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不遠人(도불원인)

정운종의 고전공부

고전단상/菜根譚 (채근담)

V. 개론 (槪論) 81 - 100

도원 정운종 2023. 6. 13. 14:30

81. 냉철한 마음과 평정심으로 다스려라.

炎凉之態 富貴更甚於貧賤 妬忌之心 骨肉尤狠於外人

염량지태 부귀갱심어빈천 투기지심 골육우한어외인

 

此處 若不當以冷腸 御以平氣 鮮不日坐煩惱障中矣

차처 약부당이냉장 어이평기 선불일좌번뇌장중의

 

뜨겁다가도 차가워지는 변덕스러움은 부귀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보다 더 심하며,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은 육친이 남보다 더욱 심하다.

그 가운데 냉철한 마음으로 대처하고 평정심으로 다스리지 않는다면 하루종일 번뇌 속에 빠져 있지 않은 날이 드물게 된다.

-. :사나울 한. 원한 품을 항. 개 싸우는 소리 안

 

82. 은혜와 원한을 지나치게 밝히지 말라.

功過 不容少混 混則人懷惰墮之心

공과 불용소혼 혼즉인회타타지심

恩仇 不可大明 明則人起携貳之志

은구 불가대명 명즉인기휴이지지

 

공로와 과실은 절대로 혼동하지 말라. 만약 혼동하게 되면 사람들은 게으른 마음을 품게 된다.

은혜와 원한을 지나치게 밝히지 말라. 만약 밝히게 되면 헤어져 떠나갈 마음을 품게 된다.

-. : 게으를 타. 아름다울 타, : 떨어질 타.무너트릴 휴

携貳 : 사이가 나빠짐, 끌 휴.이끌 휴

 

83. 숨어 있는 것이 더 크다.

惡忌陰 善忌陽 故 惡之顯者禍淺 而隱者禍深

악기음 선기양 고 악지현자화천 이은자화심

 

善之顯者功小 而隱者功大

선지현자공소 이은자공대

 

악은 잘 숨겨지지 않고 선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고로 악을 드러내면 화가 얕고 숨기면 화가 깊으며,

선을 드러내면 공이 작고 숨기면 공이 크다.

 

84. 덕을 갖추자.

德者 才之主 才者 德之奴

덕자 재지주 재자 덕지노

 

有才 無德 如家無主而奴用事矣 幾何不魍魎而猖狂

유재 무덕 여가무주이노용사의 기하불망량이창광

 

덕은 재능의 주인이고 재능은 덕의 종이다.

재능이 있어도 덕이 없다면 집안에 주인은 없고 종이 집안일을 처리하는 것과 같으니

도깨비처럼 미쳐 날뛰지 않겠는가.

 

85. 물질로 사람을 도울 수 없어도 말로서 베풀 수 있다.

士君子 貧不能濟物者 遇人痴迷處 出一言提醒之

사군자 빈불능제물자 우인치미처 출일언제성지

 

遇人急難處 出一言解救之 亦是無量功德

우인급난처 출일언해구지 역시무량공덕

 

군자가 가난하여 물질적으로 사람을 도울 수 없더라도, 어리석음으로 방황하는 사람에게 한마디 말로 깨우쳐 주고,

위급하고 곤란한 처지의 사람에게 한마디 말로써 위기를 벗어나게 해주면 이 또한 무량한 공덕이다.

 

86. 원망은 서로를 해치는 것이다

反己者 觸事皆成藥石 尤人者 動念卽是戈矛

반기자 촉사개성약석 우인자 동념즉시과모

 

一以闢衆善之路 一以濬諸惡之源 相去霄壤矣

일이벽중선지로 일이준제악지원 상거소양의

 

스스로를 반성하는 사람은 닥치는 일마다 모두 약과 침이 되지만, 남을 탓하는 사람은 생각하는 모두가 창과 칼이 된다.

하나는 모든 선이 나갈 길을 열고 또 하나는 모든 악의 물길을 터니, 둘 사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 : 열 벽, : 깊을 준, : 하늘 소

 

87. 정신은 영원하다.

