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不遠人(도불원인)

정운종의 고전공부

나의 이야기

<남사예담촌 사람들의 천왕봉 등산후기>

도원 정운종 2024. 11. 26. 22:10

<가을 걷이를 끝내며>
올 한해 농사의 노고와 결실을 위로하고 감사하는 의미에서 남사예담촌 사람들은 지리산 등산을 계획하고, 이장, 동약계장, 운영위원 등 7명이 선뜻 동참한다.
2024.11/25일 아침 8시 화창한 날씨에 남사에서 출발하여 순두류를 거쳐 법계사 천왕봉을 오르는 코스이다. 동네 형님 동생들 관계인 예담촌 사람들은 모두 청년시절로 돌아 간 듯 평균 65세이상 나이가 무색하게 힘차게 산을 오른다.
모두 청춘시절에 올랐던 지리산을 회상하며 시간의 빠름을 새삼 느끼지만, 그때와 다름 없는 상쾌한 산 공기와 청명한 계곡물 소리를 들으니 신바람이 절로 난다. 한참을 오르는데 어떤 분의 등산화가 이상하다. 오래전 한번쯤 경험했던 등산화 믿창이 분리된 것이다. 등산로 주변 끈을 주워 묶고, 법계사에게 구한 유리테이프를 붙인 반짝이 등산화로 계속 오른다
법계사까지만 갈 사람도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모두 천왕봉에 3시간여 만에 오른다. 호호탕탕하고 차가운 천왕봉 기운을 마시고, 지리산신할매에게 간단한 제를 올리며 마을과 국가의 안녕을 빈다.
하산하며 천왕샘에서 김밥과 집 수육, 구운 계란으로 점심한다. 두런두런 모여 맛있게 먹는 모습에 하늘의 까마귀도 한입 달라고 한다. 따뜻한 커피도 일품이다.
산을 오르는 것 만큼 내려오는 것도 중요한 것임을 새삼 생각하며 하산한다. 7시간여에 걸친 천왕봉 등산을 무사히 마치고 내일 아침이면 기분좋은 뻐근함을 기대한다.
기운이 남아돌아 지리산 상부댐 부근의 마지막 단풍을 즐기며 드라이버하고, 덕천서원과 산천재에서 남명선생님의 호방한 시 구절을 읊어본다.
저녁시간에는 덕산에서 예담촌 마을 운영위원회를 갖는다.  등산에 참석 못한 운영위원들이 삼삼오오 모이고 마을 현안을 논의하고 다함께 회식한다. (작년에 귀촌한 마을총무가 산다한다.)
한해를 마무리할 즈음에 지리산 정기를 받고 살아온 산청.남사 예담촌 사람들이 천왕봉 등산을 통해 더욱 단합하고, 스스로를 충실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모든 분들의 덕분이고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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