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不遠人(도불원인)

정운종의 고전공부

고전단상/菜根譚 (채근담)

V. 개론 (槪論) 61 - 80

도원 정운종 2023. 3. 31. 18:55

61. 지극한 경지는 특이함에 있지 않다.

文章做到極處 無有他奇 只是恰好.
문장주도극처 무유타기 지시흡호.

人品做到極處 無有他異 只是本然.
인품주도극처 무유타이 지시본연.

 

문장이 지극한 경지에 도달하면 별다른 기교가 있지 않아도 문장 짜임이 꼭 맞으며,

인품이 지극한 경지에 도달하면 별다른 특이함이 있지 않아도 본래대로의 모습일 뿐이다.

 

62. 만물은 모두 나와 일체

以幻迹言 無論功名富貴 卽肢體亦屬委形
이환적언 무론공명부귀 즉지체역속위형

以眞境言 無論父母兄弟 卽萬物皆吾一體.
이진경언 무론부모형제 즉만물개오일체.

人能看得破 認得眞
인능간득파 인득진

纔可任天下之負擔 亦可脫世間之韁鎖.
재가임천하지부담 역가탈세간지강쇄.

 

몽환적이고 거짓된 것으로 본다면 부귀공명은 물론 내 육체도 잠시 맡겨진 형체에 불과하고,

참된 경지로 말하자면 부모형제는 물론 만물이 모두 나와 일체이다.

사람이 능히 이것을 간파하고 참됨을 인식할 수 있다면

비로소 천하의 큰일을 맡을 수 있으며 또한 세상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63. 인생은 쉬이 지나간다.

天地有萬古 此身不再得 人生只百年 此日最易過        

천지유만고 차신부재득 인생지백년 차일최이과

幸生其間者 不可不知有生之樂 亦不可不懷虛生之憂        

행생기간자 불가부지유생지락 역불가불회허생지우

 

천지는 만고에 존재했으나 이 몸은 두 번 다시 얻지 못하고, 인생은 겨우 백 년인데도 오늘 하루는 헛되이 보내기 쉽다.

다행히 그 사이에 살며삶에 즐거움이 있는 것을 모르지 않을 수 없고, 헛된 일생을 보내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64. 운세가 왕성할 때 조심한다.

老來疾病 都是壯時招 衰後罪業 都是盛時作

노래질병 도시장시초득 쇠후죄업 도시성시작득

故持盈履滿 君子尤兢兢焉.

고지영리만 군자우긍긍언

 

늙은 후 생기는 질병은 모두 젊었을 때 불러들인 것이고, 쇠한 뒤에 생기는 재앙은 모두 성했을 때 지어 놓은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운세가 왕성할 때 더욱 조심한다.

 

65. 사견으로 수치를 남기지 마라.

公平正論 不可犯手 一犯則貽羞萬世

공평정론 불가범수 일범수 즉이수만세

權門私竇 不可着脚 一着則玷汚終身

권문사두 불가착각 일착각 즉점오종신

 

공평하고 올바른 의논에는 반대하지 말아야 하니, 한 번 반대하면 부끄러움을 만세에 남길 것이다.

권문과 사리(私利)에는 발을 들여놓지 말라. 한번 붙이면 평생 동안 씻지 못하는 오점을 남긴다.

-. 貽 : 끼칠 이, : 구멍 두. 개천 독, 私竇 : 사사로운 움막,  玷 : 이지러질 점

 

66. 거짓으로 남을 기쁘게 하지 말라.

曲意而使人喜 不若直躬而使人忌.
곡의이사인희 불약직궁이사인기.

無善而致人譽 不若無惡而致人毁.
무선이교인예 불약무악이치인훼.
 

뜻을 굽혀 남을 기쁘게 하는 것은 몸을 곧게 하여 남의 꺼림을 받는 것만 못하고,

선행도 없으면서 남의 칭찬을 받는 것은 잘못한 일 없이 남의 비방을 받는 것만 못하다.

 

67. 변고를 당해서는 침착해라.

處父兄骨肉之變 宜從容不宜激烈

처부형골육지변 의종용불의격렬

遇朋友交遊之失 宜凱切不宜優游.
우붕우교유지실 의개절불의우유.
 

