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不遠人(도불원인)

정운종의 고전공부

고전단상/菜根譚 (채근담)

Ⅳ 한적편 (閒適篇) 1~7

도원 정운종 2023. 1. 2. 12:24

1. 두려움 없는 삶

 

龍可豢 非眞龍 虎可搏 非眞虎

용가환 비진룡 호가박 비진호

故 爵祿可餌榮進之輩 必不可籠淡然無欲之人

고 작록가이영진지배 필불가농담연무욕지인

鼎鑊可及寵利之流 必不可加飄然遠引之士

정확가급총리지류 필불가가표연원인지사

 

기를 수 있는 용은 진짜 용이 아니며

잡아둘 수 있는 호랑이는 진짜 호랑이가 아니다.

그래서 직위와 봉록으로 영예와 출세를 원하는 사람은 거느릴 수 있지만,

담박한 취미와 무욕의 마음을 가진 사람을 잡아두지 못한다.

가혹한 형벌은 부귀영화와 이익을 추구하는 무리에게는 효과가 있지만,

표연히 세상 욕심을 멀리하는 사람에게는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 : 기를 환, : /잡을 박, : 먹이/미끼 이,

- : 솥정, : 가마 솥(죄인을 삶아 죽이는 형구) , : 총애할 총,

- 寵利 : 영화와 이익, 遠引 : 욕심을 멀리함.

 

2. 초연한 삶

昻藏老鶴 雖饑 飮啄猶閒 肯同鷄鶩之營營 而競食

앙장노학 수기 음탁유한 긍동계목지영영 이경식

 

偃蹇寒松 縱老 丰標自在 豈似挑李之灼灼 而爭姸

언축한송 종로 봉표자재 기사도리지작작 이쟁연

 

초연한 늙은 학은 비록 굶주려도 마시고 먹음에 여유가 있으니, 어찌 닭 오리처럼 악착스럽게 먹을 것을 가지고 다투겠나.

고고한 소나무는 비록 늙더라도 솔잎 우거진 나무 끝이 제 모습 그대로 이니, 어찌 복숭아나 오얏나무처럼 화려한 꽃으로 요염함을 다투겠나.

 

- : 밝을 앙, : 감출 장, : 쪼을 탁, : 오히려 유, : 한가할 한, : 집오리 목

偃蹇 : 나부낄/쓰러질 언, 절름발이 건, 고고하여 꺽이지 않는 모습, 營營 : 여기저기 분주히 왕래하며 이익을 추구하는 모습

- : 세로/비록 종, : 예쁠 봉, 풍채 풍, 標  : 표할/나무가지 표, : 불사를/밝을 작

 

3. 담박함에서 마음의 흡족함과 흥취를 얻는다.

吾人適志於花柳爛之時 得趣于笙歌沸之  

오인적지어화류난만지시 득취어생가등비지처

 

乃是造花之幻境 人心之蕩念也

내시조화지환경 인심지탕념야

 

從木落草枯之 希味淡之中 得一些消息

수종목락초고지후 향성희미담지중 멱득일사소식

 

是乾坤的橐龠 人物的根宗

재시건곤적탁약 인물적근종

 

-. 適志 : 뜻에 맞음.

-. 橐龠 : 대장간의 풀무(바람 부는 장치), 우주 변화를 일으키는 원동력의 뜻.

 

꽃과 버들잎이 난만한 때에 우리 마음이 흡족하고, 생황소리와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는 곳에서 흥취를 느끼지만,

이것은 우주조화가 만들어낸 하나의 환영이며 사람 마음속의 방종한 생각에 불과하다.

나뭇잎이 지고 들풀이 마른 뒤에 소리도 거의 없고 취미도 담박한 곳에서 한 소식을 듣게 되는 것이야 말로,

음양의 조화를 불러일으키는 풀무이며 사람과 만물 존재의 근원이다.

 

4. 육신의 유한함을 알라.

看破有盡身軀 萬境之塵緣自息

간파유진신구 만경지진연자식

 

悟入無懷境界 一輪之心月獨明

오입무회경계 일륜지심월독명

 

-. 心月 : 마음이 밝고 원만한 달에 비유.

 

육신이 유한하다는 것을 깨달으면 온세상 부질없는 인연은 절로 사라지고,

깨달음을 얻어 경계에 싸이지 않으면 마음이 달과 같이 밝아진다.

 

5. 검소하고 청렴한 삶

木床石枕冷家風 擁衾時魂夢亦爽

목상석침냉가풍 옹금시몽흔역상

 

麥飯豆羹淡滋味 放箸處齒頰猶香

맥반두갱담자미 방시처치협유향

 

-. 擁衾 : 낄옹, 이불금, 이불로 몸을 덮음.

-. : 시원할 상, : 젓가락 저

 

흙바닥에 돌베개만 놓인 찬바람 부는 집이라도 이불 덮고 자면 꿈속에서도 상쾌하다.

보리밥에 국한 그릇의 간소한 식사라도 젓가락을 놓으면 입안이 향기롭다.

 

6.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을 버려야 담박함을 즐길 수 있다.

談紛華而厭者 或見紛華而喜 語淡泊而欣者 或處淡泊而厭

담분화이염자 혹견분화이희 어담박이흔자 혹처담박이염

 

須掃除濃淡之見 滅卻欣厭之情 才可以忘紛華而甘淡泊也

수소제농담지견 멸각흔염지정 재가이망분화 이감담박야

 

번화 한 것에 대해 말하기 싫어하는 사람이 때로는 번화한 것을 보고 좋아하고,

담박한 것을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때로는 담박한 곳이 싫을 수가 있다.

혼탁함과 담박함의 구분을 모두 일소하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을 없애 버려야

번화한 것을 잊을 수 있고 담박함을 즐길 수 있다.

 

7. 부귀는 죽을 때 집착하게 한다.

富貴的一世寵榮 到死時反了一個戀字 如負重擔

부귀적일세총영 도사시반증료일개련자 여부중담

 

貧賤的一世 到死時反脫了一個厭字 如釋重枷

빈천적일세청고 도사시반탈료일개염자 여석중가

 

人誠想念到此 當急回貪戀之首而猛舒愁苦之眉矣

인성상염도차 당급회탐련지수 이맹서수고지미의

 

-. : 도리깨 가. 형틀 가

 

부귀한 사람이 일생동안 누린 영화는 죽을 때 연연하는 마음을 증가시켜 마치 무거운 짐을 진 것과 같다.

가난한 사람이 일생 겪은 청렴한 고난은 죽을 때 싫어하는 마음을 벗어나게 하여 마치 무거운 형틀을 벗는 것과 같다.

이것을 생각하면 탐욕과 애착으로 쌓인 머리는 다른 데로 돌려지고, 근심과 고통으로 찡그린 눈썹은 얼른 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