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不遠人(도불원인)

정운종의 고전공부

불교 (佛敎) 이야기

[겁외사(劫外寺), 율은고거(栗隱故居)]

도원 정운종 2025. 4. 29. 15:30

[겁외사(劫外寺), 성철스님 생가(生家)]

<건립 배경>

성철스님 열반 후 제자들과 백련불교문도회, 산청군에서, 성철스님의 딸 불필스님이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논 2,000평 위에 생가와 겁외사를 건립하였다.

생가는 2000년에, 겁외사는 2001년에 문을 열었다.

1) 누각(樓閣) : 지리산 겁외사(劫外寺)

'겁외(劫外)'의 의미는 시간과 공간을 벗어난 곳, 절대적 세계, 깨달음의 세계를 의미한다. 성철스님이 부산 선동에 주거할 때 ‘화승원' 방에 붙여 놓았던 겁외사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주련(柱聯)은 영가대사 증도가이다.

<증도가(證道歌) / 영가 현각>

絶學無爲閑道人 不除妄想不求眞 (절학무위한도인 부제망상불구진)

배움이 끊어진 할 일 없는 한가한 도인은 망상도 없애지 않고 참됨도 구하지 않으니

無明實性卽佛性 幻化空身卽法身 (무명실성즉불성 환화공신즉법신)

무명의 참 성품이 곧 불성이요 허깨비 같은 빈 몸이 곧 법신이다.

法身覺了無一物 本源自性天眞佛 (법신각료무일물 본원자성천진불)

법신을 깨달음에 한 물건도 없으니, 근원의 자성이 천진불이다네.

누각 뒷면의 벽해루(碧海樓) 현판은 성철스님이 평소에 즐겨 말씀하시던 홍하천벽해(紅霞穿碧海 : 붉은 해가 푸른 바다를 뚫고 솟아오른다.)에서 따왔다고 한다. 주련은 삼조 승찬대사의 신심명 첫구절이다.

至道無難唯嫌揀擇 但莫憎愛洞然明白 (지도무난유혐간택 단막증애통연명백)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고 오직 간택함을 꺼릴 뿐이니, 단지 미워하고 사랑하지만 않으면 통연히 명백하다네.

毫釐有差天地懸隔 欲得現前莫存順逆 (호리유차천지현격 욕득현전막존순역)

털끝만큼이라도 차이가 있으면 하늘과 땅 사이로 벌어지니, 도가 앞에 나타나길 바라거든 따름과 거슬림을 두지 말라.

違順相爭是爲心病 不識玄旨徒勞念靜 (위순상쟁시위심병 불식현지도로염정)

어긋남과 따름이 서로 다툼은 마음의 병이 되니, 현묘한 뜻은 알지 못하고 공연히 생각만 고요히 하는구나.

 

2) 사리탑(舍利塔)과 존상(尊像)

성철스님의 사리 중 2과를 사리탑에 보관하였고 사리탑 위에는 존상이 주장자를 든 입상으로 서 있다. 사리탑 앞에는 존상의 좌측에 차대완 작가 의 단주상(短珠像), 우측에는 목탁상이 놓였다. 입상 아래에는 사리 외에도 입상 조성 연기문, 선문정로 법어집, 본지풍광 사서(寫書), 성철스님 다큐비디오, 대불정능엄신주, 발언문 등을 함께 봉안 했다.

 

3) 대웅전 (大雄殿)

대웅전 외벽에 부처의 일대기를 그리는 것이 일반적이나 겁외사 대웅전 외벽에는 성철스님 일대기를 그려 놓은 것이 특징이다. (김호석 화백)

(1) 대웅전 내부 중앙에 석가모니 부처를 모셨고 좌측에는 김호석화백이 그린 성철스님 영정(), 우측에는 친필 일원상(一員相)이 있다 대웅전의 금단청은 김성규 단청장(丹靑長)의 작품이다.

(2) 대웅전 주련 : 오도송(悟道頌)

黃河西流崑崙頂 (황하서류곤륜정) 황하수 서쪽으로 거슬러 곤륜산 정상으로 흐르니,

日月無光大地沈 (일월무광대지침) 해와 달은 빛을 잃고 땅은 꺼지네.

遽然一笑回首立 (거연일소회수립) 문득 한 번 웃고 머리를 돌려 보니,

靑山依舊白雲中 (청산의구백운중) 청산은 예대로 흰 구름 속에 있네.

(3) 대웅전 벽화 이야기

[제1화 출가 전 번뇌] 영원에서 영원으로 가는 궁극적인 해답을 찾기 위해 여러 책들을 읽고 고뇌하던 중, 24세에 증도가와 신심명을 읽고 산청 대원사에 들어가 '개에게는 불성이 없다.'라는 무자(無字) 화두를 잡고 42일 만에 동정일여(動靜一如) 경지에 이르는 과정이다.

[제2화 출가(出家)] 25세에 합천 해인사의 동산스님을 은사로 계를 받는다. (계보 : 용성-동산-성철)

[제3화 동구불출(洞口不出), 장좌불와(長座不臥)

45세~52세(1956~1963)까지 8년간 대구 팔공산, 파계사 성전암에서 철조망을 치고 일절 밖으로 나가지 않고 참선하던 때이다. E=MC2 (E:에너지, M:질량, C:빛의 속도)의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과 불교의 물과 얼음관계, 색즉시공(色卽是空)과 불생불멸(不生不滅)의 원리까지도 터득하였다.