부모 형제와 같은 골육의 변고를 당하여서는 마땅히 침착하여야 하고 감정이 격해져서는 안 되고,

벗을 사귈때 벗의 잘못된 점을 보면 마땅히 적절하게 대처해야 하고 주저해서는 안 된다.

 

68. 작은 일도 빈틈없이 하라.

小處不滲漏 暗中不欺隱 末路不怠荒 纔是個眞正英雄.
소처불삼루 암중불기은 말로불태황 재시개진정영웅.

 

작은 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어둠 속에서도 속이거나 숨기지 않고,
일이 끝날때 까지 나태하지 않는다면 이는 곧 진정한 영웅이다.

-. 滲 : 스며들 삼

 

69. 항구적인 지조를 지켜라.

驚奇喜異者 終無遠大之識 苦節獨行者 要有恒久之操

경기희이자 종무원대지식 고절독행자 요유항구지조

신기한 것을 놀라워 하고 색다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원대한 식견을 가질 수 없다.

괴롭게 절개를 지키며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항구적인 지조를 지녀야 한다.

 

70. 분노의 불길이 오를 때 굳세게 마음을 돌리면 참된 마음을 얻는다.

當怒火慾水正騰沸處 明明知得 又明明犯著
당노화욕수정등비처 명명지득 우명명범착

知的是誰 犯的又是誰.
지적시수 범적우시수.

此處能猛然轉念 邪魔便爲眞君矣.
차처능맹연전념 사마변위진군의.
 

분노의 불길과 욕망의 물결이 끓어오르는 때, 분명히 이것을 알고 확실하게 대처해야 한다.

아는 자는 누구이며 대처하는 자는 또 누구인가.

이러한 때에 굳세게 마음을 돌리면 사악한 마귀라도 참된 존재가 된다.

-. 犯著 : 상대하고 달라붙음, 즉 정면으로 맞붙어 대응함.

 

71. 자신의 장점으로 남의 단점을 드러내지 말라.

毋偏信而爲奸所欺 毋自任而爲氣所使.
무편신이위간소기 무자임이위기소사.

毋以己之長而形人之短 毋因己之拙而忌人之能.
무이기지장이형인지단 무인기지졸이기인지능.
 

한쪽 말만 들어서 간사한 사람에게 속지 말고, 자기 마음대로 하여 객기의 부림을 받지 말라.

자신의 장점으로써 남의 단점을 드러내지 말고, 자기가 서툴다고 하여 남의 능숙함을 시기하지 말라.

 

72. 남의 단점을 공격하지 마라.

人之短處 要曲爲彌縫 如暴而揚之 是以短攻短
인지단처 요곡위미봉 여폭이양지 시이단공단

人有頑的 要善爲化誨 如忿而疾之 是以頑濟頑.
인유완적 요선위화회 여분이질지 시이완제완.
 

다른 사람의 단점은 모름지기 간곡히 덮어 주어야 한다.  만약 이것을 드러내어 알린다면 이는 나의 단점으로 남의 단점을 공격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둔하면 모름지기 잘 타일러 고치게 해야 한다. 만약 화를 내고 꾸짖으면 이는 나의 둔함으로 남의 둔함을 구제하려는 것다.

-. 頑 : 완고할 완. 무딜 완

 

73. 말이 없는 이에게 본심을 털어놓지 마라.

遇沈沈不語之士 且莫輸心
위침침불어지토 차막수심

見悻悻自好之人 應須防口.
견행행자호지인 응수방구.
 

음침하게 말이 없는 사람을 만나거든 아직 본심을 털어놓지 말라.

발끈하여 성을 내는 사람이 잘난 척하거든 마땅히 입을 다물도록 하라.

-. 悻 : 성낼 행

 

74. 마음이 혼란할 때는 다 잡아을 줄 알라.

念頭昏散處 要知提醒 念頭喫緊時 要知放下.
염두혼산처 요지제성 염두끽긴시 요지방하.

不然, 恐去昏昏之病 又來憧憧之擾矣.
불연, 공거혼혼지병 우래동동지요의.
 

마음이 혼미하고 산란할 때에는 다잡아 깨달을 줄 알아야 하고, 마음이 긴장된 때에는 모름지기 풀어 버릴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혼미한 병은 없애더라도 다시 조바심내는 요란함을 불러들일 것이다.

-. 提醒 : 끌 제 , 깨어날 성, 정신을 일으키고 각성함.

