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不遠人(도불원인)

정운종의 고전공부

고전단상/菜根譚 (채근담)

V. 개론 (槪論) 1 - 20

도원 정운종 2023. 2. 12. 18:06

1. 군자의 마음은 공명정대하다.

君子之心事 天靑日白 不可使人不知

군자지심사 천청일백 불가사인부지.

君子之才華 玉韞珠藏 不可使人易知

군자지재화 옥운주장 불가사인이지.

 

군자의 마음속은 푸른하늘 같고 밝은 해 같아 누구나 다 알게 한다.

군자의 재능은 보석처럼 숨기 듯 잘 간직하여 다른사람이 수비게 알수 없게 한다.

-. 韞 : 감출 온. 김출 운

 

2. 귀에 거슬리는 말은 수행에 이로운 것이다.

耳中常聞逆耳之言 心中常有拂心之事 

이중상문역이지언 심중상유불심지사 

纔是進德修行的砥石

재시진덕수행적지석

若言言悅耳 事事快心 便把此生埋在鴆毒中矣

약언언열이 사사쾌심 편파차생매재짐독중의

 

귀에는 항상 거슬리는 말이 들리고 마음에는 항상 거슬리는 일이 있다.

이것은 덕을 쌓고 수행하는데 숫돌과 같다. 

듣는 말마다 귀를 즐겁게 하고 하는 일마다 마음에 맞으면 이것은 인생을 독약속에 빠뜨리는 것이다.

-. 鴆毒:짐새의 독, 짐새 깃을 담은 술로 마시면 죽게 됨, 纔:겨우 재, 砥:숫돌 지

 

3. 참된 맛은 담백하다.

醲肥辛甘非眞味 眞味只是淡

농비신감비진미 진미지시담

神奇卓異非至人 至人只是常

신기탁이비지인 지인지시상

 

진한 술과 기름진 음식. 매운 맛. 단맛은 참된 맛이 아니며, 참된 맛은 담백하다.

신기하고 특이한 사람은 지극한 도에 이른 사람이라 할 수 없으며, 지극한 도에 이른 사람은 평범하다.

 

4. 조용히 홀로 앉아 마음을 살펴라.

夜深人靜獨坐觀心 始覺妄窮而眞獨露 每於此中得大機趣

야심인정독좌관심 시각망궁이진독로 매어차중득대기취 

旣覺眞現而妄難逃 又於此中得大慙悔 

기각진현이망난도 우어차중득대참회

 

밤 깊어 사람 소리 고요한 때에 홀로 앉아 마음을 살피면  

망념은 사라지고 참된 마음만 드러남을 비로소 알게되어, 매양 이 가운데서 진리를 얻는다 

이미 진실이 나타남을 느끼면서도 망념에서 도피하기 어려움을 깨닫는다면, 

또한 이 가운데서 큰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機趣 : 은밀한 흥취, 진리

 

5.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더욱 분발해라.

恩裡由來生害 故快意時 須早回頭

은리유래생해 고쾌의시 수조회두

敗後或反成功 故拂心處 莫便放手

패후혹반성공 고불심처 막편방수

 

예로부터 총애 속에서 불행이 싹트니 득의했을 때 모름지기 빨리 돌아서라.

실패한 후에도 간혹 성공할 수 있으니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에도 쉽게 손을 놓지 말라.

-. 裡 : 속 리

 

6. 너그럽게 살아 죽어서도 오래도록 기억하게 하라

面前的田地 要放得寬 使人無不平之歎

면전적전지 요방득관 사인무불평지탄

身後的惠澤 要流得久 使人有不匱之思

신후적혜택 요류득구 사인유불궤지사 

 

살아서는 마음을 너그럽게 하여 남들의 불평을 사지 않도록 하고,

죽어서는 베푼 혜택이 오래 남아 남들이 잊지 않도록 하라.

- 面前 : 살아있을 때, 田地 : 심지, 마음 터, 匱 : 다할 궤, 상자 궤 

 

7. 양보하는 것이 즐겁게 사는 방식이다.

路經窄處留一步與人行 滋味濃的減三分讓人食  此是涉世一極樂法

노경착처유일보여인행 자미농적감삼분양인식 차시섭세일극락법

 

길이 좁은 곳에서는 한 걸음 비켜서서 상대가 지나가게 하고, 

맛있는 음식은 10분의 3은 덜어 남에게 양보하라.

