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不遠人(도불원인)

정운종의 고전공부

고전단상/推句 (추구)

推句 (추구) 1 - 천시(天時)와 사시(四時)

도원 정운종 2023. 4. 6. 17:21

추구(推句)는 조선시대에 주로 초학자들의 문장연습용 교재로 쓰였다. 추구(推句) 의 한자인 추천할 추() 와 글귀 구() 뜻 그대로 글 귀(싯구)를 가려 뽑아 놓은 모음집이다. 이백 도연명과 같은 유명시인의 시 54구씩 총 60개의 문장이 실려 있다. 그 내용은 천지자연, 일상 생활 그리고 학문을 권장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뽑을 추()를 사용하여 추구(抽句)라고도 한다

 

1.    천시(天時)와 사시(四時)

 

天高日月明 地厚草木生 月出天開眼 山高地擧頭

(천고일월명 지후초목생 월출천개안 산고지거두) 

하늘이 높으니 해와 달이 밝고, 땅이 두터우니 풀과 나무가 자란다.

달이 나오니 하늘이 눈을 뜬 것이요, 산이 높으니 땅이 머리를 든 것이다.

  

東西幾萬里 南北不能尺 天傾西北邊 地卑東南界

(동서기만리 남북불능척 천경서북변 지비동남계) 

동서는 몇 만리인가 !, 남북도 자로 잴 수 없다.

하늘은 서북쪽 가로 기울어져 있고, 땅은 동남쪽 경계가 낮다.

  

春來梨花白 夏至樹葉靑 秋涼黃菊發 冬寒白雪來

(춘래이화백 하지수엽청 추량황국발 동한백설래) 

봄이 오니 배꽃은 희고, 여름이 되니 나뭇잎이 푸르다.

가을은 서늘하니 노란 국화가 피고, 겨울은 차가우니 흰 눈이 내린다.

  

日月千年鏡 江山萬古屛 東西日月門 南北鴻雁路

(일월천년경 강산만고병 동서일월문 남북홍안로) 

해와 달은 천년의 거울이고, 강산은 만고의 병풍이다.

동과 서는 해와 달의 문이고, 남과 북은 기러기들의 길이구나.

 

春水滿四澤 夏雲多奇峯 秋月揚明輝 冬嶺秀孤松

(춘수만사택 하운다기봉 추월양명휘 동령수고송) 

봄 물은 사방의 못에 가득하고, 여름 구름은 기이한 봉우리도 많구나.

가을 달은 밝은 빛을 드날리고, 겨울 산엔 외로운 소나무가 빼어나구나.

-. 도연명(陶淵明)의 사시(四時)에서 

  

日月籠中鳥 乾坤水上萍 白雲山上蓋 明月水中珠

(일월롱중조 건곤수상평 백운산상개 명월수중주) 

해와 달은 새장 속의 새요, 하늘과 땅은 물위의 부평초라네.

흰 구름 산 위의 일산이고, 밝은 달 물 속의 구슬이다.

-. 두보(杜甫)의 “衡州送李大夫七丈勉赴廣州

斧鉞下靑冥 樓船過洞庭 (부월하청명 누선과동정)

北風隨爽氣 南斗避文星 (북풍수상기 남두피문성)

日月籠中鳥 乾坤水上萍 (일월농중조 건공수상평)

王孫丈人行 垂老見飄零 (왕손장인생 수로견표령)

황제명 받아 푸른하늘 아래 누선타고 동정호를 지나는데,

북풍은 서늘한 기운을 따라오건만 남쪽 두성(斗星)은 문성(文星)을 피하는구나.

해와 달은 새장 속의 새와 같고 하늘과 땅은 물위의 부평초 같아,

왕손(王孫)은 장인(丈人)으로 살았어도 늙어 바람 따라 헤매일 뿐이로다.

  

月爲宇宙燭 風作山河鼓 月爲無柄扇 星作絶纓珠

(월위우주촉 풍작산하고 월위무병선 성작절영주) 

달은 우주의 촛불이 되고, 바람은 산과 강의 북이 되네.

달은 자루 없는 부채가 되고, 별은 갓 끈 끊어져 흩어진 구슬이 되네.

  

雲作千層峰 虹爲百尺橋 秋葉霜前落 春花雨後紅

(운작천층봉 홍위백척교 추엽상전락 춘화우후홍) 

구름은 천 층의 봉우리가 되고, 무지개는 백척의 다리가 되는구나.

가을 낙엽은 서리 내리기 전에 떨어지고, 봄 꽃은 비 내린 뒤에 붉어진다네.

  

春作四時首 人爲萬物靈 水火木金土 仁義禮智信

(춘작사시수 인위만물령 수화목금토 인의예지신) 

봄은 사 계절의 처음이요,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다.

수화목금토는 오행(五行)이요, 인의예지신은 오상(五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