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不遠人(도불원인)

정운종의 고전공부

한시

謝靈運(사령운) 詩 _ 登池上樓/石壁精舍還湖中作/入彭蠡湖口

도원 정운종 2021. 7. 13. 20:15

산수(山水)시인 사령운(謝靈運)시 3편 읊어본다.

 

<登池上樓(등지상루)> 
                      - 謝靈運(사령운) -
潛虯媚幽姿  飛鴻響遠音   잠규미유자   비홍향원음
薄霄愧雲浮  棲川怍淵沈   박소괴운부   서천작연침
進德智所拙  退耕力不任   진덕지소졸   퇴경역불임
徇祿反窮海  臥痾對空林   순록반궁해   와아대공림
衾枕昧節候  褰開暫窺臨   금침매절후   건개잠규림
傾耳聆波瀾  擧目眺嶇嶔   경이령파란   거목조구금
初景革緖風  新陽改故陰   초경혁서풍   신양개고음
池塘生春草  園柳變鳴禽   지당생춘초   원류변명금
祁祁傷豳歌  萋萋感楚吟   기기상빈가   처처감초음
索居易永久  離群難處心   삭거이영구   이군난처심
持操豈獨古  無悶徵在今   지조기독고   무민징재금

 

[潛:잠길잠, 虯: 규룡 규, 媚:아첨할 미.예쁠 미, 薄:엷을 박.적을 박, 霄:하늘소, 怍: 부끄러울 작, 徇:돌 순.좇을 순,

 痾:병이 더해진 아, 衾:이불 금, 枕: 배개 침, 褰:걷어올릴 건.펼칠 건, 窺:엿볼 규.훔쳐볼 규, 臨: 임할임. 내려볼 임,

 嶇:험할 구.가파를구, 嶔:험할 금, 緖:실마리 서.나머지 사, 祁:성할 기. 클 기,  豳:나라이름 빈, 萋:우거질 처.아름다울 처]

 

<지상루에 올라>
                        - 사령운
못에 잠긴 용은 그윽한 자태를 뽐내고, 하늘을 나는 기러기는 멀리 소리 전하네.
하늘에 가까이 가자니 뜬 구름에게 부끄럽고, 냇가에 머물러 있자니 깊은 연못에게 부끄럽네
덕망을 펼치자니 지혜가 부족하고, 물러나 밭을 갈자니 힘이 부치네.
봉록을 쫒아 다니다 궁벽한 바닷가로 와서, 병은 깊어져 공허한 숲만 바라보네.
누워지내니 시절을 알지 못하다가, 주렴 걷어 올리고 잠시 밖을 내다보고.
귀 기울여 물소리도 들어보고, 눈 들어 험준한 산줄기도 바라본다.
초봄의 햇살은 남아있는 찬바람을 물리치고, 새로운 볕은 오랜 음지를 따스하게 바꾼다.
연못가엔 푸릇푸릇 봄풀이 돋아나고, 정원 버드나무에는 새 소리가 달라졌다
豳風(빈풍)의 칠월 노래 부르며 가슴아파하다, 봄풀 우거진 데서 楚辭(초사) 읊조리며 감상에 빠지기도 하네.
홀로 있으니 오래있기 쉬워도, 무리와 떨어져 사는 것은 난처한 일이네.
지조를 지키는 게 어찌 옛사람들만의 일이랴, 번민 없는 삶의 증거가 여기에도 있다네.
ㅡㅡㅡㅡ

 

<石壁精舍還湖中作> 석벽정사환호중작 
                        - 謝靈運(사령운) -
昏旦變氣候 山水含淸暉   혼단변기후 산수함청휘
淸暉能娛人 遊子憺忘歸   청휘능오인 유자담망귀
出谷日尙早 入舟陽已微   출곡일상조 입주양이미 
林壑斂暝色  雲霞收夕霏  임학염명색 운하수석비
芰荷迭映蔚  蒲稗相因依  기하질영위 포패상인의
披拂趨南徑  愉悅偃東扉  피불추남경 유열언동비
慮澹自物輕  意愜理無違  려담자물경 의협리무위
寄言攝生客  試用此道推  기언섭생객 시용차도추 

 