이것이 세상을 지극히 즐겁게 사는 법이다.

- 窄 : 좁을 착

 

8. 참 사람이 되는 것은 높고 큰데만 있지 않다.

作人 無甚高遠事業 擺脫得俗情 便入名流

작인 무심고원사업 파탈득속정 변입명류.

爲學 無甚增益工夫 減除得物累 便超聖境.

위학 무심증익공부 감제득물루 변초성경

 

사람이 되어 대단한 큰 일을 하지 못하더라도 세속의 정에서만 벗어날 수 있으면 곧 유명한 사람이 되고,

학문을 함이 크게 증익하는 공부는 없을지라도 물욕의 결박만 풀 수 있다면 곧 성인의 경지에 이른다.

 - 擺 : 열 파, 累 : 묶을 누, 거듭 누

 

9. 허물이 있으면 반성해야 한다.

蓋世的功勞 當不得一個矜字  彌天的罪過 當不得一個悔字

개세적공로 당부득일개긍자  미천적죄과 당부득일개회자

세상을 뒤덮을 만한 큰 공로도 자랑스러울 矜(긍)자 하나를 당하지 못하고,

하늘에 가득 찬 허물도 뉘우칠 뉘우칠 悔(회)자 하나를 당하지 못한다.

- 悔 : 뉘우칠 회 대신 고칠 개(改)로 쓰인 경우도 있음.

 

10.  일을 함에 여유를 가지고 임해라.

事事留個有餘不盡的意思 便造物不能忌我 鬼神不能損我

사사유개유여부진적의사 변조물불능기아 귀신불능손아

若業必求滿 功必求盈者 不生內變 必召外憂

약업필구만  공필구영자 불생내변 필소외우

​​

하는 일마다 여유 있는 생각으로 임하면 곧 ​조물주도 나를 시기하지 않으며 귀신도 나를 해하지 않는다.

​그런데 모든 일에서 성공을 구하고 공적 또한 완전하길 바란다면, 안에서 변란이 일어나거나 바깥의 우환을 부르게 된다.

 

11. 남을 나무랄 때는 너무 엄하게 하지 말라.

攻人之惡 毋太嚴 要思其堪受  敎人以善 毋過高 當使其可從

공인지악 무태엄 요사기감수   교인이선 무과고 당사기가종

 

남의 허물을 나무랄 때는 너무 엄하게 하지 말고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남을 선(善)으로써 가르칠 때는 너무 지나치게 정도를 높이지 말고 마땅히 따를 수 있는 정도로 해야 한다.

 

12. 깨끗함은 더러움에서 생겨나고 밝음은 어둠에서 생겨난다.

糞蟲至穢 變爲蟬 而飮露於秋風

분충지예 변위선 이음로어추풍

腐草無光 化爲螢 而耀采於夏月

부초무광 화위형 이요채어하월

固知潔 常自汚出 明每從晦生也

고지결 상자오출 명매종회생야

 

굼벵이는 지극히 더럽지만 변하여 매미가 되어 가을 바람에 이슬을 마시고,

썩은 풀은 빛을 내지 않으나 그속에서 반딧불이 나와 여름 달 아래에서 빛을 발한다.

깨끗함은 항상 더러운 데로부터 나오며 밝은 것은 항상 어둠을 좇아 생긴다.

 

13. 망령된 마읆을 제게해야 참마음이 나타난다.

矜高倨傲 無非客氣 降伏得客氣下 而後正氣伸

긍고거오 무비객기 항복득객기하 이후정기신

情欲意識 盡屬妄心 消殺得妄心盡 而後眞心現

정욕의식 진속망심 소쇄득망심진 이후진심현

 

뽐내는 것과 거만함은 객기 아닌 것이 없으니, 객기를 굴복시킨 뒤에야 바른기운이 자란다.

정욕과 의식은 모두 헛된 마음에 속하니, 헛된 마음을 모두 소멸시킨 뒤에야 참마음이 나타난다.

 

14. 나중에 후회 할 것을 미리 깨닫고 일을 처리하라.