事業文章隨身銷毁 而精神萬古如新

사업문장수신소훼 이정신만고여신

 

功名富貴逐世轉移 而氣絶千載一日

공명부귀축세전이 이기절천재일일

 

君子信不當以彼易此也

군자신부당이피역차야

 

사업과 문장은 육체와 함께 사라지나, 정신은 영원히 새롭다.

공명과 부귀는 세상을 따라 옮겨가나, 의기와 절조는 천년이 하루와 같다.

군자는 마땅히 저것으로 이것을 바꾸지 않는다.

 

88. 지혜와 재주는 믿을 수 없다.

魚網之設 鴻則罹其中 螳螂之貪 雀又乘其後

어망지설 홍즉리기중 당랑지탐 작우승기후

 

機裡藏機 變外生變 智巧何足恃哉

기리장기 변외생변 지교하족시재

 

고기 그물에 기러기가 걸려들고, 사마귀가 먹이를 찾는데 참새가 뒤에서 사마귀를 노린다.

기미 속에 또 기미가 숨어 있고, 변고 밖에 또 변고가 생기니, 사람의 지혜를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89. 참다운 생각과 원활한 기지가 있어야 한다.

作人無點眞懇念頭 便成個花子 事事皆虛

작인무점진간염두 변성개화자 사사개허

 

涉世無段圓活機趣 便是個木人 處處有碍

섭세무단원활기취 변시개목인 처처유애

 

인격을 수련함에 진실하고 간절한 마음이 없다면 허수아비에 불과하니 일마다 헛될 것이요.

세상을 살아감에 원활한 마음작용과 흥취가 없다면 이는 장승에 불과하니 가는 곳마다 막힐 것이다.

 

90. 조급하지 말고 완고하지 말라

事有急之不白者 寬之或自明 躁急以速其忿

사유급지불백자 관지혹자명 조급이속기분

 

人有操之不從者 縱之或自化 操切以益其頑

인유조지부종자 종지혹자화 조절이익기완

 

일이 급하게 진행되면 밝혀지지 것도 간혹 너그럽게 처리하면 하면 스스로 밝혀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조급하게 서둘러 분노를 재촉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을 부릴 때 잘 따르지 않는 자도 가만 놓아두면 저절로 따르는 수가 있다. 너무 엄하게 하여 그 완고함을 키우지 말라.

 

91. 덕성 없는 절의는 무의미하다.

節義傲靑雲 文章高白雲 若不以德性陶鎔之

절의오청운 문장고백운 약불이덕성도용지

終爲血氣之私 技能之末

종위혈기지사 기능지말

 

절의가 청운을 업신여길 정도이고 문장이 흰 눈처럼 고결해도,

그것이 덕성으로 단련된 것이 아니라면

마침내 개인의 혈기와 말초적 기예에 불과하다.

 

92. 전성기에 물러나라.

謝事 當謝於正盛之時 居身 宜居於獨後之也

사사 당사어정성지시 거신 의거어독후지야

謹德 須謹於至微之事 施恩 務施於不報之人

근덕수근어지미지사 시은무시어불보지인

 

하던 일을 사양하고 물러날 때는 마땅히 전성기에 물러나라.

아울러 몸을 두는 곳은 홀로 뒤에 처진 곳에 자리 잡아라.

덕행을 삼가서 실현하려면 모름지기 작은 일에 삼가 행하라.

남에게 은혜를 베풀려면 갚지 못할 사람에게 힘써 베풀라.

 

93. 덕은 모든 일의 기초이다.

德者事業之基 未有基不固而棟宇堅久者

덕자사업지기 미유기불고이동우견구자

心者後嗣之本 未有本不立而枝葉茂榮者

심자후사지본 미유본불립이지엽무영자

 

덕은 모든 사업의 기초가 되니 기초가 튼튼하지 않고서는 그 집이 오래갈 수가 없다.

마음은 자손의 뿌리이니 뿌리가 내리지 않고 가지와 잎이 무성할 수는 없다.

 

94. 배움은 끼니와 같다

道是一種公衆物事 當隨人而接引

도시일종공중물사 당수인이접인

學是一個尋常家飯 當隨事而警惕

학시일개심상가반 당수사이경척

 

도는 공공의 것이니 사람마다 그에게 맞는 도를 이끌어 들여야 하고

배움은 매일 먹는 끼니와 같으니 마땅히 일마다 경계하며 조심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95. 검소를 빌어 인색함을 꾸미지 마라.