  [憺: 편안할 담.참담할 담, 斂:거둘 렴(염), 霏:눈 펄펄 내릴 비, 芰:마름 기, 荷:멜 하/꾸짖을 하/짐 하/연꽃 하. 까다로울 가

  迭:번갈아들 질. 범할 일, 蔚:고을 이름 울.답답할 울, 제비쑥 위.숲위.무성할위. 蒲: 부들포, 稗:피 패

  披: 헤칠 피. 풀 피, 拂: 떨칠불. 도울필, 趨 : 달아날 추. 재촉할 촉, 愉:즐거울 유.구차할 투, 偃: 나부낄 언.쓰러절 언

  愜:쾌할 협. 만족할 협]


<석벽정사에서 호수로 돌아가며>
                               -사령운-
희미한 아침이 밝아지니, 산수는 맑은 햇빛을 머금구나.
밝은 햇빛이 사람을 즐겁게 하니, 노는 이는 한가로와 돌아갈 것을 잊었네.
골짜기를 나올 때는 날은 아직 일렀는데, 배에 오르자 해는 이미 희미해졌네.
숲과 골짜기에는 땅거미가 지고, 노을은 저녁구름을 거두고 있네.
마름과 연꽃이 서로 바라보고 자라고, 부들과 피는 서로 기대고 있네.
숲을 헤치며 남쪽 길로 달려, 동문에 이르러 편안히 쉬네.
생각이 맑으니 외물은 절로 가벼워지고, 뜻이 유쾌하니 도리에서 어긋남이 없네.
양생술 익히는 이들에게 전하노니, 이러한 도로 한번 살아 보는게 어떠한가. 

ㅡㅡㅡ 
<入彭蠡湖口​>  입팽려호구
               - 謝靈運  사령운 - 
客遊倦水宿  風潮難具論   객유권수숙  풍조난구론
洲島驟回合  圻岸屢崩奔   주도취회합  기안누붕분
乘月聽哀狖  浥露馥芳蓀   승월청애유  읍로복방손
春晩綠野秀  岩高白雲屯   춘만녹야수  암고백운둔
千念集日夜  萬感盈朝昏   천념집일야  만감영조혼
攀崖照石鏡  牽葉入松門   반애조석경  견엽입송문
三江事多往  九派理空存   삼강사다왕  구파리공존
靈物郄珍怪  異人秘精魂   영물극진괴  이인비정혼
金膏滅明光  水碧轍流溫   금고멸명광  수벽철류온
徒作千里曲  弦絶念彌敦   도작천리곡  현절염미돈 

 

[蠡: 좀먹을 려.표주박 리, 倦:게으를 권. 고달플 권,  驟:달릴 취.빠를 취, 圻:경계 기.지경은, 屢:여러 루, 奔: 달릴 분, 狖:긴꼬리 원숭이 유, 浥: 젖을 읍.흐를 압, 馥:항기복.화살 꽃히는 소리벽, 芳:꽃다울 방, 蓀:창포이름 손, 屯: 진칠 둔. 어려울 준, 攀: 매달릴 반.붇잡고 오를 반, 郄:틈 극, 轍:궤도 철] 

<팽려호(파양호) 입구에서>
배 위에서 먹고 자는 물길 여정 물리는데다, 변덕 많은 바람과 파도 다 말하기 어렵네.
물 가운데 모래섬으로 세찬 물살이 돌아들어, 땅끝 기슭에서 끊임없이 부딪치고 부서지네.
달빛 속을 걷다 보면 꼬리 긴 원숭이 슬피 울고, 이슬에 젖으며 가는 길에는 풀 향기가 흩어진다.
늦봄 들녘 초록 빛은 빼어나고, 높은 바위 산에는 흰구름이 걸려 있네.
온갖 생각 밤낮으로 끊임없이 일어나고, 오만 가지 느낌들이 조석으로 가득 차서
가파른 벼랑 기어올라 돌 거울에 비치는, 덩굴과 잎 부여잡고 송문산으로 들어왔다.
삼강에 얽힌 옛이야기 지난 일이 되었고, 구강에 관한 깊은 뜻도 찾아볼 수 없으며
신령스런 보물들은 진기함을 감추고, 선인들도 그들의 혼백을 숨겨버렸네.
귀한 선약은 밝은 빛이 없어졌고, 푸른 물도 고운 빛과 윤기를 감춰버려,
공연히 천리별학(千里別鶴)을 타보지만, 연주를 끝내니 상념만 더 깊어진다.