊은 호흡기 병, 해수, 천식과 기혈의 부조화로 생기는 심장병, 심혈관 질환에는 기본으로 쓴다.

 

-. 경거(經渠) ; , 
경(經)은 세로를, 거(渠)는 도랑을 뜻하는 글자다. 세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도랑이라는 뜻이다. 거(渠)는 물 수(氵)와 클 거(巨), 나무 목(木)이 합쳐진 글자다. 나무를 양쪽에 대서 만든 수로로, 나룻배가 지나갈 정도의 물길이 거(渠)다.
경거혈은 위치를 보고 그 이름을 붙인 혈자리로, 주먹을 쥐고 약간 팔 안쪽으로 당기면 손목 부위에 굵은 힘줄이 두 개 튀어 나온다. 이 가운데 엄지손가락 쪽의 힘줄과 뼈(요골) 사이에 자리 잡은 것으로 뼈와 힘줄이 수로를 만들어 놓은 곳에 위치한다. 맥을 잡을때 '촌관척'중 관부에 해당한다.
경거(經渠)는 수태음폐경의 경혈이자 금(金)의 기운이 모인 자리로 열을 잡는데 효과가 있어 열로 인해서 생기는 천식도 경거로 치료한다. 인두염,편도선염,기관지염, 딸꾹질에 효과가 있다.

-. 척택(尺澤) ; 合, 
척(尺)은 원래 거리를 나타내는 척도로 손목에서 팔꿈치까지의 길이를 한 척이라고 한다.
척택은 바로 손목 아래의 가로줄에서 한 척(尺)이 떨어진 팔꿈치 안쪽에 위치해 있어 척택(尺澤)이다. 팔을 안으로 구부려, 다른 손으로 구부린 팔의 안쪽, 즉 팔꿈치 안쪽을 만지면 단단한 힘살이 느껴질 것이다. 이 힘줄 정중앙에서 몸 바깥쪽(손등쪽)으로 손가락 반 마디쯤 떨어진 곳이 척택이다. 이곳은 동맥이 지나는 곳이기도 하므로, 맥이 팔딱팔딱 뛰는 게 느껴진다.
척택은 폐기가 상역하고 열기가 폐에 찼을 때 효과적이다. 폐에 열이 차면 호흡이 짧아지고, 천기를 효과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을때 척택을 자극하면 폐열이 내리고 거스르던 기가 순행하므로 폐기를 조절할 수 있게 돕는다. 폐는 본래 심장의 보좌관이라고 한다. 군주인 심장 밑에서, 심장이 하지 않는 중요하고 많은 일들을 몽땅 도맡아 하므로 심장관련 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이다. 또 척택은 수태음폐경의 합혈인데, 음(陰)경의 합혈은 수(水)기운에 배속된다. 그래서 척택을 자극하면 폐는 많은 할 일 가운데서도 물과 관련된 기능을 작동시킨다. 이것이 척택이 부종에 특효하다고 말할 수 있다.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의 주요혈]

-. 열결(列缺) : 낙혈

열은 열(裂)과 같이 분해하다. 결(缺)은 그릇의 찢어진 틈을 뜻한다. 이는 손관절부의 요골경상돌기의 찢어진 틈에 자리하므로 붙여진 이름이다. 수태음폐경의 낙혈로 경맥이 여기서 갈라져 나간다.

또한 팔맥교회혈로 족소음신경의 조해(照海)혈과 짝하여 폐계.인후.흉격의 치료에 활용된다. 

- 공최(孔最) : 극혈

공은 공혈(孔穴)을 가르키고 최(最)는 제일로 친다는 뜻이다. 열병으로 땀이 나지 않는 것을 치료하는데 제일 효과가 있다고 하여, 폐기를 선통하고 주리를 개설한다고 하였다. 척택과 태연의 연결선에서 척택아래 5촌, 태연위 7촌에 위치한다.

-. 중부(中府) : 모혈

부(府)는 경맥의 기가 모이는 곳을 나타내므로, 중초의 기가 올라 폐에 돌아오고 이곳에 모여 수태음폐경의 첫 경혈을 이루는 혈자리이다. 쇄골하 대흉근.소흉근 중에 위치한다.  기관염.기관지염. 천식.폐렴.견배통.도한에 유효하다.

-. 폐유(肺兪) : 배유혈(背兪穴)

제3흉추극돌기 아래에서 외방1.5촌. 즉 신주혈옆 1.5촌에 위치한여. 폐에 있는 사邪을 치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