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不遠人(도불원인)

정운종의 고전공부

격물치지 (格物致知)

콜레라와 코로나

도원 정운종 2021. 7. 26. 22:44
코로나 시국에 아이들 어릴때 보던 과학 만화책.생물 교과서를 꺼내 보게 된다.
과거 인류에게 큰 위협적인 존재였던 세균성 역병인 콜레라에 대해 알아보고 작금에 창궐하는 바이러스 역병인 코로나19의 미래도 예상해 본다.

먼저 세균(박테리아)과 바이러스의 차이를 알아본다.
가장 큰 차이는 형태이다. 세균(박테리아)은 학교에서 흔히 사용하는 광학현미경으로도 충분히 볼 수 있지만, 바이러스는 세균보다 훨씬 작아 지름이 300나노미터 이하다. 가장 작은 것은 20나노미터에 불과해 전자빔과 전자렌즈를 사용하는 정밀한 전자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다.
박테리아는 핵과 여러 작은 기관 등을 갖추고 체세포가 분열하듯이 핵을 증식시키고 분리시켜 그 수를 늘려간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스스로 영양분과 자손을 만들어내지도 못하기 때문에 숙주세포에 의지하여 그 세포의 유전 물질을 이용하여 번식하고 생장한다.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있는 '경계 존재'이다. 생물은 스스로 증식할 수 있는 능력, 생명 현상을 유지하기 위한 대사 능력, 그리고 진화하는 능력이 있어야만 한다. 바이러스는 이 세 가지 조건 중에서 세 번째 조건만 가까스로 충족할 뿐이다. 바이러스는 숙주 없이는 스스로 증식하지도 못하고, 스스로 영양분을 섭취하는 대사 능력도 없다. 그래서 바이러스는 물질적으로는 단순히 '살아 있는 유전 물질'일 뿐이지만 다른 동물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세균성 역병인 콜레라에 대해 더 알아보자.
콜레라균은 오염된 물이나 음식, 환자의 배설물 등으로 전파된다.
19세기 초 유행하면서 전 세계로 퍼진 이후 수차례 크게 창궐하면서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콜레라'는 히브리어 구어로 ‘인간쓰레기’라는 뜻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호열자(虎烈刺)로 불렸다. 일본어로 虎烈剌(코레라)라고 음차한 것을 그대로 들여온 것인데 '호열랄'이라고 읽어야 하는데 랄(剌)자를 모양이 비슷한 자(刺)로 잘못 읽은 것에 '호랑이가 맹렬하게 할퀴듯이 아픈 병'이라는 의미가 붙었다. 20세기 이후에는 호역(虎疫)이라고도 불렸다.
콜레라 증상은
대부분 열이나 오한 등의 감기 증세 없이 설사만 주룩주룩 하는 것으로, 죽는 이유는 설사로 인한 탈수 증세가 심해져서이다.
콜레라에 걸렸을 때의 설사는 갈색이나 황색 또는 먹은 내용물의 색깔이 아니라, 밝은 황색이거나 흰 쌀뜨물 같은 설사가 나온다.
콜레라가 일반적인 설사와 다르게 정말 무서운 이유는, 간단한 수분흡수장애 등이 문제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 설사라면 콜레라의 경우 균이 내뿜는 독소가 장벽 세포의 단백질을 마비시켜 내부의 전해질들을 모두 장내에 쏟아 붓기 때문이다. 세포는 전해질 부족으로 죽어가고, 장내의 전해질 농도로 인한 삼투압 현상으로 몸의 수분이 계속 빠져나가게 된다. 급히 수분보충을 해주지 않는다면 몇 시간만에 사망에 이르게 된다.
보통 설사 증세가 있으면 수분과 전해질 보충을 위해 정맥에 관을 꽂아 공급한다. 그러나 의료시설이 미비한 곳에서는 입으로 전해질과 물을 공급하는 수액을 개발해서 사용한다. 즉 소금과 약간의 설탕을 포함한 깨끗한 물을 마시게 하는 요법이다. 이 수액요법이 발달한 덕분에 콜레라 사망율은 크게 낮아졌다. 이 쉬운 방법을 과거에는 잘 몰랐고, 콜레라가 발병한 지역에서는 이미 오염되지 않은 물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치료법을 시행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근현대적 상수도 시설이 갖추어진 나라에서는 이 요법으로 콜레라 환자를 살릴 수 있게 되었다. 
구강수액이 콜레라를 치료하는 건 아니나, 콜레라의 사망원인인 탈수증상으로 빠져나가는 수분만큼 수분과 전해질을 공급해서 죽음을 막는다 간단한 원리이다. 이런 식으로 '병의 원인을 찾아 없애기 곤란한 상황에서, 겉으로 나타난 병의 증상에 대응하여 처치를 하는' 치료법을 대증요법(對症療法)이라고 한다. 이렇게 싸고 간단한 치료방법이 나오기 전에는 콜레라는 사망률 40-70%에 한번 창궐하면 한 지역에서 수천 수만 명이 죽어나가던 무서운 전염병이었다.
근현대적 위생관념이나 상하수도 시설이 갖추어지기 전에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곳곳에서 매우 흔하게 발생하여, 한번 창궐했다 하면 동일 수계의 생활용수를 이용하던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던 무서운 질병이었다. 그러나 경구수액요법이 개발된 이후 콜레라로 인한 사망률은 1/14로 줄어들었으며, 지금은 상하수도 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은 저개발국가를 제외하면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후진국형 질병이 되었다.

코로나도 지나고 나면 쉽고 간단한 대증요법이나 치료제가 개발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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