飽後思味 則濃淡之境都消 色後思婬 則男女之見盡絶

포후사미 즉농담지경도소 색후사음 즉남녀지견진절

故人常以事後之悔悟 破臨事之癡迷 則性定而動無不正

고인사이사후지회오 파림사지치미 즉성정이동무부정

 

배부른 뒤에 음식 맛을 생각하면 맛이 있고 없음의 구분이 모두 사라지고,

여색을 즐긴 후 음욕을 생각하면 남녀 간의 생각이 사라진다.

그러므로 사람은 항상 일이 끝난 뒤에 느끼는 후회와 깨우침으로

일에 임할 때의 어리석음과 미혹을 깨트리면 곧 본성이 자리 잡혀 행동에 바르지 않음이 없게 된다.

 

15. 자연에 살더라도 경륜을 품는다.

居軒冕之中 不可無山林的氣味

거헌면지중 불가무산림적기미

處林泉之下 須要懷廊廟的經綸

처림천지하 수요회랑묘적경륜

 

높은 지위에 있을 때라도 자연에 묻혀 사는 취미가 없어서는 안 되며,

자연에 묻혀 살고 있을 때라도 반드시 조정에 있는 듯이 경륜을 품어야 한다.

-. 軒冕(헌면) : 고관(高官)이 타던 초헌(軺軒.수레)과 머리에 쓰던 면류관(冕旒冠),

-. 廊廟(낭묘) : 조정(朝廷)의 정사(政事)을 보살피는 곳

 

16. 지나치게 깔끔하면 세상에 도움이 안된다

憂勤是美德 太苦則無以適性怡情

우근시미덕 태고즉무이적성이정

擔泊是高風 太枯則無以濟人利物

담박시고풍 태고즉무이제인리물

 

조심하고 근면함은 미덕이지만

너무 고심하면 사람 본성을 충족시키고 감정을 편하게 하지 못한다.

욕심없이 담박하다는 것은 고상한 기풍이지만

지나치게 메마르면 남을 구제할 수도 없고, 사물을 이롭게 할 수가 없다.

 

17. 일이 어려울 때는 초심으로 돌아가라.

事窮勢蹙之人 當原其初心​

사궁세축지인 당원기초심

功成行滿之士 要觀其末路​

공성행만지사 요관기말로

 

일이 곤궁하여 어려움에 처한 사람은 마땅히 그 초심으로 돌아가야 하고,

성공하여 행사에 만족하는 선비는 반드시 그 말로를 살펴 보고 신중해야 한다.

-. 蹙: 닥치다.긴박하다.곤궁하다(축). 줄어들다.쭈그러들다(척)

18. 총명한 이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富貴家 宜寬厚 而反忌刻 是 富貴而貧賤其行矣 如何能享

부귀가 의관후 이반기각 시 부귀이빈천기행의 여하능향

聰明人 宜斂藏 而反炫燿 是 聰明而遇其病 如何不敗

총명인 의염장 이반현요 시 총명이우몽기병 여하불패

 

잘 사는 집이 넉넉하게 후덕해야지 시기하고 각박하게 대하는 것은

잘 살면서도 가난하고 천박한 행실이니 어찌 부귀를 오래 누리겠나.

슬기로운 이는 오히려 재주를 감춰야 하는데 다 드러내어 빛을 낸다면

이것은 총명하지만 어리석은 병을 키움이니 어찌 낭패를 보지 않겠나.

-. 懵 : 어리석을 몽

 

19. 소인을 미워하지 않기 어렵다.

待小人 不難於嚴 而難於不惡, 待君子 不難於恭 而難於有禮 

대소인 불난어엄 이난어불오, 대군자 불난어공 이난어유례).

 

소인을 대함에 엄하게 대하기는 어렵지 않으나 미워하지 않기가 더 어렵고,

군자를 대함에 공경하기가 어렵지 않으나 예절을 갖추기가 더 어렵다.

 

20.  먼저 자기의 기운을 다스려라.

降魔者 先降自心 心伏 則群魔退聽

항마자 선항자심 심복즉군마퇴청

馭橫者 先馭此氣 氣平 則外橫不侵

어횡자 선어차기기평 즉외횡불침.

 

마장을 항복시키려면 먼저 자기의 마음부터 항복시켜야 한다.

마음이 복종하면 곧 모든 마장들이 물러난다.

횡포를 제어하려고 하는 사람은 먼저 자신의 기운을 다스려야 한다.

기운이 가라앉으면 곧 외부의 횡포가 침입하지 못한다.

-. 馭 말 부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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