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不遠人(도불원인)

정운종의 고전공부

고전단상/菜根譚 (채근담)

Ⅳ 한적편 (閒適篇) 8~14

도원 정운종 2023. 2. 9. 19:50

8. 사람의 일생은 큰 창고의 쌀과 같다.

 

人之有生也 如太倉之粒米 如灼目之電光 如懸崖之朽木 如逝海之一波

인지유생야 여태창지립미 여작목지전광 여현애지휴목 여서해지거파

 

知此者如何不悲 如何不樂

지차자여하불비 여하불락

 

如何看他不破而懷貪生之慮

여하간타불파이회탐생지려

 

如何看他不重而貽虛生之羞

여하간타부중 이이허생지수

 

-. 灼目 : 눈 앞에 번쩍임. : 갈 서, : 끼칠 이. 남길 이

 

사람의 일생은 큰 창고의 쌀과 같고, 눈앞에 번쩍이는 번갯불 같고, 벼랑 끝에 달린 썩은 나무 같고, 바다를 넘는 파도 같다.

이것을 깨달으면 어찌 슬프지 않고 즐겁지 않겠는가.

어찌 이를 깨닫지 못하고  탐하는 삶을 근심하고,

어찌 이를 중시하지 않고 헛된 삶을 부끄러워 하는가.

 

9. 세상사 분개하거나 얼굴 찡그릴 없다.

 

東海水曾聞無定波 世事何須扼腕 北邙山未省留閒地 人生且自舒眉

동해수증문무정파 세사하수액완 묵망산미성유한지 인생차자서미

 

-. 扼腕 : 잡을 액, 팔둑 완, 분해서 팔짓을 함. : 펼 서

 

동해에 일정한 파도가 있다는 말을 일찍이 들어본 적 없는데 세상사에 무슨 분개할 일이 있는가.

북망산에 빈 땅 남아 있는 것을 본 적 없으니 인생사 찡그릴 일도 없다.

 

10. 번망한 가운데 여유를 찾고 부족한 곳에서 만족할 줄 알아라.

 

天地無停息 日月且有盈虧 況區區人世 能事事園滿 而時時暇逸乎

천지상무정식 일월차유영휴 황구구인세 능사사원만 이시시일호

 

只是向忙裡 遇缺處知足 則操縱在我 作息自如

지시향망리투한 우결처지족 즉조종재아 작식자여

 

即造物不得與之論勞逸較虧盈矣

즉조물불득여지론노일교휴영의

 

-. 停息 : 머무름과 쉼, 盈虧 : 가득참과 이지러짐. : 훔칠 투,

 

천지는 쉬는 일이 없고 일월도 쉬지않고 차고 이지러지는데, 하물며 구구한 인간세상에서 모든 일이 원만할 수 있겠으며 언제나 한가할 수 있겠는가.

다만 바쁜 가운데 잠시 틈을 내 한가히 하고, 부족한 곳에서 만족할 줄 알면, 부림과 따름이 내게 달려 있게 되며, 일함과 쉼을 자유롭게 하게 된다.

그러면 만물의 조화로 나에게 일하고 쉼을 말하지 않을 것이며, 이지러짐과 가득참을 비교하지 않을 것이다.

 

11. 작은 것에서 큰 것을 이해하고 가까운 데서 먼 것 볼 수 있다.

 

會心不在遠 得趣不在多

회심부재원 득취부재다

 

盆池拳石間 便居然有萬里山川之勢

분지석권간 편거연유만리산천지세

 

片言隻語內 便宛然見萬古聖賢之心

편언지어내 편완연견천고성현지심

 

纔是高士的眼界 達人的胸襟

재시고사적안계 달인적흉금

 

-. 會心: 마음에 듦. 깨달음, : 완연할 완,

 

깨달음은 먼 곳에 있지 않고, 풍취를 얻는 데도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작은 연못과 작은 돌사이에도 거대한 산천의 형세가 있고,

짧은 글에도 옛 성현의 마음이 완연히 나타나 있다.

이것을 깨닫는 것이 훌륭한 선비의 안목이고 통달한 사람의 마음이다.

  

12. 청아한 외모와 의젓한 기골은 겉모양에 있지 않다.

 

逸態閒情 惟期自 何事處修邊幅

인태한정 유기자상 하사외수변폭

 

標傲骨 不願人憐 無勞多買

청표오골 불원인련 무노다매연지

 

-.邊幅 : 옷감의 가장자리, 일의 겉이나 꾸밈. : 거만할 오

 

초연한 태도나 한가한 마음은 오직 자신을 높이기 위한 것인데, 겉치레에 신경 쓰겠는가.

청아한 외모와 의젓한 기골은 다름 사람 관심이 필요치 않으니, 쓸데없이 연지를 바를 필요가 있겠는가.

 

13. 누추한 집에 살아도 정신은 광활해 진다.

 

棲遲蓬戶 耳目雖拘而神情自曠

서지봉호 이목수구이신정자광

 

結納山翁 儀文雖略而意念常

결납산옹 의문수락이의념상진

 

-. 棲遲: 천천히 돌아다니며 놂, 結納 : 서로 의지함.

누추한 집에서 한가하게 살면 보고 듣는 것도 한정되어도 정신은 절로 광활해진다.

산골노인과 어울려 지내면 의식과 형식은 간략해도 생각은 항상 진실하다.

 

14. 만물 조화를 두려워 마라.

 

造花喚作小兒 切莫受渠戲弄

조화환작소아 절막수거희롱

 

天地丸爲大塊 須要任我爐錘

천지환위대괴 수요임아노추

 

-. : 개천 거, 갑자기. 어찌, ,

-. 爐錘 : 화로 로, 저울 추, 가열하고 망치질하여 물건을 만듬.

 

만물의 조화를 어린아이처럼 여겨 그 조화에 희롱당하지 말 고,

천지를 큰 흙덩이로 여겨 내 맘대로 할 수 있게 한다.

   -. 도원 정운종 -

'고전단상 > 菜根譚 (채근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V. 개론 (槪論) 21 - 40  (4) 2023.02.28
V. 개론 (槪論) 1 - 20  (0) 2023.02.12
Ⅳ 한적편 (閒適篇) 1~7  (1) 2023.01.02
Ⅱ. 응수편 (應酬篇) 3 (23~33)  (0) 2022.08.15
Ⅱ. 응수편 (應酬篇) 2 (12~22)  (0) 2022.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