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不遠人(도불원인)

정운종의 고전공부

고전단상/菜根譚 (채근담)

Ⅱ. 응수편 (應酬篇) 2 (12~22)

도원 정운종 2022. 7. 31. 11:30

12. 세속을 벗어나는 것은 희미한 달빛이 엷은 구름을 환히 비추는 것 같다. 
隨時之內善救時 若和風之消酷暑,
수시지내선구시 약화풍지소혹서  
混俗之中能脫俗 似淡月之映輕雲.
혼속지중능탈속 사담월지영경운 

시대(時代)의 흐름을 따르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그 시대를 바로잡는 것은, 선들바람이 불어와서 무더위를 씻어 주는 것과 같다. 
세속(世俗)에 있으면서 세속을 벗어날수 있는 것은, 희미한 달빛이 엷은 구름을 환히 비추는 것과 같다. 

13. 세상에 들어가는 자는 먼저 세상밖의 정취를 알고있어야 한다.
思入世而有爲者 須先領得世外風光 否則無以脫垢濁之塵緣,
사입세이유위자 수선영득세외풍광 부즉무이탈구탁지진연 
思出世而無染者 須先諳盡世中滋味 否則無以持空寂之苦趣.
사출세이무염자 수선암진세중자미 부즉무이지공적지고취 

세간에 들어가 활동을 하려는 자는, 우선 출세간의 풍취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혼탁한 속세의 인연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 
세간을 떠나 세속에 물들지 않으려는 자는, 우선 속세의 달콤한 맛에 대해 다 알고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적막함의 쓴맛을 참지 못한다. 
-.領得:취득(取得)하여 제 것을 만듦, 諳 : 외울 암. 

14. 사람사귐에 나중에 가서 쉽게 소원해지는 것보다 처음에 친해지기 어려운 것이 낫다. 
與人者 與其易踈於終 不若難親於始,
여인자 여기이소어종 불약난친어시 
御事者 與其巧持於後 不若拙守於前.
어사자 여기교지어후 불약졸수어전 

사람을 사귀는데 있어서, 나중에 가서 쉽게 소원해지는 것은 차라리 처음에 친밀하기 어려운 것만 못하다.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도 뒤에가서. 공들여 지켜내는 것이 차라리 처음에 솜씨가 서툰 까닭에 조심하는 것만 못하다. 

15. 재난과 곤궁함이 어디에서 오는지 그 유래를 따져보면 원망하는 마음이 절로 사라진다. 
功名富貴 直從滅處 觀究竟 則貪戀自輕. 
공명부귀 직종멸처 관구경 즉탐련자경. 
橫逆困窮 直從起處 究由來 則怨尤自息 
횡역곤궁 직종기처 구유래 즉원우자식 

명예와 부귀가 헛되이 사라지는 길을 직접 따라가 그끝을 지켜보면 탐내는 마음이 저절로 가벼워진다. 
재난과 곤궁함이 어디에서 오는지 직접 따라가 그 유래를 따져보면 원망하는 마음이 저절로 사라진다.

 

16. 세상 모든일을 감당하고 초월하기도 해야한다.

宇宙內事 要力擔當 又要善擺脫

우주내사 요력담당 우요선파탈

不擔當 則無經世之事業  不擺脫 則無出世之襟期.

불담당 즉무경세지사업 불파탈 즉무출세지금기.

 

세상모든일은 힘껏 감당해야 하고, 때로는 거기서 기꺼이 벗어날 줄도 알아야 한다.

감당하지 못하면 세상을 경영하지 못할 것이며, 벗어날 줄 모르면 세상을 초월한 넉넉한 마음을 가지지 못한다.

-.擺脫: 열파, 열어서 벗어남. 襟期: 옷김금, 가슴속에 깊이 품은 회포.

 

17. 사람을 대할때도 일을 처리 할때도 다함이 없는 여유를 가져라.

待人 而留有餘不盡之恩禮 則可以維繫無厭之人心, 
대인  이류유여부진지은례 즉가이유계무염지인심
御事 而留有餘不盡之才智 則可以隄防不測之事變.
어사  이류유여부진지재지 즉가이제방불측지사변

사람을 대할때 다함이 없는 넉넉한 은혜와 예의를 갖추면 인심은 항상 내게서 떠나지 않고,

일을 처리 할때 다함이 없는 넉넉한 능력과 지혜를 발휘하면 예상치 못한 사태를 방지 할 수 있다.

