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不遠人(도불원인)

정운종의 고전공부

우리말 어원

누이, 누에, 잠 어원

도원 정운종 2021. 12. 17. 18:08

[누이, 누나]는 우리민족의 상용어이다. 국어사전에  ‘누이’는 남자 쪽에서 보아 그와 항렬이 같은 여자를 말하며 경북지방이나 황해도 지방에서는 ‘누에’라고도 하고, 경상도 사투리로 ‘누부’. 함경도 사투리로 '누비'라고도 한다.

또 ‘누에’의 경상도와 함경도의 사투리는 ‘누비’. ‘뉘비’라고도 한다. 또 ‘누베’나 ‘뉘’라고도 한다. 누에의 준말은 ‘뉘’인데 누이의 준말 ‘뉘’와 같다. 
‘뉘’란 중국 삼황오제시대부터 누에의 신神으로 추앙 받는 누조, 뉘조嫘祖의 ‘누’ ‘뉘’와 또한 발음이 같다. 뉘조嫘祖의 ‘뉘嫘’란 여자(女)가 밭(田)에서 실(糸)을 생산 해낸다는 한자어원을 가지고 있다. 즉 밭에 뽕나무을 가꾸어 그것으로 누에를 길러 비단실을 생산하는 여자를 ‘누에’ ‘누이’ 또는 ‘뉘’라고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조선말까지만 해도 창덕궁 주합루에서 왕비가 해마다 직접 누에를 쳐서 백성들에게 권잠하였으며 제기동 선농단에 왕이 제사지내는 의례와 더불어 성북동의 선잠단에는 누에의 신인 뉘조에게 왕비가 직접 제사를 지내 왔었다. 
뉘조는 삼황오제 시대 황제 헌원의 부인으로 어원으로 볼 때 황제도 우리 조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었음을 보여준다.   

[잠]
‘잠’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누에가 허물을 벗기 전에 몇 번씩 뽕잎을 먹지 않고 자는 일, 또는 그 횟수의 단위를 말한다. 
잠박蠶箔은 누에채반이며, 잠실蠶室은 누에를 치는 집이며, 누에잠은 누에가 뽕잎을 먹는 것을 중지하고 수면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말하며 모두 4회 잠을 자며 잘 때마다 허물을 벗는다. 
또 잠란蠶卵은 누에의 알이며 잠종蠶種은 누에의 씨를 말하고 잠두蠶頭는 누에의 머리이며 잠농蠶農은 누에치는 일이다. 여기서 농農은 누에치는 잠박(曲)과 누에(辰)를 합한 이다. 농사의 ‘농農’이 벼농사가 아니라 원래는 잠박에 누에를 치던 것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는 단서이다. 
잠누에는 허물을 벗고 있는 누에로 먹지도 움직이지도 아니하는 누에를 말하며 잠아蠶兒는 누에이고, 잠아蠶娥는 누에나방을 말한다. 
‘잠들다’ 또는 ‘잠든다’는 단어는 잠(누에)이 머리를 드는 모양에서 유래된 것이다. 사람도 베개를 받쳐 머리를 몸보다 높이 하여 자는 것이 누에의 수면 모습과 유사하다. 누에가 머리를 들면 즉, 잠蠶이 머리를 들면(잠이 들면) 뽕잎을 그만 먹고 잠이 드는 것이다. 
즉, 누에가 수면에 들어간다는 표현이 ‘잠이 들다’이다. 국어사전에도 수면제를 잠약蠶藥이라 하여 잠드는 것과 불가분의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잠이 많은 사람을 일러 ‘잠벌레(누에)’ 라고 하는 것도 여기서 나온 말이다. 

또 사람이 죽는 것을 ‘고이 잠들다’ 라고 표현하는 것도 번데기가 되어 누에고치 속에서 이듬해 봄에 나방으로 변신하기 전까지 깊은 잠을 자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고대 장례풍습에 죽은 사람을 누에고치처럼 생긴 옹관 속에 뉘어서 묻었던 것도 누에 번데기가 나방으로 다시 부활하듯이 사람도 누에고치처럼 환생하기를 염원한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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