勤者 敏於德義 而世人借勤而濟其貧

근자 민어덕의 이세인차근이제기빈

儉者 淡於貨利 而世人假儉以飾其吝

검자 담어화리 이세인가검이식기린

君子持身之符 反爲小人營私之具矣 惜哉

군자지신지부 반위소인영사지구의 석재

 

근면함이란 덕과 의에 민첩한 것인데도, 사람들은 근면을 빌어 그 가난을 건진다.

검소함이란 재물과 이익에 담박한 것인데도, 사람들은 검소를 빌어 인색함을 꾸민다.

군자의 몸을 지키는 신조가 소인배의 사리사욕의 도구가 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96. 남을 용서하고 남의 고통을 방관하지 말라.

人之過誤 宜恕 而在己則不可恕

인지과오 의서 이재기즉불가서

己之困辱 當忍 而在人則不可忍

기지곤욕 당인 이재인즉불가인

 

다른 사람의 잘못은 마땅히 용서해야 하지만, 자신의 과오를 용서해선 안 된다.

나의 곤욕은 마땅히 참아야 하지만, 다른 사람의 곤욕은 참아서는 안 된다.

 

97. 은혜는 가볍게 시작하고 위엄은 엄격하게 시작하라

恩宜自淡而濃 先濃後淡者 人忘其惠

은의자담이농 선농후담자 인망기혜

威宜自嚴而寬 先寬後嚴者 人怨其酷

위의자엄이관 선관후엄자 인원기혹

 

은혜를 베풀 때는 가볍게 시작하여 뒤에 후하게 해야 한다. 먼저 후하게 하고 나중에 가볍게 하면 사람들은 은혜를 잊어버린다.

위엄은 엄격하게 시작하여 뒤에 관대해야 한다. 먼저 너그럽고 나중에 엄격하면 사람들은 가혹하다고 원망한다.

 

98. 몸가짐은 엄정 공평하고 마음은 온화 평이하게 하라.

士君子處權門要路 操履要嚴明 心氣要和易

사군자처권문요로 조리요엄명 심기요화이

毋少隨而近腥羶之黨 亦毋過激而犯蜂蠆之毒

무소수이근성전지당 역무과격이범봉채지독

 

선비가 권력의 자리에 있을 때는 몸가짐이 엄정하고 명백해야 하며, 마음은 항상 온화하고 평이해야 한다.

더러운 냄새가 나는 야비한 무리와 가까이하지 말고, 너무 과격하게 하여 소인배의 독침을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 : 비릴 성, : 누린내 전. 향기 형, : 전갈 채

 

99. 감동시키고, 격려하고 인도하라.

遇欺詐的人 以誠心感動之 遇暴戾的人 以和氣薰蒸之

우기사적인 이성심감동지 우폭려적인 이화기훈증지

遇傾邪私曲的人 以名義氣節激勵之

우경사사곡적인 이명의기절격려지

天下無不入我陶冶中矣

천하무불입아도야중의

 

속임수를 쓰는 사람은 성심껏 감동시키고, 포악한 사람은 온정으로 감화시켜라.

사악하고 바르지 못한 사람을 만나면 명분, 의리, 기개, 절개로써 격려하라.

그러면 나의 다스림 속에 들지 않을 사람이 없다.

 

100. 세상살이의 첩경은 참는 것이다.

語云 "登山耐側路 踏雪耐危橋" 一耐字極有意味

어운 "등산내측로 답설내위교" 일내자극유의미

如傾險之人情 坎坷之世道

여경험지인정 감가지세도

若不得一耐字 撑持過去 幾何不墮入榛莽坑塹哉

약부득일내자탱지과거 기하불타입진망갱참재

 

옛말에 이르기를 산을 오를 때는 비탈길을 견뎌야 하고, 눈길을 걸을 때는 위태로운 다리를 견뎌야 한다고 했다. 견딜 내()자에는 참으로 깊은 뜻이 있다.

험악한 인정과 곤란한 세상 길에서 견딜 내()자 한 자로 지탱하여 지나지 않으면 가시덤불이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된다.

-. : 험할 가, ; 개암나무 진, : 풀 우거질 망, : 구덩이 갱, 塹 : 구덩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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