-. 維: 벼리, 유지하다. 繫: 맬 계, 隄: 둑제, 防: 막을 방

 

18. 은혜 속의 감춰진 재앙은 막기 어렵다.

仇邊之弩易避 恩裡之戈難防,
구변지노이피 은리지과난방 
苦時之坎易逃 樂處之阱難脫.
고시지감이도 낙처지정난탈

원수가 화살은 피하기 쉬우나 은혜를 베푸는 사람이 찌르는 창은 막기 어려우며,

어려울 때 함정은 피히기 쉬우나 즐거운 때의 함정은 벗어나기 어렵다.

-.仇邊 : 원수의 곁, 阱 : 함정 정

 

19. 아부하는 얼굴을 꺼려하라.

落落者難合 亦難分 欣欣者易親 亦易散,
낙락자난합 역난분 흔흔자이친 역난산
是以君子 寧以剛方見憚 毋以媚悅取容.
시인군자  영이강방견탄  무이미열취용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이는 뜻을 맞추기도 어렵지만 갈라서기도 어렵다.

남들과 잘 어울리는 이는 친해지기는 쉽지만 헤어지는 것도 쉽다.

고로 군자는 차라리 완고함으로 남들에게 꺼리게 보일지라도 아부하는 얼굴을 취하지 않는다.

-. 落落: 서로잘 어울리지 못함. 欣欣: 기쁠흔, 기분좋게 사람들과 잘 어울림. 憚: 꺼릴 탄, 媚悅: 아첨하며 기뻐함.

 

20. 의기는 화창한 봄바람이 뭇 생명체를 자라게 하듯하고, 속마음은 가을달이 만물을 비추듯 한다.

意氣與天下相期  如春風之鼓暢庶類 不宜存半點隔閡之形 

의기여천하상기 여춘풍지고창서류 불의존반점격애지형

肝膽與天下相照 似秋月之洞徹群品 不可作一毫曖昧之狀.

간담여천하상조 사추월지통철군품 불가작일호애매지상.

 

의지와 기운은 천하 만물과 서로 맞추기를 봄바람이 뭇 사물을 깨워 자라게 하듯 하여 조금도 막히는 형태가 없어야 한다.

속마음은 천하 만물과 서로 환희 비추기를 가을달이 만물을 비추듯 하여 조금도 애매한데가 없도록 한다.

-. 鼓暢: 깨워 일으켜 자라게 함. 隔閡: 사이 격, 문잠글 애, 막고 닫음,

 

21. 자연속의 풍경을 생각하면 생각이 절로 가벼워 진다.

仕途須赫奕 常思林下的風味 則權勢之念自輕

사도수혁혁 상사림하적풍미 즉권세지념자경 

世途須紛華 常思泉下的光景 則利欲之心自淡 

세도수분화 상사천하적광경 즉이욕지심자담

 

벼슬길이 비록 화려해도 항상 숲속 바람의 느낌을 생각하면 권세를 쫏는 생각이 절로 가벼워지고,

세상살이가 비록 번잡해도 항상 맑은 샘물의 경치를 생각하면 탐욕의 마음이 절로 담박해진다.

-. 赫奕:빛날 혁, 클 혁, 紛華 : 어지럽고 화려함.

 

22. 빈한한 처지에서도 활발한 기상과 도량을 길러라.

從熱鬧場中 出幾句淸冷言語 便掃除無限殺機,
종열요장중 출기구청냉언어 편소제무한살기
向寒微路上 用一點赤熱心腸 自培植許多生意.
향한미로상 용일점적열심장 자배식허다생의

혼잡한 곳에서 몇 마디 맑고 시원한 말을 하면 곧 여러가지 살벌한 기틀을 없앨수 있고,

궁벽한 길에서 한점의 뜨거운 열정을 쏟으면 스스로 생의 의지를 심고 기를 수 있다.

-.熱鬧 : 시끄러울 뇨, 혼잡하고 떠들썩함. 寒微: 빈한하고 지위가 낮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