[제4화 금강산에 오신 어머니] 1940년, 성철스님의 어머니가 한 보따리 싸서 이고 금강산 마하연에 참선하는 성철스님(29세)을 찾아 갔는데, 만나 주지를 않고 냉대를 하자 어머니가 말하기를 '나는 니를 보러온 게 아이다. 금강산이 하도 좋다고 해서 구경하러 왔재.'라고 답했다고 한다. 급기야 수행승들의 선방 전체회의가 열렸고 어머니를 금강산 구경을 시켜 드리든지, 성철스님이 마하연에서 퇴방하든지 택하라는 수행승들의 뜻에 따라 할 수 없이 금강산 구경을 시켜드렸다는 그림이다.

[제5화 백일법문] 1967년(56세)에 해인총림 초대방장에 취임 후, 하루 두 시간 씩 백일법문 하였다. 불교의 근본이 중도에 있음을 천명하고 현대 물리학 이론을 통해 불생불멸의 진리를 밝히기도 하였다.

[제6화 제6대 종정 취임] 70세(1981.1.20.)에 조계종 6대 종정으로 취임하던 모습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유명한 법어를 내렸다.

“원각(圓覺)이 보조(普照)하니 적(寂)과 멸(滅)이 둘이 아니라

보이는 만물은 관음(觀音)이요 들리는 소리는 묘음(妙音)이라

보고 듣는 이 밖에 진리가 따로 없으니 아아, 시회대중(示會大衆)은 알겠는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제7화 다비식 )] 82세(1993.11.10.) 해인사에서의 다비식 장면이다. 2박3일 동안 다비식이 거행되었다. 사리는 110여과가 나왔고 해인사 입구의 사리탑, 백련암, 겁외사 등에 분산해서 모셨다.

겁외사 대웅전 일원상

 

4) 성철스님 생가, 율은고거(栗隱故居)

생가를 복원한 율은고거(栗隱故居)는 겁외사 대웅전 뒤쪽 혜근문(惠根門)을 지나서 있다. 전통적인 한옥 기와집으로 묵실마을의 뒷산 엄혜산(嚴惠山)아래에 지어진 생가는 스님의 아버지 율은(栗隱) 이상언(李尙彦)의 호를 딴 것이다. ‘혜근문’은 부모 은혜의 근원을 생각한다는 뜻이다. 율은고거 왼쪽은 율은재, 오른쪽은 포영당이다. 율은재(栗隱)는 스님의 부친이 거처하던 사랑채의 모습을 재현했다. 스님의 부친은 일본의 창씨개명(創氏改名: 일제시대 일본이 식민지 한국인의 성과 이름을 일본식으로 바꾸게 한 정책)을 거부할만큼 꼿꼿한 성품을 지녔던 분이다.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 문하에서 공부한 죽각(竹閣) 이광우(李光右)의 9대손인 부친은 경서(經書)와 사서(史書)에 널리 통했다고 한다.

포영당(泡影堂)은 성철스님의 유품전시관이다. 전시된 유품들은 스님이 청년시절 읽은 책, 도첩(度牒), 누더기 두루마기, 고무신과 주장자. 장서목록, 안경, 필기류 노트, 승려 신분증, 친필 법어, 의학서 등이 전시돼 있다.

생가와 찾는 이로 하여금 출가이전의 스님, 그리고 당신의 평생의 삶과 수행정신을 일깨워주고 있다.

 

율은고거 내에는 성철스님 출가송(出家頌) 비석이 서있다.

彌天大業紅爐雪(미천대업홍로설) 跨海雄基赫日露(과해웅기혁일로)

誰人甘死片時夢(수인감사편시몽) 超然獨步萬古眞(초연독보만고진)

하늘에 넘치는 큰 일 들은 붉은 화롯불에 한 점 눈송이요,

바다를 덮는 큰 기틀이라도 밝은 햇볕에 한 방울 이슬일세.

그 누구 잠깐의 꿈속 세상에 꿈을 꾸며 살다 죽어가랴.

만고의 진리를 향해 모든 것 다 버리고 초연히 나 홀로 걸어가련다.

율은고거 주련은 한문학자 실재(實齋) 허권수(許捲洙)선생께서 지으셨다.

頭流巍巍鏡湖潾潾 (두류외외경호린린)

有村黙谷陜李振振 (유촌묵곡협이진진)

名碩不乏江右盛閥 (명석불핍강우성벌)

淸雅栗隱沈潛理窟 (청아율은침잠리굴)

修己安人天爵孔美 (수기안인천작공미)

積德之厚裕俊如是 (적덕지후유준여시)

두류산 우뚝 솟아 경호강 맑고 맑은데

묵곡 마을 합천이씨 번창했네.

큰 인물 많이 나와 강우의 명문가 이루고

청아한 율은(栗隱) 선생 성리학에 침잠했네.

자신을 수양하고 남을 편안케 하니 그 인품이 아름답고

덕을 두터이 쌓으니 이와 같은 뛰어난 인물이 났다네.

 

포영당(泡影堂) 주련도 실재(實齋)선생이 지으셨다.

儒釋異門求道則一 (유석이문구도즉일) 道是什麽欲覺歸佛 (도시십마욕각귀불)

寤寐精進我驗禪悅 (오매정진아험선열) 造道已深難得基匹 (조도이심난득기필)

仰之彌高肅敬無捨 (앙지미고숙경무사) 留揭萬古山山水水 (유게만고산산수수)

유불이 서로 달라도 도를 구하는 것은 같네. 도가 무엇인가 깨닫을려고 불교에 귀의했네.

오매 정진하여 선열을 경험했다네. 불도에 대한 조예는 따라올 사람 찾기 어렵네.

우러를수록 더욱 높아만 가니 공경하는 마음 끝없네. 만고에 게송을 남기니 산은산이요 물은 물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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