 

75. 마음의 본체도 한결같기가 힘들다.

霽日靑天 倏變爲迅雷震電 疾風怒雨 倏變爲朗月晴空
제일청천 숙변위신뢰진전 질풍노우 숙변위랑월청공

氣機何常 一毫凝滯 太虛何常 一毫障塞
기기하상 일호응체 태허하상 일호장색

人心之體 亦當如是.
인심지체 역당여시.
 

개인 날 푸른 하늘도 갑자기 변해 우레가 울리고 번개가 치며, 세찬 바람 성난 비도 갑자기 변하여 밝은 달빛 맑은 하늘이 된다.

기의 운행이 어찌 털끝만큼의 막힘으로 일정함이 없겠는가. 태허가 어찌 털끝만큼의 가려짐으로 일정함이 없겠는가.

사람의 마음의 본체도 또한 이와 꼭 같음이다.

-. 倏 : 갑자기 숙,

 

76. 역경과 곤궁은 심신을 단련하는 도구이다.

橫逆困窮 是煅煉豪傑的一副鑪錘
횡역곤궁 시단련호걸적일부로추

能受其煉 則身心交益 不受其煆煉 則身心交損.
능수기단련 즉심신교익 불수기하련 즉심신교손.
 

역경과 곤궁은 호걸을 단련하는 하나의 용광로와 망치이다.

능히 그 단련을 받아들인다면 곧 심신에 서로 도와주고, 그 단련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심신이 서로 해를 입힌다.

-.煅 : 불릴 단, 뜨거울 하

 

77. 지나치게 소홀하거나 지나치게 실핌을 경계하라.

害人之心 不可有 防人之心 不可無 此戒疎於慮也.
해인지심 불가유 방인지심 불가무 차계소어려야.

寧受人之欺 毋逆人之詐 此警傷於察也.
영수인지기 무역인지사 차경상어찰야.

二語並存 精明而渾厚矣.
이어병존 정명이혼후의.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가져서도 안 되지만, 남에게서 나를 방어하는 마음이 없어서도 안 된다.
이는 미리 대비함에 소홀함이 있을까 경계한 것이다.

차라리 남에게 속을지언정 남이 속이는 것을 미리 막지 말라.  이는 살피는 일이 정도를 지나치지 않을까 경계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말을 아울러 지닌다면 생각이 밝아지고 덕이 두터워 질 것이다.

 

78. 공론으로 사적인 감정을 해결하려 하지 말라.

毋因群疑而阻獨見 毋任己意而廢人言
무인군의이조독견 무임기의이폐인언

毋私小惠而傷大體 毋借公論而快私情.
무사소혜이상대체 무차공론이쾌사정.

 

많은 사람들이 의심한다고 하여 자신의 견해를 굽히지 말고,
자신의 생각대로만 하여 남의 말을 물리치지도 말라.

작은 은혜를 사사로이 베풀어 전체에 해를 끼치지 말며
공론을 빌어 사사로운 감정을 해결하지도 말라.

 

79. 큰 경륜은 조심성에서 나온다.

靑天白日的節義 自暗室屋漏中培來.
청천백일적절의 자암실옥루중배래.

旋乾轉坤的經綸 自臨深履薄處操出.
선건전곤적경륜 자림심이박처조출.
 

청천백일과 같이 절개와 대의는 어두운 방 컴컴한 구석에서 길러지는 것이고,

천지를 운행시키는 큰 경륜은 깊은 연못가에 서듯, 살얼음을 밟듯이 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80. 부자형제간의 도리는 마땅한 것이다.

父慈子孝 兄友弟恭 終做到極處 俱是合當如此
부자자효 형우제공 종주도극처 구시합당여차

著不得一毫感激的念頭.
착부득일호감격적염두.

如施者任德 受者懷恩 便是路人 便成市道矣.
여시자임덕 수자회은 변시로인 변성시도의.
 

아버지가 사랑하고 아들이 효도하며,
형이 우애하고 아우가 공손한 것이 비록 지극한 경지에 이르렀다 할지라도,

이는 모두 당연히 그처럼 해야 하는 것이니 털끝만큼도 감격스런 생각으로 볼 것이 아니다.

만약 베푸는 자가 덕으로 자처하고 받는 자가 은혜로 생각한다면
이는 곧 길 가는 사람들의 일이요 길거리의 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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