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不遠人(도불원인)

정운종의 고전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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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벚꽃]

도원 정운종 2018. 4. 5. 19:51

비 내린 봄산에 수채화 물감을 팡팡 퍼트린 것 같은 산벚꽃을 보면 생기는 생각 3...


1.  "꽃" - 김춘수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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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心卽理(심즉리)" -왕양명-

명나라 유학자인 왕양명 선생이 남진이라는 곳을 유람할 때, 한 친구가 바위 가운데 핀 꽃을 가리키며 물었다. 

“천하에 마음 밖에 사물이 없다고 하셨는데, 깊은 산 속에서 저절로 피고 지는 저 꽃은 내 마음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이 꽃을 보지 못했을 때 이 꽃과 그대의 마음은 함께 적막한 곳으로 돌아간다. 비로소 그대가 이 꽃을 보았을 때 이 꽃의 색깔이 일시에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러므로 이 꽃은 그대의 마음 밖에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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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 속에서 저절로 피었다가 지는 꽃은 내 마음과 무관하게 있다 할지라도, 객관사물인 꽃은 내마음과의 연관 속에서만 그 의미를 지닌다. 즉 심즉리(心卽理)의 이치를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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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친구에게 보인다"
示子芳(시자방) - 임억령(조선시대 문인)
"오래된 절문 앞에서 봄날을 또 그렇게 보내는데.
비에 날린 꽃잎이 옷에 묻어 수를 놓네.
소매 가득 맑은 향기를 안고 집으로 오는데.
수많은 산벌들이 멀리도 따라오네."

古寺門前又送春 (고사문전우송춘)
殘花隨雨點衣頻 (잔화수의점의빈)
歸來滿袖淸香在 (귀래만수청향재)
無數山蜂遠趁人 (무수산봉원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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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아일체(物體)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